저장강박증 엄마와 살고 있습니다.
70평대 아파트로 이사를 와서 비어있는 공간이 주는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집이 넓어지면서 각자의 공간이 생기게 되었고, 그 공간은 우리에게 작은 휴식처가 되어주었다. 공간이 있다는 것은 단순히 물리적인 공간을 넘어서 정신적인 안식처, 마음의 휴식처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해준다.
자신만의 공간에서 마음의 평화를 찾은 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남편이 혼자 충분히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자, 자신의 시간을 충분히 만끽하는 모습이다. 좁은 공간에서 매일 다툼으로 시작하던 때와는 확연히 달라졌다. 각자 조금 떨어져서 생활을 하다 보니 오히려 가끔 거실에서 마주치는 시간을 즐거워 한다. 자신의 공간에서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삶 전반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그 시간을 통해 스스로를 돌아보고 있었다.
공간이 넓어진 만큼 가족들의 마음도 넓어졌다. 켜켜이 쌓아놓지 않아도 된다. 엄마의 물건들은 모두 제자리를 찾았다. 처음부터 그곳에 있었던 듯 묘하게 잘 어울렸다.
그렇다고 이사로 엄마의 저장 욕심에 종지부를 찍은 건 아니다. 공간이 많아진 만큼 엄마의 물건도 다시 채워지기 시작했다. 이사 온 지 3년째인 지금 여유 공간이라곤 볼 수 없을 정도로 2배 이상의 물건들이 채워졌지만, 예전만큼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는다. 오히려 엄마의 수집욕은 나를 움직이게 만들었다.
이사를 오고 나서 공간이 사람을 변하게 하는 힘을 믿게 되었고, 또 다른 꿈을 꾸게 되었기 때문이다. 지금 나의 꿈은 5년 이내 멋진 주택을 짓는 것이다. 정원을 갖춘 주택 한 편에는 엄마 물건의 샵이 있다. 전시장 겸 판매샵을 운영하면서 엄마의 물건을 가치 있게 만든다.
1층의 넓은 거실은 책으로 둘러싸인 넓은 거실이 자리 잡고 있다. 지금의 아파트로 이사 오면서 지어놓은 집 이름 서성채(曙星彩)는 서성채(書成采)가 되어 책으로 둘러싸인 빛나는 공간이 될 것이다. 동네 주민들과 어우러져 마을의 작은 도서관 역할도 톡톡히 하는 그런 따뜻한 공간이다.
생각만하던 공간의 꿈을 이제는 실현해보려고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