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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잡스 유진 Feb 17. 2022

꿈, 어릴 적

기억을 더듬어 나를 찾아보는 시간


이번에는 어릴 적 꿈을 돌이켜 보다. 실마리를 찾기 위해서이다. 지금까지 해왔던 일들과 어릴 적 꿈의 상관관계, 정말 원하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일까에 대한 의문에의 답변. 


나는 어떤 사람인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꿈을 꿨는지 기억해내는 이 시간을 갖기까지 왜 이렇게 오래 걸렸을까? 한 번쯤은 나 자신과 마주 보고 나누었어야 할 대화이다. 

사는 대로 사는 것이 아닌 목표가 있는 삶을 살아가기 위한 작업이다. 100세 시대 인생의 반도 살지 않은 지금도 늦지 않았다고 판단되기에….

도대체 어떤 꿈들을 이야기하면 살아왔을까? 기억을 더듬는 일은 나부터가 흥미롭다.    


  


교실 안이다. 그날의 자신의 꿈을 이야기하는 날이었다. 각자 노트에 자신의 꿈을 적기 시작한다. 그리고 발표시간, 가장 먼저 손을 든 친구는 꿈이 선생님이다. 그리고 이어서 과학자, 그리고 선생님, 그리고 선생님……. 왜 다 비슷하지? 그때 당시는 지금처럼 의사나 변호사를 꿈꾸던 친구는 많지 않았던 것 같다. 바닷가 작은 마을의 환경 탓도 있었으리라. 특별히 어디를 가지 않고 주변에 보이는 어른들이 어부이거나 선장, 혹은 잡아 온 생선을 파시는 분들이었다. 그 동네에선 선장 집 아이가 최고였다. 

대부분 아이가 말하는 선생님은 하기 싫고, 그렇다고 내가 과학자? 그건 아닌 것 같고, 한참을 고민하다가 내려쓴 세 음절로 된 단어. 

발표하자마자 비웃음을 샀던 그 직업. 그때가 초등 2~3학년 때쯤이었던 것 같은 지금까지도 교실 안 장면이 생생하게 남아있다.      


“제 꿈은 대통령입니다.”     

그때 이후로 실제로 대통령을 꿈꿔본 적은 없다. 현실적으로 이루기 힘든 꿈이라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기에. 꿈을 제대로 꿔 본 적이 없는 어린아이의 즉흥 답변이었다.           



황당한 꿈을 꾼 건 그때가 마지막이 아니었다. 어쩌면 초등학교 교실 안에서 말한 “대통령입니다”가 시발점이 된 것 같다. 중학교 2학년 때였다. 교실 한 가운데 나와 두 친구가 보인다. 스케치북을 꺼내 들고 무언가 열심히 그리고 있다. 5층 건물이다.      

“여기 봐봐, 은미야. 그러니깐 여기 1층이 미용실이야, 그리고 2층부터 5층까지는 신발, 옷, 액세서리 같은 것을 파는 곳이야. 이 건물에 들어오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해결돼. 우리 할머니가 돈이 좀 많으시거든. 내가 고등학교 졸업하면 분명 그 돈 나한테 줄 거니깐, 내가 이런 건물 지어둘 테니 너는 1층에 와서 미용 실해, 미용 자격증 꼭 따 둬.”     

중학교 시절에는 교실에서 1~2등을 할 정도로 공부를 잘했다. 기억이 그렇다. 담임선생님의 귀염을 받으며 교무실 한쪽에서 수학 선생님의 특별 과외를 받을 정도였다. 그런데 왜 저런 허황한 이야기를 하는 장면이 떠오를 것일까. 

특유의 오지라퍼 성격은 이때도 있었던 듯하다. 우리 반에는 공부에 손을 놓았던 두 친구가 있었다. 1 교실부터 마치는 시간까지 자느라 바쁘다. 한두 번은 선생님들도 꾸지람도 하시고 깨어보기도 하셨지만, 결국엔 포기하신다. 

보다 못한 내가 나선다.

 “너희들 나중에 뭐할 거야?”

이런 오지라퍼, 자기 앞가림도 못 하면서 이건 무슨 교장 선생님 같은 질문인지. 

“우리, 미용학원 다닐 거야.”

“대학 안 갈 거야.”

“대학 안 가. 미용실 다닐 거야.”     

이 대화가 있고 난 이후부터 저 친구들을 내가 도와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 꼭 자격증을 따게 해서 미용사로 당당히 일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절친이라고 할 수는 없었지만 챙겨주고 싶었던 친구들이었던 것 같다.      

“우리 할머니가 땅이 좀 있거든. 그게 좀 많아. 부자야.”

그렇게 믿고 싶었나 보다. 부모님께서 가끔 할머니 땅 이야기를 하시는 걸 엿듣고 나름대로 상상의 나래를 펼친 것 같다. 그리고 맏손녀인 나에게 모두 줄 것이라고까지.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당시 그림을 그리고 이야기 나눈 사업형태가 지금의 동대문 두타나 밀레오레 정도 된다. 동대문에 처음 간 날, 그 건물들을 심장이 마구 뛰었다. 마치 아이디어를 도용당한 사람처럼.      

지금까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 구상들이 꽤 많다. 그중에는 실제로 다른 사람들이 시작한 것도 몇 건 되고, 비웃음을 산 계획들도 많다. 오늘도 가상세계에서 수업하는 모습을 꿈꾸고 이야기 나누느라 오전 시간을 어떻게 보냈는지 모르겠다. 가르치는 일과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일을 접목하는 사업을 하면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결국에는 내 안에 모든 것이 있었다. 기억을 더듬는 시간이 소중하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요즘 평소 하지 않던 짓을 자주 한다. 낮잠을 잔다든지 틈만 나면 누우려 한다든지….

피로가 겹친 것이겠지 쉴 땐 쉬어가자는 생각을 하던 찰나, ‘사실은 그게 아니잖아’라며 내면의 소리가 말을 한다. “그게 아니잖아. 마주하기 힘든 거잖아. 요즘 계속되는 현실 마주보기가 거북한 거잖아. 생각했던 것보다 실망스러운 현실이 보기 힘든 거잖아.”

그래, 맞다. 사실은 힘들다. 그래도 이 나이쯤 되면 무언가 이러이러한 사람이라고 설명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뤄둔 거 하나 없이 다른 사람들과 비교되는 삶을 살고 있을 뿐이다. 열심히만 살았던 결과이다. 목표가 빠진 근면은 말 그대로 ‘삽질’이다. 

그 ‘삽질’을 그만두기 위해 마주 보는 연습을 하려 애쓴다. 애쓴다는 표현이 맞다. 거북하기에 애쓰며 바라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쓰며 힘들지만 찾아야 한다. 엉뚱한 곳을 파고 있는 나를, 그리고 목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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