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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제집착력

끝까지 해보는 힘, 삶을 맞춰나가는 힘.

by 생각잡스 유진

아이가 작은 레고 조각을 들고 한참을 끙끙댄다.
조각 하나가 제자리를 찾지 못한 채 다른 조각들을 밀어내며 뻗대고 있었다.

"엄마, 안 돼. 안 맞아. 이거 불량이야."
"다시 해봐. 조금만 더 밀어 넣어봐."
간섭하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나는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결국 민채는 한참을 더 끙끙댄 끝에 레고 조립을 마쳤고, 마지막 조각이 ‘딱’ 맞는 소리와 함께 눈이 반짝였다.
“됐다!”
입꼬리가 환하게 올라가 있었다.



그 순간 머릿속을 스친 말.
과제집착력.



아이들이 너무 쉽게 포기한다.
그럴만도 하다.
세상은 늘 빠르고 자극적이고, 선택지는 넘쳐나니까.
어느 하나에 집중해 끝까지 해보는 힘을 키우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결국 인생을 움직이는 건 그 끝까지 해보는 힘이다.
지속력이라는 말로는 어딘가 부족하다.
과제집착력이 더 접합하다.



아이들에게 늘 말한다.
"하고 싶은 거 있으면 해봐.
근데 하고 싶다고 했으면, 끝까지 해보는 게 좋아.
버텨보고, 고민해보고, 그러면서 조금씩 너답게 풀어나가 보는 거야."

이건 단지 성취를 위한 말이 아니다.
삶을 대하는 태도를 길러주고 싶은 말이다.

뭘 하든 임계점이라는 게 있다.
하다가 힘들고, 지겨운 순간, 대부분은 그 직전에서 포기한다.
하지만 한 번이라도 그 임계점을 넘어본 아이는 다르다.
자기 안에 기준이 생기고, 어떤 어려움 앞에서도
“할 수 있을지도 몰라”라고 말할 수 있게 된다.



언젠가 둘째 민성이 수학 문제를 풀다가 울컥한 적이 있다.
접근은 맞았지만, 해결 과정이 자꾸 꼬였다.
실수를 반복하고 또 반복했다.

“다음에 하자”고 말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아이 옆에 조용히 앉아 말했다.
“조금만 더 고민해봐.”

한 시간쯤 흘렀을까.
민성이는 결국 문제를 풀어냈다.
종이에 동그라미를 아주 크게 그려주었다.



끝까지 해본 경험은 문제해결력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런 경험 하나하나가
삶을 맞춰가는 근육이 되어간다는 걸.

가끔은 게으름을 피우고, 하기 싫다고 뒹굴기도 한다.
그럴 땐 나도 흔들린다.
‘그만두라고 할까?’
‘이쯤에서 접자고 할까?’

하지만 결국 나의 육아는 늘 같은 쪽으로 기운다.
묵직한 교육.

뭐든 시작했으면,
어느 정도 수준이 된 다음에 판단하게 하기.
지루한 반복이 있어야 쌓이는 실력,
끝까지 해본 아이만이 아는 깊이가 있다는 걸 믿기 때문이다.


가끔 아이들은,
"엄마, 나 이건 진짜 못할 것 같아."
나는 웃으며 말한다.
"그럴 수 있어.그런데 일단 해보자. 진짜 못하겠는지는, 해보고 나서 말하자."

그러면 아이는 결국, 다시 한다.
그게 전부다.


묵직하게, 한 번 더 버텨보는 것.


아이게게 주고 싶은 능력은 참 많다.
창의성, 사고력, 발표력, 자기주도성.
하지만 그 모든 것의 뿌리는 단 하나, 끝까지 해보는 힘이다.



과제집착력은 성격이 아니다.
매일의 경험 속에서, 포기하고 싶은 순간을 넘어서면서,
조금씩 길러지는 힘이다.

그 힘을 가진 아이는 언젠가 어떤 삶의 문제든 스스로 자기답게 풀어나갈 것이다.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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