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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잡스 유진 Jan 29. 2022

이 단어 뜻이 뭐에요?

아이들 교육고민시간3

“선생님, 근거가 무슨 뜻인가요?”

”선생님, 선박이 뭐에요?“

”선생님, 평행이 뭔가요?“     


수업을 하다 보면 문장 속에서 만난 단어의 의미를 묻는 아이들이 대부분이다. 초등학생만이 아니다. 중학생들도 가끔은 놀랄 정도로 어렵지 않은 단어의 뜻을 묻는다. 국어는 물론이고 사회, 과학, 심지어 수학에서 나오는 어휘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해 문제 풀이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아이들이 많다. 분명 나이와 학년에 맞는 어휘들로 교과서는 집필되었을 것이고 거기에 맞춰 나오는 문제집들도 마찬가지일 텐데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 아이들은 왜 학년에 맞는 어휘를 어려워할까? 아이들의 문제일까? 아니면 교과서 집필진들이 나이에 맞는 어휘 수준을 높게 잡은 탓일까. 아이들이 읽고도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을 수년간 지켜보고 있자니 어떻게 하면 도움이 될 수 있을지를 고심하게 되었다.

아이들의 교과서를 보면 사용된 어휘에 한자어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통계에 의하면 80~90%를 한자어가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교과별 사용되고 있는 한자 일부만 살펴보아도 한자어의 큰 비중이 보인다. 


국어-비교, 대조, 관점, 추론, 표기, 다의어, 동형어….

수학-평면, 수직, 수선, 예각, 둔각, 이상, 이하, 초과, 미만, 대칭, 배수, 약수, 통분,

사회-생산, 소득, 소비, 다수결, 특산물, 답사, 홍익인간….

과학-관찰, 실험, 축적, 지층, 퇴적, 침식, 고체, 액체, 기체, 압력…….     


극히 일부에 속하는 어휘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더하다. 한자 능력 시험 7, 8급 정도를 학습한 아이들은 한자의 훈을 한 글자씩 말해주면 쉽게 이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대로 한자를 전혀 접해본 적이 없는 아이들은 단어의 뜻을 그대로 알려주는 수밖에 없었다. 영어 단어를 외우듯 어휘를 외운다. 암기하는 방법 외에 뾰족한 수가 없다. 오랫동안 한자를 공부했던 나도 사실 한자어로 설명하는 것이 편하다. 그렇지 않으면 국어사전을 펼칠 수밖에 없다. 정확한 설명을 위해서는.      


교과서를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한자어 교육을 간과할 수 없다. 한자 어휘를 조금 익힌다면 뜻을 이해할 수 있는 어휘들이 많아진다. 한자어가 67.2%를 차지하고 있는 한국어는 한자 교육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생활한자 1800자 정도를 학습해둔다면 중, 고등학교, 성인이 되어서도 도움이 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초등교과서에 나오는 한자 300개 정도라도 익혀두면 어떨까 한다. 능력시험 수준 준5급 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방학 기간을 이용해서 50개 정도씩 학습해두면 크게 부담이 되지 않을 것이다. 매일 한두 개, 혹은 일주일에 8~10개 정도만 말이다. 매일 수십 개씩 외우는 영어 단어에 비하면 몹시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픽사베이 무료이미지



나는 중학교 때부터 한자의 매력에 빠졌다. 어려운 획순에 외우기도 힘들었지만, 음과 훈이 따로 있다는 것이 신기할 뿐이었다. 한문을 음으로 읽고 그 속에 뜻을 이해하는 동안에 도깨비문자를 해독이라도 한 듯한 뿌듯함 마저 느낄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 덕에 대학교 전공 교과를 이해하는데 수월했다. 그리고 제2외국어로 일본어를 전공하는 것으로도 이어졌다.      


중, 고등학교 때보다 대학을 다니던 시절에 한자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낀 것 같다.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다. 책을 하나 읽더라고 한자어의 뜻으로 이해하는 어휘들이 다수다. 

작년부터 이슈가 되어왔던 문해력은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다. 예전에 독해력이라고 하던 것을 이제는 조금 더 깊숙한 의미인 문해력으로 발전했다. 문해력은 과목의 기본이 되는 학습 도구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문해력을 기르기 위해 해야 하는 것들에 전문가들의 의견이 약간은 상이하지만 크게 보면 하나의 맥락이다. 문해력의 저변에는 탄탄한 어휘력이 있다. 어휘력 향상을 위해서는 어휘공부를 따로 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책을 많이 읽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독서를 하는 것은 기본이며 그 속에 나오는 어휘를 그냥 이해하는 수준이 아닌 학습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해력 유행에 맞춰 어휘력 향상 문제집도 대거 출판되고 있는 것을 보면 이 또한 하나의 학습이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이들에게 또 하나의 공부 거리가 생겼다.    

 

원점으로 돌아와서 어휘력 향상에 한자는 빠질 수 없다. 한국어에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한자어를 배제하고 어휘를 향상하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꾸준한 독서와 사전찾기, 문장독해를 통해 서서히 어휘력을 기르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기는 하다. 하지만 어른보다 더 바쁘다는 초등생들은 그럴 시간조차 없다고 한다. 모든 것을 학원에서 ‘학습’으로 배워야 하는 아이들은 학원 이동 시간만 해도 빠듯한 일정이다. 어휘력만이라도 학원이 아닌 가정에서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어휘력 노트를 만들고 어휘문제집을 풀지 않더라도 평소 한자어를 조금씩 익혀두고 한 권이라도 제대로 읽을 수 있는 연습으로 충분히 한다고 생각한다.      


한꺼번에 하려면 무엇이든지 힘이 들게 마련이다. 매일 조금씩 하여 습관이 되면 큰 어려움 없이 할 수 있는 일이 된다. 조금씩 하다 보면 쌓이고 늘기 마련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어휘력이 또 하나의 ‘학습’이 되지 않기를, 문해력이 사교육에서 또 하나의 ‘과목’으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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