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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잡스 유진 Dec 28. 2022

두꺼비를 찾습니다.

라라프로젝트 일상수집일기

"우와, 대박.........."


월급날 아침, 나는 분명히 보았다.

예상했던 것보다 조금 더 들어온 금액을 말이다.  

대박이라는 감탄사는 그 금액을 보고 뱉은 것은 아니다. 

월급이 들어온 이후에 일어난 일들을 보고서 나도 모르게 나온말이다. 




신혼 때부터 남편의 월급을 받아본 적이 없다.

오랫동안 각자 벌어 생활해온 습관 덕에 육체적, 정신적 결혼은 성사가 되었지만 금전적 결혼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결혼생활 1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하다. 남편의 월급이 얼마나 되는지, 어디에 쓰이는지 모른다. 알고 싶지도 않다. 알려고 들면 내 돈마저 관리하려 들것임에 틀림없다. 오픈하고 싶지 않은 부부의 세계, 아니 금전의 세계이다. 


부부(不 附),

갑자기 왜 이런 조합의 한자어가 생각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닐부 붙을부, 돈이 서로 합쳐지지 않는? 붙지 않는?


그렇다고 오해는 하지 마시길, 우린, 금쪽같은 아이들 셋이나 낳은 금슬좋은 부부임에도 틀림없다.

금전의 영역에 교집합이 없을 뿐.


돈에 대한 관점이 첫 단추부터가 다르다. 

남편은 들어오는 수입을 아끼고 아껴서 씨드머니를 만들자는 것이고, 나는 너무 아끼면서 살고 싶지는 않으니 어떻게든 수입을 늘리도록 움직이자는 생각을 가졌다. 호화, 사치스럽게 사는 것도 아니고 아이들 잘먹이고 조금 편하게 생활하자는 정도인데 그마저도 안된다면 돈벌이의 즐거움마저 뺏기는 듯해서 이다. 

그래서 안보여준다. 내 통장.

그리고 안본다. 당신의 통장. 


서두가 길었다. 

이 얘길 하려고 한게 아닌데, 분명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통장이 텅장이 되어 가는 과정을 보며 나도 모르게 나온 감탄사이다. 

'그 많던 월급은 누가 다 가져갔나. '

박완서 선생님의 책제목과 오버랩시킬 여유가 있는 거 보니, 큰 충격은 아닌가 보다. 실소가 나올뿐.

매달 있어 왔던 일이지만, 그동안은 알고도 들여다보지 않은 사실들을 자세히 보니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숨만 쉬고 있어도 돈이 나간다는 말이 바로 이것이구나. 

통장에 돈이 찬지 반나절도 되지 않아 절반으로 줄어든다. 

카드대금에 공과금, 신문대금.....가지수도 많고 금액도 다양하다. 


"이건 뭐, 현대판 콩쥐팥쥐전이네."

열심히 일해서 번 돈이 독 안에서 줄줄 새고 있다. 콩쥐는 열심히 일하고 밭을 갈고 물을 길었거만, 밑빠진 독 안의 물은 줄줄 새어가고, 그 사실을 모르는 콩쥐는 그저 열심히 할뿐. 어서 채우고 파티에 가야하는데, 채워도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독안을 들여다 보니 하염없이 눈물만 흐른다. 


그때!!!!

물이 차오르기 시작한다. 갑자기

어딘선가 나타난 두꺼비가 깨진 독을 온몸으로 막아 물이 새지 않게 한다. 


바로 이거다~!!!!

나의 두꺼비를 찾자. 

깨진 독을 온몸으로 막아줄 두꺼비.

월급이 들어오면 두꺼비에게 먼저 줘야겠다. 

돈이 다 새기 전에.


그래서 생각한 것이 금두꺼비 투자이다. 

참 단순하다. 

나란 사람도. 

매달 일정금액을 금두꺼비 투자를 위해 떼어놓기로!!



두꺼비야 두꺼비야. 

나의 독을 가득 채워주렴. 

파티 좀 가보자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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