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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잡스 유진 Jan 27. 2022

심심함을 대하는 자세

아이들교육 고민시간2


  초등학생이 큰아이와 둘째 아이에게 여유로운 시간을 주면 심심해합니다. 그러면서 곧장 텔레비전을 켜거나 혹은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립니다. 올해 5살이 된 막내는 장난감을 가져와서 상황극을 하네요. 그것도 이내 싫증을 내 오랜 시간 갖고 놀지는 못합니다. 큰아이들 틈바구니에서 핸드폰을 함께 들여다보며 좋아합니다. 집안에 장난감과 책으로 넘쳐나는데도 심심하다는 말을 시시때때로 합니다. 밖에서 마음껏 뛰어놀지도 못하는 요즘 같은 시국에는 실내에서 보내는 하루는 심심한 시간의 연속입니다. 


  잠시 저의 어린 시절을 떠올려봤습니다. 도대체 나는 어릴 때 뭐하면 놀았지? 밤늦게까지 놀아도 시간의 부족함을 느끼던 그 시절에는 무엇으로 그렇게 즐거웠지? 라는 생각을요. 제가 어릴 때만 해도 흙과 돌, 풀, 곤충들이 우리에게는 놀 거리였지요. 시골 출신인 저는 학교를 마치고 와서 동네 아이들과 골목길에서 주로 놀았습니다. 그때는 변변한 장난감도 없던 시절이라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자연재료가 놀잇감이 되었습니다. 자주 하던 소꿉놀이도 자연에 있는 것들도 충분히 할 수 있었던 시절이었습니다. 놀잇감을 직접 만들어보기도 했습니다. 총이나 칼은 나뭇가지를 고무줄로 엮어서 만들기도 해보았죠. 종일 놀이에 시간을 다 써도 부족할 정도였습니다. 놀이가 끝나면 자연에 고스란히 돌려주고 집으로 갔던 기억이 나네요. 둘 만 모여도 할 수 있는 땅따먹기, 망석 치기 놀이며, 셋이면 할 수 있었던 고무줄놀이, 더 많은 친구와 할 수 있었던 술래잡기, 말타기 놀이,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등 거창한 도구나 재료가 없어도 놀 수 있는 것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지금 아이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알록달록 장난감 놀이가 익숙하여 무언가 ‘놀거리’가 없으면 놀이를 만들거나 상상하여 놀기 힘들어합니다. 아이들이 쉽게 핸드폰과 미디어에 빠지는 이유가 이런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미디어는 생각하지 않아도 상상하지 않아도 다른 사람들이 창조해 놓은 재미있는 ‘거리’들이 가득합니다. 그것도 마음만 먹으면 온종일 접할 수 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생각하지 않아도 알아서 놀아줍니다. 어른들도 순식간에 빠져버리는 미디어는 중독으로까지 이어져 깊은 고민에 빠져있는 가정이 많은 거라 예상됩니다. 저희집도 예외는 아닙니다. 무엇이든 과하거나 중독이 되면 좋지 않습니다. 


픽사베이 무료이미지


  창의성이라는 것은 어떤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는 말은 창의성이 어디에서 오는가를 잘 나타내주는 말인 듯합니다. 창의성이라는 것은 기존에 있던 생각을 다르게 보고 비틀어보고, 재발견해가는 과정에서 오는 것입니다. 그리고 재조합과 편집의 과정을 걸쳐 꽃피운다고 생각됩니다. 

집안을 한번 둘러보세요. 지금 아이들은 실물과 비슷한 장난감으로 여러 가지 놀이를 할 수 있습니다. 자원과 물자가 넘쳐나는 풍요로운 삶을 사는 아이들이 저희 때보다 오히려 잘 놀지 못한다는 것에 의문이 들 수밖에 없죠. 놀잇감이 많다고 해서 잘 노는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주변에 손만 뻗으면 가지고 놀 수 있는 장난감이 넘쳐나는 곳에서는 놀이방법을 생각해낼 필요가 없습니다. 장난감에 맞는 놀이를 하면 됩니다. 


아이들에게 심심한 시간을 자주 주는 건 어떨까 합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부족함도 느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결핍은 상상하고 갈망하게 합니다. 장난감이 없어도 아이들은 심심함을 못 견디기에 스스로 놀이를 찾아 나섭니다.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겠지만 이내 자신만의 놀이문화가 생길 것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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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감이 필요하지 않은 시기의 아이들에게도 디지털기기와 핸드폰에서 잠시 떨어져 사색할 수 있는 시간을 의도적으로 줄 필요가 있습니다. 의식주만큼이나 필수가 되어버린 디지털기기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주는 것과 동시에 앗아가기도 합니다. 똑똑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처음에는 규칙을 통한 통제를 그리고 조금씩 조절하여 사용하는 자기 조절력을 길러 줄 필요가 있습니다. 디지털기기의 적극적인 조절 사용으로 무의식중에 빼앗기는 시간을 의식적인 시간으로 채워나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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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 시간과 심심함을 느끼는 아이들은 탐색하고 관찰하기 시작합니다. 관찰은 사색으로 이어지며 자신과의 대화의 시간으로도 이어집니다. 머릿속에 생각한 것을 넓게, 깊게 파고들어, 하나하나 엮어가면서 의미 있는 무언가를 찾아내게 되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거리’가 없는 ‘심심함’은 관찰과 사색으로 이어질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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