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생각잡스 유진 Aug 18. 2022

인상으로 손해보는 이들을 위한 심심한 위로의 글

"화났어요?"

"저요."

아닌데....

웃음기 없는 얼굴로 앉아 있으면 식구들이나 같이 일하는 선생님들 혹은 주변 지인들에게 종종 듣는 이야기 이다. 


얼마전 밤늦은 시간 잠이 오지 않아 평소 보지 않는 텔레비전 전원을 켰다. 라디오스타라는 프로그램에 몇몇 작품에서 봤던 양현민이라는 배우가 나왔다.

"얼굴때문에 신분증 검사를 당한 적도 있어요. 신창원과 닮았다고요."

무슨 이야기인가 귀를 채널을 멈추고 들어보니 고등학생 시절, 당시 인천에서 거주하고 있었던 현민씨는 친구와 서울구경을 갔다고 한다. 그때 마침 범죄자 신창원이 탈옥을 해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다. 지나가던 경찰이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신분증을 보여달라고 했다고 한다. 그 외에도 그냥 쳐다봤을 뿐인데 왜 노려보냐는 둥 인상으로 인해 오해를 받았던 소소한 에피소드들을 들려주었다. 


'비슷한 말을 자주 들었던 것 같은데....'

내 이야기이다. 

동그랗고 속쌍꺼풀이 있는 눈의 엄마, 오똑하고 날렵한 코를 가진 아버지. 우월한 유전자들만 피해서 날카롭게 매서운 눈매, 꺼지고 펑퍼짐한 코를 물려 받은 나. 나 말이다. 

코는 그렇다 쳐도 눈이 얼굴 전체 이미지에 크나큰 역할을 하는데 그냥 딱봐도 못된 아이이다. 

초등 3,4학년이 되어서 부터 알았던 것 같다. 눈이 무섭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어서 나라는 존재를 알게된 나이가 되어서 부터 의식하게 되었다. 그때부터였던가. 실없이 먼저 웃고 말도 안되는 과장된 몸짓에 웃기는 이야기를 하는 성격으로 바뀐 것이. 내가 못된 아이가 아니라는 증명을 하기 위한 몸부림처럼 말이다. 


'알고 보니 좋은 아이이다.'

'재밌는 아이야.'

'같이 있으면 유쾌해.'

시간을 두고 사귐을 가진 이들로 부터 듣는 이야기이다. 

가끔은 이런 실없이 웃는 좋아보이는 모습에 사기부터 치려고 달려드는 이들도 종종 있다. 인상을 바꿔보려고 무단히 노력했던 것 같다. 


"가만히 있으면 스마트해 보여."

"무슨말이야?"

"아니, 그렇다고. 말 안하고 가만히 있으면 지적으로 보여."

"그래?"

"어, 내가 그래서 반했잖아. 지적이어서."

"아~."

남편의 말이다. 가만히 있으면 지적으로 보이는 모습. 즉 차가워보인다는 말을 에둘러 좋게 표현해 준 것이다. 좋은 인상으로 보이기 위해 뒤트임에 쌍수까지 했건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그래, 본판불변의 법칙이라는 게 있었지. 전체적인 이미지는 화장술이나 수술로도 커버가 안되나 보다. 


지금도 차가운 인상을 남기지 않으려 노.력. 중이다. 본심과는 다르게 첫인상으로 인해 다가오지 못하는 사람들이 없었음 하는 바램이다. 

그런데, 가끔은 이런 단점도 장점이 되는 순간들이 있다. 

낯선 모임에 참석해서 조용히 있다가 그냥 오고 싶을 때 차가워보이는 인상은 톡톡히 제 몫을 해준다. 선뜻 말을 걸어오는 사람들이 없다. 

그리고 지금 하는 일. 교육업. 이런 인상이 이상하리만큼 통할 때가 있다

"선생님. 무서워보이셔서 정말 마음에 듭니다."

"네? 저 아직 가르치는 모습 보여드리지도 않았는데...."

차가워보이고 화가 난 듯한 인상에 무언가 내면 가득히 차 있는 내공이 있는 듯 보이나 보다. 남편말대로 지적으로 보이나?


인생 경력이 조금 쌓였다고 이제는 자리를 봐가며 평생하던 노력도 달리 한다. 적극적으로 인상과 달리 꽤나 괜찮은 사람이란 것을 어필해야 하는 자리,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있고 싶은 자리, 단점을 더 부각시키고 화가 나지 않아도 화난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자리. 


단점이 장점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깨달은 것만 해도 크나큰 소득이다만은 의도와는 달리 첫인상에 도망가는 사람들이 많이 없길 바랄 뿐이다. 

작가의 이전글 시간이 없는 아이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