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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잡스 유진 May 13. 2022

부모의 마음, 아이의 마음

이럴 땐 어떻게....

오후, 낯선 번호로 전화가 걸려온다. 

"안녕하세요? 민성이 어머님이세요?"

"네, 안녕하세요. 민성이엄마 맞습니다."

"같은 반, 준이 엄마인데요."

가슴이 철렁하고 내려 앉는다. 

아이들이  어릴때부터 일을 했었던 지라 같은 반 어머니로부터 개인적으로 전화를 받아본 기억이 없다. 

'무슨일일까. 혹시나 친구를 괴롭힌 걸까?'

짧은 몇 초 동안 여러생각이 스쳐지나갔다.

"다름이 아니라,,,,"

약간의 울먹이는 목소리였다. 

이제는 궁금증이 아닌 불안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저희 아이가 민성이를 때렸습니다."

"아, 그래요?"

아들이 맞았다는 말에 아이러니하게도 밝은 톤의 목소리가 나왔다. 

때리지 않고 맞았다는 것에 차라리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일까.  안도의 마음마저 들었다. 

떨리는 목소리에 매우 불안해보이는 어머님을 진정시키고 아들에게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물었다. 


아이의 친구 준이는 무슨 여유에서인지 위클래스에서 주기적으로 상담을 받고 있는 친구라고 했다. 

그러고 보니 몇 주전 아들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준이라는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랑 놀아주려고 위클래스에서 같이 보드게임도 하고 시간을 보낸다고...한번은 준이 어머님이 학교로 찾아오셔서 우셨다고..

잠들기 직전에 들은 이야기라 '그렇구나'는 짧은 대답을 해었던 그때의 이야기가 생각이 난 것이다. 


"맞기는 맞았는데 아프지 않고 다치지 않았어요. 옆에 있는 친구는 머리를 뜯기고 준이가 꼬집기도 해서 그 친구가 더 아팠을 거에요."

"진짜 안 다친 거 맞아?"

"네, 괜찮아요. 저 학원다녀올게요."

"어, 그래."


그리고 30여분이 지난 후에 담임선생님으로 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어머님, 안녕하세요. 민성이 담임입니다. 제가 먼저 전화를 드렸어야 했는데 준이어머님과 먼저 통화가 되셨다고 들었습니다. 많이 놀라셨죠?"

"네, 선생님. 안녕하세요. 민성이 한테 이야기를 들었는데 안다쳤다고 괜찮다고 하네요."

"민성이가 좀 의젓하고 친구들도 잘 챙기고 해서 제가 준이를 좀 부탁한 점도 있었거든요. 정말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선생님. 민성이도 이번일을 겪어보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배웠을 거에요. 준이어머님도 많이 놀라시고 선생님도 이것저것 바쁘게 상황처리 하셔야 할 것 같은데 저는 괜찮습니다.  저녁에 민성이와 다시 이야기 해볼게요."

"이해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어머님"


그리고 남편에게 간단하게 문자로 상황을 알렸더니 바로 전화가 왔다. 

"그게 그렇게 넘길 일이 맞을까?"

"뭐가요?"

"아니, 내말은 민성이의 마음을 물어봐야 하는 게 아닌가 하고."

"아..."

"그냥 괜찮다고는 하는데 실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건 아닌가 하고..참는 거에 익숙해져 있는 아이라 걱정스럽네."

"음..그건 그래."

"지금은 다친 곳 없이 잘 넘어 갔지만, 혹시나 나중에 큰 사고로 이어질까봐 그것도 걱정스럽고."


민성이는 집에서도 참을성이 가장 많은 아이다. 위의 연년생 누나와 아래의 천방지축 동생에게서 받는 스트레스를 혼자 감내하는 아이. 그럼에도 늘 괜찮다고 하는 아이. 그게 부모의 눈에만 보여 안타까운 아이. 

"민성이하고 다시 이야기 해 볼게요."

뭔지 모르게 미안한 마음이 물밀듯 밀려왔다. 맞았다고 하는데 아이의 마음은 생각지도 않고 괜찮다고 한 부모. 정말 아이를 생각하는 부모가 맞을까. 


재차 아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민성아. 너 정말 괜찮니?"

"네, 괜찮아요. 다친곳도 없고 아프지도 않아요."

"혹시, 준이라는 친구, 선생님부탁으로 너가 마지못해 같이 놀아주는 거야? 스트레스 받거나 하는 건 아니고?"

"가끔 스트레스 받을 때가 있지만, 제가 좋아서 하는 거에요."

"그래, 알았다. 민성아, 집가서 다시 이야기해."


준이라는 친구는 분노 조절이 힘든 아이라고 한다. 평소에 잘 지내다가도 화가 나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분노를 표출한다고 한다. 알고 보니 오늘이 처음있는 일은 아닌데 지난번보다 정도가 심해진 것이다.


집으로 돌아와 아들하고 다시 이야기를 나눴다.

"민성이는 준이라는 친구를 계속 돕고 싶어?"

"네, 준이 괜찮은 친구에요. 가끔 수업시간에 일어나서 춤을 추거나, 수업을 듣지 않고 집으로 가거나 그러긴 하는데 평소에는 괜찮아요."

"그런데, 오늘같은 일이 또 있을까봐. 걱정스러워서. 그럼 이렇게 하자, 저가 보기에 준이가 오늘과 같은 상황처럼 화가 나 있으면 가까이 다가가서 말리려 들지말고 선생님을 부르는 걸로."

"네, 그럴게요."

그렇게 이야기를 마무리 지었다. 


그리고 그날 밤 잠자리에서는 준이 어머님이 생각났다. 

'학교에 오셔서 울고 가셨어요.'

이 말이 머리를 스쳐 지나가며 같은 엄마로써 마음이 아파왔다. 

'얼마나 마음이 아플까. 얼마나 걱정스러울까'

  

이런 상황이 처음이라 잘 대처를 했는지는 사실 모르겠다. 

하지만, 아들의 마음도 그리고 준이의 어머님의 마음도 한번에 포용하기에는 마음그릇이 작은 나에게는 버거운 일이었다. 


진정 아들을 위한 일이 무엇인지 자꾸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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