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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잡스 유진 Jan 23. 2022

22년 새해계획, 비우기와 채우기

1월 중순, 새해계획 점검

  

<전략>

공자가 안회를 꾸짖으며. “그것은 너무 꾸밈이 많아 안 된다. 그것으로 어떻게 그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겠느냐? 너는 아직 자기 생각에만 얽매여 있구나.” 그러자 안회가 간청한다. “저로서는 이제 더 이상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습니다. 부디 방법을 가르쳐 주십시오.”

공자가 말하길 “재계(齋戒)해라. 그대에게 말해 주겠다만 작위적인 마음을 가지고 행동을 한다면 어찌 잘 되겠느냐?. 잘된다고 생각하는 자가 있다면 하늘이 마땅치 않게 여기실 것이다.” 이어서 다시 마음의 재계, 즉 ‘심재’에 대해 말한다. 

“그대는 잡념을 없애고 마음을 하나로 통일하라. 귀로 듣지 말고 마음으로 듣도록 하라. 다음에는 마음으로도 듣지 말고 기(氣)로 듣도록 하라. 귀는 고작 소리를 들을 뿐이고 마음은 고작 사물을 인식할 뿐이지만, 기는 텅 빈 채로 모든 사물을 응하는 것이다. 도(道)란 오로지 텅 빈 허(虛)에 모이는 법, 이렇게 텅 비게 하는 것이 곧 심재인 것이다.” -장자 ‘공자와 안회의 대화 중, 심재는 ’마음 굶기기‘이다. -     


<전략>

.....나의 머릿속에는 여러 가지 생각이 서로 긴밀하게 맞물려 있다. 특히 문학에서 커다란 업적을 이룬 사람이 되기 위해 어떤 자질이 필요한가 하는 점을 문득 생각하게 된다. 셰익스피어는 그런 자질을 대단히 풍부하게 갖고 있었으며, 나는 그것을 ‘마음 비우기 능력’이라고 부른다. 그것은 사실과 이성을 추구하려고 안달하지 않고 불확실성과 풀리지 않는 신비와 의문 속에 머물 수 있는 능력이다. -존 키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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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두 번이나 만난 글귀이다. 하나는 동양의 고전, 그리고 다른 하나는 서양의 시인 글. 

두 글 모두 마음을 비워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동양의 공자는 이것을 ‘마음 굶기기’, 서양의 존 키츠는 ‘마음 비우기’라고 표현한다. 


마음을 굶기고, 비운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마음을 비운다는 것은 흔히 어떠한 기대감을 갖지 않고 편안한 마음가짐을 가진다는 뜻으로 사용한다. 시험결과를 기다리는 수험생들이나 합격 여부를 기다리는 취업생, 혹은 성과의 결과를 기다리는 모든 이들에게 우리는 이렇게 말한다. “마음을 비워라”     

  

아무 생각 없이 쓰던 이 말이 유난히도 마음에 걸리는 날이었다. 공자와 존 키츠가 말하는 마음을 비운다는 것은 편안한 마음을 가져라는 것 이상의 더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을 것 같아서이다.      

공자와 안회의 대화에서 엿볼 수 있듯이 마음을 굶긴다는 것은 자기 생각을 비우라는 뜻이 아닐까 한다. 즉 우리가 살아오면서 쌓여온 선입견이며 세상을 바라보는 틀(프레임)을 깨라는 의미일 것으로 생각했다. 경험과 공부해온 지식을 바탕으로 주관적으로 판단하는 우리에게 가끔은 현상 그대로를 바라볼 수 있는 눈을 가지라는 것이리라. 


어린아이의 모습을 보면 자신의 틀이 정해져 있지 않기에 모든 것을 받아들일 자세가 되어 있다. 모든 것이 신기하며 관심거리로 보이고 재미난 놀잇감으로 보인다. 어른이 된 우리에게서는 쉽게 찾기 힘든 모습이다. 이미 사회적으로나 환경적으로 만들어진 마음은 더는 받아들이기 힘들 정도로 가득 차 있다.

가끔은 이렇게 마음을 비우는 시기를 가져야 한다. 그래야 받아들일 수 있다. 여유 공간이 있는 마음은 적극적이고 수용적인 태도를 보이게 해 준다. 마음의 여유가 없을 때 느끼지 못한 여유로움이 있을 것이다.    

  

22년도 계획은 비우기와 채우기이다. 두 글귀를 만나기 전에 이미 새해계획으로 세워둔 것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올해는 그동안 쌓아둔 틀을 깨고 새롭게 공부하라는 계시인지 마음 비우기라는 글귀가 22년 1월 중순에 내 눈앞에 나타난 것이다. 

공간이 없을 정도로 채워진 마음은 더는 배울 것이 없다는 오만으로 보일 수 있다. 지극히 사적이고 협한 경험만을 했음을 눈치채지 못하고 모든 것을 다 아는 듯한 자만을 보인다. 지금의 나의 모습이다. 자만과 오만이라는 괴물은 마음속에 턱 하니 자리 잡고 비이성적인 모습으로 비대해지고 있다. 

비움 없이 채움만으로 살아온 마음은 비뚤어진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한다. 가끔은 비워줘야 새로운 눈이 생긴다. 비워진 마음은 만물을 스승으로 여기게 해 준다. 비뚤어져 있던 마음을 제자리로 돌아오게 해 준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의 어린아이 같은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는 눈을 갖게 된다면 22년의 한 해는 감사하고 기쁜 일로 충만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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