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군대 이야기. 04
ROTC를 최종합격하면 대학교 2학년 겨울방학 기간에 기초군사훈련을 받아야 한다.
우리는 이 시기에 '가입단자'로 불리었으며, 각 학군단에서는 성공적으로 기초군사훈련을 이수할 수 있도록 사전에 집체교육을 실시하였다.
장교가 되고자 하는 열정 하나로 똘똘 뭉친 26명의 어설프지만,
최선을 다했던 가입단자 집체교육 중에 있었던 이야기를 풀어볼까 한다.
"야 빨리 입자"
"나 이거 벨트 안 들어가! 봐줘"
"끝! 나 다 입음. 도와줄게"
26명의 짧은 머리를 한 청년들은 학군단 강의실에 모여 사복에서 전투복으로 급하게 갈아입고 있었다.
"동작 그만"
곧 임관을 앞에 둔 4학년 선배의 차가운 한마디에 강의실의 모든 사람은 행동을 멈추고 굳어버렸다.
나는 전투복 하의를 입고 있었는데, 흡사 예능 '진짜사나이'에 나온 장면처럼 바지에서 손을 놓으며 허리를 폈고, 바지는 아래로 흘러 벨트가 바닥에 닿아 한층 더 차가운 소리가 강의실에 울렸다.
- 스르륵.. 탁!..
선배는 2분의 시간을 부여했는데도 환복을 다 못했냐며 무거운 분위기를 잡고 있었지만,
나는 나의 처량한 상태를 주변 동기들이 보고 있다는 생각에 부끄러움이 몰려왔다. 그렇게 주변을 둘러보는데, 나와 같은 빤스차림의 동기들이 몇몇 더 있었고 묘한 동질감과 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 이후 전투복을 입고 학교 운동장에 모여 '제식' 과목을 배우기 시작했다.
"앞으로~~ 가!!"
"좌향 앞으로~~ 가!!"
"뒤로 돌아~~ 가!!"
한 명씩 돌아가며 지휘를 하고 나머지는 대열을 이루어 지휘에 따라 제식동작을 연습했다.
"제자리~ 제자리 걸어~~ 가!"
"제자리에~~ 서!"
나는 어릴 적부터 군에 관심이 많았기에 제식훈련에 대해 기초적인 지식이 있었고,
덕분에 무난하게 지휘 연습을 잘 끝냈다.
그리고 이제 동기들 중에서 열정 넘치고 해맑은 웃음으로,
항상 좋은 분위기를 만드는 효동이의 차례가 왔다.
시간이 흐르면서 동기들 모두 동작과 구령에 익숙해지고 어느새 척척 한 몸처럼 동작이 맞아가는 것이 느껴져서 뿌듯했다. 이제 슬슬 마지막 제자리에 서서 끝내는 단계까지 왔다.
모두가 효동이의 마지막 구령에 귀를 기울였다.
"제자리~ 제자리에~~~~~"
어? 이상하다. 예령(예비구령)이 생각보다 길었고, 그의 목소리는 자신감을 잃고 더 길게 늘어졌다.
'제자리 걸어 가' 후에 '제자리에 서'라는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생각과 달라지자 당황스러웠다.
"제자리에~~~~ 어... 어?.... 머... 멈춰어!!!!"
애절한 그의 마지막 구령은 절규와도 같았다.
대열이 흐트러지며 모두가 웃음바다가 되었고, 너무 웃겨서 눈물까지 흘렀다.
"크크킄 머... 멈춰어어!!"
"머험...!! 모험 춰어!!!!"
교육이 끝나고 강의실에 돌아와 동기들이 각자만의 방식으로 효동이를 따라 하기 시작했다.
순간 구령이 생각이 안 나서 당황했고, 얼떨결에 멈춰라고 말이 나왔다는데,
처음이고 어색하니까 그럴 수 있다며 위로를 했지만 그래도 웃긴 건 어쩔 수 없었다.
이날의 멈춰 에피소드는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동기들과 만나면 항상 회자되는 웃긴 이야기로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