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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잡스 유진 Sep 25. 2022

슬럼프가 뭐에요?

나에게도 슬그머니 찾아 온 적이 있었지. 

"언니, 매일 그렇게 텐션이 넘쳐?"

"웅, 거의 그래."

막내동생이 통화중에 물어온다. 


매일 에너지가 넘친다. 넘치다 못해 가끔은 술을 마셨냐는 말도 자주 듣는다. 술 안 마시고 술취한 사람마냥 신이 나는 사람, 바로 나다. 

어릴 때부터의 기질이 그랬던 사람이다. 매일 기분이 좋다. 그냥. 마냥..

그랬던 나도 한동안 우울이라는 아이를 등에 업고 살았던 적이 있다. 

어떠한 환경에서도 탁월한 적응력을 발휘하는데 출산 앞에서는 여지없이 기존 성향도 소용없었다. 

환경이 변해도 너무 변했기 때문일테지. 혼자였다가 둘이 된 상황을 적응하느라 1년이 조금 지난 시점에 준비없이 된 엄마는 힘겨웠다. 우울했다. 

살은 30키로 이상 쪄서 거울 속에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서 있다. 화장을 해도 소아과와 동네 마트 외에는 갈 곳이 없다. 정장 스타일을 좋아했는데 그걸 입고 아기를 업고 나갈 수도 없고 유모차를 끌고 동네 산책을 하면 더 웃기는 상황. 혹여나 민감한 아이얼굴에 트러블이 생길까 보드라운 면티만 입고 다녔던 그때. 

6개월까지는 어떻게든 버텼는데 그 이상 나에게 이런 생활을 하라고 하면 넘치는 텐션이 돌아버림으로 변할 것 같은 내자신이 가장 무서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렇게 살려고 살아내려고 아이를 업고 남대문 옷장사도 해보고 공부방도 시작하게 된 것이다. 

돌도 안된 아이를 맡기고 나가는 마음은 쓰라렸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었다. 말도 통하지 않는 아이와 대화를 하고 하루종일 움직여도 티나지 않는 집안 살림살이에 청소하듯 쓸려 없어져버릴 것 같았다. 

잘 살고 싶었다. 단지.


"아이와 함께 크고 싶습니다."

공부방을 오픈하겠다고 결심한 후 본부의 본부장님과의 면접에서 했던 말이다. 

사실이었다. 아이를 키우겠다는 생각보다 아이와 함께 커가는 그런 엄마가 되고 싶었다. 나를 잃지 않으며 아이들도 잘 키우고 싶은 어찌보면 큰 욕심을 갖게 된 것이다. 

지금도 여전히 나와 아이들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다. 

나의 성장에 힘을 쏟느라 아이들을 미처 돌보지 못한다고 느낄 때도 있지만 아이들은 분명 알아줄 것이다. 

엄마의 노력을. 


조금씩 옛날 텐션을 찾아가고 있는 중이다. 

70프로는 돌아온 듯 하다. 지치지 않는 에너지와 마구마구 샘솟는 긍정의 생각들. 

쉬지 않고 일했고 놓지 않고 배웠다. 당장 써먹지 못할 것들도 배워가며 나의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아이들을 키우며 사람들을 만나 새로운 경험을 하기는 힘들었지만 책 속에서 대리만족을 했다. 


그동안 어떻게 견뎠지라고 생각해보면 딱 한가지이다. 

꿈이었다. 

꿈을 지키고 싶어서 나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다해 살아왔다. 내가 없으면 꿈꾸던 것들은 소용없다. 가정과 일과 그리고 꿈을 공존시키며 잘 살아가고 싶다. 단지, 잘 살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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