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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잡스 유진 Jan 24. 2024

그냥 먹기만 한 나이는 아니다.

시간의 바람에 몸을 싣고, 끊임없이 달려온 삶의 여정 속에서 잠시 멈춰 서 보니, 나는 이미 마흔여섯 해라는 시간의 강을 건너고 있었다. 인생이 이토록 가파르고 도전적인 여행일 줄 알았다면, 나는 분명 그 길 위에서 잠시 숨을 고르며, 꽃피는 계절의 아름다움을 느끼며 여유를 가져봤을 것이다.     


항상 조금만 더 가면, 조금만 더 오르면 그렇게 갈망하던 인생의 정상이 보일 것만 같았다. 그러나 그 길은 예상치 못한 굽이와 가파른 오르막, 때로는 내리막길로 이루어져 있었다. 산 정상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평온을 느낄 날을 꿈꾸며 걷고 또 걸었지만, 그 정상은 언제나 손에 잡힐 듯 멀기만 했다. 나는 지치지 않고, 때로는 헐떡이며 산 중턱까지 올라왔다. 숨이 차다.     


그런데도, 괜찮다고 스스로에게 말해본다. 뒤처지더라도, 실패하더라도, 그 모든 순간들은 인생이라는 드라마의 일부일 뿐. 누군가 젊은 날의 나에게 이러한 인생의 진리를 가르쳐주었다면, 슬픔에 잠겨 있던 날들, 자신을 탓하며 보낸 시간들이 훨씬 줄어들었을 것이다. 인생은 기쁨과 슬픔, 실패와 성공, 도약과 좌절이 서로 얽혀 있다는 것을 이제야 이해한다. 번아웃이라고 생각했던 그 순간들이 사실은 성장과 숙성의 과정이었다는 것을 누군가 나에게 일러주었다면, 나는 그토록 슬퍼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 모든 경험은 삶을 풍요롭게 하는 귀중한 부분임을 이제는 안다. 나이만 먹어온 것은 아닌가 보다.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서서히 깨달아가는 것을 보니.      


두려움과 불확실성 속에서도 굳건히 나아갈 수 있을 힘만 있다면, 정상이 조금 멀리 있다해도 그 시간을 즐기며 갈 수 있다. 지금의 나는. 


그 모든 순간은 우리가 쓰는 이야기의 한 페이지가 된다는 것을 알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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