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생각잡스 유진 Jan 20. 2022

그해, 우리는

5년 전과 5년 후의 우리는

드라마 한 장면에 시선이 꽂혀버렸다. 

심장이 쿵닥쿵닥, 뛰기 시작한다. 

플레이-멈춤을 반복한다. 

캡처, 저장

내 마음속에도, 기억 속에도 저장.     




드라마 ‘그해 우리는’을 시청하다 일어난 일이다.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에도 눈길이 갔지만, 그보다 나는 웅이의 집에 완전히 꽂.혀.버.렸.다.

매의 눈으로 요리조리 집의 구조와 인테리어를 살펴보았다. 

‘주택인 듯한데……. 아! 노후주택, 리모델링이구나.’

반지하에 2층까지 있는 구조, 지하층은 작업실, 1층은 거실 겸 주방, 3층은 침실로 쓰고 있었다. 개방감 느껴지는 구조와 넓은 창, 그리고 마당의 넓은 평상, 건물 외관, 마음에 들지 않는 곳이 없었다.

주택병이 돋았다. 그 병이 또 찾아왔구나….     


네이버 이미지



네이버 이미지


네이버 이미지


5년 전 우리는….


머릿속은 이미 2017년으로 돌아갔다. 

“오빠, 우리 5년 전에 뭐 하고 있었지? 오늘이 15일이니깐, 1월 15일이면…….”

“그러게, 뭐 했지?”

“기억났다. 민서 병원에 입원해 있었다. 그리고 아파트 중도금 때문에 이리저리 전화 돌리고 있었고….”

“그러네…. 맞네. 그랬구나”     


딱 5년 전이다.

내 집 마련을 위해 부동산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시점이.

너무나도 좋으신 주인집 할머니를 만나 평생 전셋집에 살뻔한 것을 건물이 팔리면서 5년 만에 자연스레 나오게 되었다. 

새로운 주인분들도 좋으신 분들이어서 계약연장으로 더 살 수도 있었지만, 왠지 모를 불안감에 집을 사야겠다고 결심했다. 여유자금도 없어서 대부분을 대출에 의지해야 했다. 정해진 자본금에 매물은 한정되어 있었지만 그런데도 ‘최선의 최고의 선택’을 하고 싶었다. 연년생으로 태어난 큰딸과 아들은 천방지축이어서 아파트로 갈 생각은 꿈도 못 꾸는 상황이었다. 전셋집에 사는 동안에도 아래층에 주인 할머니가 계셔서 5년 동안을 뛰지 마라라는 잔소리를 입에 달고 살았다. 말하는 사람도 듣는 아이들도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남에게 피해를 주기 싫어하는 성격의 나와 남편은 아이들이 태어난 이후 혹여나 주인댁에 민폐를 끼칠까 봐 하루도 맘 편히 지내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아이들이 마음 편히 뛸 수 있는 주택에 살고 싶다. 작은 마당도 있었으면 좋겠고.’

그때부터 주변 일대의 주택들을 찾기 시작했다. 마음에 드는 집은 엄두도 내지 못할 가격이고, 적당한 곳은 시설이 노후했다. 

나름대로 저평가 된 지역이라고 생각되는 곳을 찜해두었다. 몇 년 뒤 지하철도 들어온다니 가격상승도 기대할만하다. 지하층과 1층으로 되어있는 집에는 마당도 있었다. 지하는 아이들의 책방으로 꾸며주고 1층은 앞에 큰 창을 내서 개방감 있는 집으로 만들어야겠다. 집을 보면서 머릿속으로 설계해보았다. 예산이 빠듯하니 페인트칠이며 어지간한 인테리어는 셀프로 하려는 계획도 세웠다. 처음 혼자 보러 갔다가 남편, 그리고 주변 지인들까지, 총 4번을 보러 갔다. 집은 밤에도 봐야 한다고 누군가가 귀띔해줘서 어두컴컴한 시간에 가보기도 했다. 행복한 꿈을 꾸는 시간이었다. 특히 지하를 활용할 생각에 너무 기대되었다.     


꿈은 꿈으로….

결국, 그 집은 사지 못했다. 전문가와 지인들의 만류(아파트보다 가격상승률이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 첫 집은 그렇게 사는 것이 아니다)로 주택을 장만하는 것은 말 그대로 꿈같은 이야기로 끝냈다. 

눈을 아파트로 돌려 하는 수 없이 1층을 매매하기로 했다. 최선의 대안이었다.      



5년 후 우리는…….     


그때 부동산에 관심을 두기 시작해서 지금은 집 걱정 없이 살고는 있다. 그런데 여전히 주택에 대한 미련은 남아있다. 

드라마를 보다가 남편과 5년 전 이야기를 꺼낸 것이 5년 후 우리의 모습까지 상상하게 되었다. 

5년 후 우리는 어떻게 되어있을까?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다. 

“아마 집을 짓거나, 노후주택을 사서 리모델링을 해서 내가 원하는 스타일대로 살고 있을 거야, 여유가 된다면 집 앞에 작은 책방하고 선술집 하나 차리자. 하하하.” 상상만 해도 기분이 붕~날아올라 하늘을 둥둥 떠다닌다….

이번에는 남편도 내 말도 동의해준다. 5년 뒤 주택에서의 삶은 이렇게 같은 마음으로 합의를 보았다.

이번에는 꿈이 꿈으로 끝나지 않게 조금 더 생생하게 그려보아야겠다. 누군가 말한 것처럼 구체적인 이미지로 꿈꾸면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으니 믿어보기로. 머릿속 이미지와 가장 비슷한 거로 프린트해서 5년 후 주택프로젝트 보드를 만들어봐야겠다. 로망을 현실로 만들어가기 위해 가장 작은 일부터 시도해볼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꿈꾸게 해 준 아이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