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워 중에 스치는 생각들은 마치 물줄기와 함께 사라지려는 물방울처럼 잡히지 않고 흘러간다. 이런 순간들을 잡으려 노력하면서도, 필기 도구나 녹음 기기를 사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결국 기억력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다. 샤워를 마치고 조금만 시간이 지나도 ‘뭐였더라’하며 나이탓을 한다. 샤워 명상은 오랫동안 삶의 활력을 자극하는 원천이었지만, 떠오르는 아이디어와 글감을 붙잡아 두지 못하는 것은 언제나 아쉬움으로 남았다.
샤워 중에 떠오른 생각을 붙잡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에서 새로운 습관을 시작하게 되었다. 샤워실로 들어가기 전, 컴퓨터 화면에 하얀 문서 페이지를 열어둔다. 샤워를 마치고 나오는 순간, 그 백지 위에 샤워 중에 떠올랐던 아이디어의 잔상들을 서둘러 기록한다.
바로 기록하는 습관은 떠오른 생각들이 시간의 흐름 속에 희미해지기 전에 그것들을 붙들어 둘 수 있다. 하얀 백지 안에 가둬두고 언제든 꺼내볼 수 있다.
이런 습관 덕에 글감페이지에 쓸거리가 가득하다. 모두 붙들어 놓은 샤워명상들이다.
순간을 영원한 기록으로 남기는 삶을 계속 살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