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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잡스 유진 Oct 12. 2023

엄마는 10년전에도 엄마였어?

“엄마, 엄마는 10년 전에도 엄마였어?”

막내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웃음이 나오면서 “어, 그랬지.”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그가 다시 물었다.

“그럼, 15년 전에도 엄마였어?”

잠시 생각한 후, “아니, 그때는 엄마가 아니었어.”라고 답했다.

“그럼 뭐였어?”

“음... 그때는 그냥 손유진이었어.”

“아.. 손유진이었구나.”     

그 질문은 깊은 곳에 남아있었다. 나도 처음부터 엄마는 아니었던 것이다.    

 

새벽 6시 반, 지인인 예서엄마로부터 이른 카톡이 도착한다.

‘형님, 속이 상하네요. 애가 말을 안 들어서 어제 크게 화를 냈는데 죄책감도 들고 그러네요.’

그리고 비슷한 시각에 다른 지인인 선생님으로부터도 카톡이 온다.

‘큰애가 말을 안들어서 힘들어요.’

어느 집이나 엄마의 역할이 쉽지 않다. 

그런데 누구나 엄마는 처음이다. 아이들의 성향도 집집마다 다르다. 그러다 보니 정답이란 것도 없다. 

아이는 기쁨과 사랑의 상징이다. 그렇지만 때로는 아이 때문에 힘들기도 하다.     

하지만 분명한 건, 아이로 인해 어른이 되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12년 전 느닷없이 엄마가 되었다. 30년 넘게 손유진을 살다가 00엄마가 되었다. 처음 경험하는 엄마의 역할에 실수도 많이했다. 물어볼 곳이 없어서 책으로, 인터넷으로 아이의 성장과정을 공부했다.      

아이를 키우면서 느낀 것은, 엄마가 되기 전의 나와 엄마가 된 후의 나, 두 사람은 분명 다르다는 것이다. 엄마가 되기 전의 나는 자유로웠다. 하지만 엄마가 된 후의 나는 그 자유를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으로 바꾸었다. 그 시간 속에서 나는 아이와 함께 웃고, 울며, 성장하는 기쁨을 느꼈다.     

물론,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 힘들고 지칠 때도 많았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나는 '나도 처음부터 완벽한 엄마는 아니다'라는 것을 생각하며 스스로를 다독이기도 한다. 그리고 그 힘든 시간을 견디며 아이와 함께 성장하는 것이 바로 엄마가 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시행착오를 겪으며 나와 아이들이 함께 성장하고 있다. 분명 성장하고 있다. 아이와 함께하는 나날들 속에서 무엇이 진정한 사랑인지도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나자신만 생각하던 시절에서 무조건적인 사랑의 본질을 알게 되었다고도 할 수 있겠다.      

너무 힘들 때는 가끔 나로 살던 시절을 떠올려보기도 한다. 그때의 나는 작은 것에도 흔들리고 끊임없이 방황했다. 그랬던 내가 아이가 태어나면서 많은 것이 변했다. 인생을 바라보는 깊이와 폭이 달라졌다. 흔들리던 인생에 가족이라는 든든한 뿌리가 잘 버티게 해주고 있다.      


15년 전에 나와 10년 전 나는 분명 다른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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