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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잡스 유진 Feb 16. 2022

여러분은 무엇을 좋아하십니까?

어릴 적 나의 꿈, 그리고 지금



p257 여러분은 무엇을 좋아하십니까? 어릴 적 좋아했던 것이 있는데 그걸 잊고 어느 순간엔가 사회적 압력과 남들의 기대에 치여 사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기억해 내는 것만으로도 내 꿈을 찾은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냥 하지 말라’ 中   


  


최근에 읽었던 책들은 이렇게 말한다. 당신의 꿈을 찾고 싶은가. 그렇다면 어릴 적 기억을 떠올려라. 순수하게 무언가를 좋아할 수 있었던 그 시절을.


곰곰이 생각에 잠겨보았다. 10년 20년 30년도 더 전으로 거슬로 올라가보았다. 마당에서 남자, 여자아이 할 것 없이 4~5명이 뛰어노는 모습이 보인다. 손에는 장난감총을 들고 있다. 유난히도 씩씩했던 성격의 나는 남자아이들의 놀잇감에 관심이 많았다. 특히, 비비총이나. F16, M16같은 소총. 공기놀이나 고무줄놀이보다 총싸움이 더 흥미로웠다. 군대를 갔어야 하나....


조금 더 그때의 기억을 떠올려보자. 자주 하던 놀이가 있었구나. 기억은 마당 한 켠에 돗자리를 깔고 옆집 친구의 머리를 만져주며 미용실 놀이를 하는 장면으로 옮겨간다. 지나가시던 엄마가 한 말씀 하신다. “머리 만지고 그런 놀이하지마, 미용사 되는 건 안 돼.” 시누이 중에, 그것도 엄마 관점에서 가장 밉상인 막내 시누이가 미용사다. 그 시누이와 같은 길을 걷게 하고 싶지 않다. 더군다나 외모까지 고모를 닮은 딸이 놀이마저도 미용사 놀이를 하고 있으니 더욱 꼴 보기 싫으셨을 것이다. 

엄마가 말릴 때 그만할걸. 옆집 동생 머리에 헤어롤을 돌돌 말았다가 풀리지 않아 가위로 싹둑 잘라버렸다. 그날 저녁 한바탕 난리가 났다. 그 집 할머니부터 오빠까지 온 가족이 쫓아와서 자식 교육을 똑바로 하라는 말을 들은 엄마는 집이 보이는 미용 도구들은 죄다 숨겨놓으셨다. 그때 이후로 미용실 놀이는 하지 않았다. 


그러면 나는 어릴 적 무엇을 좋아했던가? 머릿속을 스치는 장면이 또 하나 있다. 아이들을 앉혀놓고 선생님 놀이를 한다. 하얀 도화지에 피아노 건반을 그려놓고는 피아노 선생님 역할을 하고 있다. 아마도 피아노를 막 배우기 시작했었던 때 같다. 집에 피아노처럼 생긴 것은 입으로 부는 멜로디언뿐이었다. 입으로 불면서 가르치고 설명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래서였는지 도화지에 건반을 그렸다. 소리는 나지 않는다. 모든 소리가 내 입에서 딩동댕하고 날 뿐이다. 그러니 모든 학생은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소리도 나지 않는 건반을 똑바로 치지 않았다고 훈계도 한다. 지금 생각해도 웃기네….

그러고 보니 동네 아이들 앉혀놓고 많은 것을 가르쳤다. 한글, 숫자, 그때 당시 알고 있는 지식은 모두 동네 친구, 동생들에게 나눠주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일에 재미를 느낀다는 걸 글을 써 내려가면서 새삼 깨달았다. 결국에는 나는 좋아하는 일을 하는 셈이다. 이미 찾은 거다. 내가 잘하고 좋아하는 일을.    

  

그렇다면….

앞으로 하고 싶은 일, 꿈도 내가 좋아하던 일과 관련이 있는가를 고민할 시간이 되었다.

5년 뒤, 10년 뒤 나의 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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