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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어도 괜찮아, 달려봐

동기부여 성장기. 02

by 윤명

2004년 대하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을 보면서 군 장교의 꿈을 키웠다.

어릴 적부터 매번 장래희망 칸에는 '장교'라는 단어가 적혀있었는데, 정작 꿈을 이루기 위한 노력은 없었던 것 같다. 그렇게 해맑게 놀기 바빴던 중학생 시절 필자는 부모님의 근심과 걱정을 안은 채, 실업계 공업고등학교로 진학을 했다. 무서운 이미지의 공고 생활은 생각과 달리, 순수하고 웃음 많은 친구들과 함께 즐겁게 시간을 보냈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새 고3이 되어 있었다.


"지금 와서 장교가 되려면...."


육군사관학교, 3 사관학교, ROTC 이 3가지가 대표적인 장교가 되기 위한 길이었고 그중에서 선택할 수 있는 것은 현실적으로 3 사관학교와 ROTC였다. 그렇게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입시를 준비하기 시작했고 필자는 스스로가 좋아하는 분야를 전공하면서 대학 생활을 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군인은 체력이 좋아야 하고, 내가 태권도를 좋아하니 태권도학과에 가야겠다!"


매일 하교 후에 태권도장에 가서 운동했던 모습을 떠올리며, 나름의 연관성을 만들어 태권도 전공으로 진학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하루 2-3시간 태권도를 한다고 해서 갑자기 대학교에 갈 수는 없는 상황이었고, 체대 입시로 보았을 때 고3 여름방학이면 많이 늦은 시기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나는 태권도 입시에 대한 학원을 혼자 알아보았고, 인천에 있는 태권도 전문 입시 학원에 오디션을 보러 가게 되었다.

집에서 1시간 30분가량 걸리는 거리를 엄마와 함께 한 손에는 도복을 들고 떨리는 마음으로 학원으로 향했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간절함을 느끼기 시작하게 된 순간이 아닐까 생각했다. 19살에 느낀 첫 간절함.


엄마와 처음 보는 사람들, 카메라 앞에서 지금까지 익혀 온 태권도를 하기 시작했고 최선을 다해서 땀을 흘리고 큰 목소리로 기합을 넣어가며, 품새와 발차기를 선보였다. 오디션이 다 끝나고 입시 학원의 감독님께서는 필자에게 걸어와 두 손으로 양 어깨를 감싸 쥐며 말씀하셨다.


"왜 이제 왔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묘한 감정과 도전했다는 것에 대한 첫 성취감. 어쩌면 남들보다 이러한 마음과 감정을 느끼는 시점이 늦었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뭐 어떠한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그 뒤로 남은 고등학교 3학년 생활과 방학기간에는 태권도 입시 도장에서 평일, 주말 가릴 것 없이 살다시피 하며 지냈고 끈끈한 우정을 나눈 동기, 선 후배들과 땀과 눈물을 나눠 흘리며 열심히 운동을 했다. 그리고 원하던 대학교 두 곳에 합격하여 선택해서 대학교에 진학을 하게 되었다.




늦었다고 생각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전하고 싶었고 이뤄내고 싶었다. 필자가 그리고 있는 꿈에 직접적으로 걸어가는 첫 계단을 오르고 있다는 생각을 하며,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힘든 운동량과 입시가 걸린 시합 성적에 대한 부담감들을 이겨내며 결국 이루었다.


혹 지금 이 순간, 두려움이나 의문점을 가지고 달리기를 주저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필자는 자신 있게 달려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넘어지고 늦어지더라도, 달리고 있는 그 순간이 당신을 더 강하고 단단하게 만들어 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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