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학군교의 괴담 이야기

좌충우돌 군대 이야기. 05

by 윤명

이 이야기는 ROTC 학군사관후보생들이 매 방학마다 훈련을 받는, 이른바

후보생들의 '모교'인 육군학생군사학교에 떠도는 괴담 이야기이다.


정식 훈련을 위해 육군학생군사학교(학군교)에 입소하기 전, 대학 학군단에서 일정 기간

집체교육을 받는 기간이었다.


"학군교는 무서운 이야기 없나?"


저녁 식사 후 강의실에 모여 자습을 하고 있었는데, 심심하던 찰나 혼잣말을 던졌다.


"야야 그거 알아? 학군교 괴담?"


한 동기가 나의 혼잣말을 완벽한 타이밍에 맞춰 티키타카로 만들어주었고,

주변의 동기들은 모두 귀를 기울여 홀리듯이 학군교의 괴담을 듣기 시작했다.


- 이야기의 시작은 이러하다.


학군교는 ROTC 후보생의 교육 외에도 준사관, 학사사관 등 다양한 분야의 군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그렇기에 매우 넓고 좋은 시설을 보유하고 있는데, 문제점은 넓어도 너무 넓다는 것이다.

훈련기간이 끝나면 수많은 교육생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학군교 소속의 간부와 병사들만이 남아있다고 한다.


군인들의 땀과 열정이 묻어있었던 생활관과 복도에는 차가운 기운이 감돌고 공기마저 숨을 죽이고 있는 기간이다. 어느 날 새벽, 평소와 같이 불침번 근무를 하는 한 병사의 귀에 익숙한 소리가 들려왔다.


- 솨아아아아..


샤워기에서 나는 소리다. 병사는 소리가 나는 쪽으로 걸어갔고 샤워기에서 나오는 물소리는 점점 강해졌다.


- 끼익

- 뚝... 뚝... 뚝...


샤워실의 문을 열자마자 거짓말처럼 샤워기의 물이 끊겼고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병사는 소름이 돋은 채 자리를 박차고 뛰어나와 행정반으로 달려갔고, 당직사관에게 본인이 겪은 현상을 공포에 질린 채 설명했다.


이번에는 당직사관이 소리의 근원지를 확인하기 위해 샤워실로 이동하기 시작했는데,

저 멀리서 또다시 샤워기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 솨아아아아..


샤워실에 가까워질수록 물소리는 강하게 들리기 시작했고, 당직사관은 문 앞에 다다랐다.

분명 사람이 물을 틀고 씻고 있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당직사관은 깊은숨을 들이켠 채 문을 빠르게 열었고, 순간 거짓말처럼 물소리가 끊기고 공포스러운

물방울 소리만 샤워실에 가득 울려왔다.


- 뚝... 뚝... 뚝...


당직사관은 공포심을 억누르며 샤워실의 문을 닫고 행정반으로 되돌아가려는 찰나,

그때 샤워실에서는 다시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했고 당직사관은 온몸에 소름이 돋은 채 겁에 질려 도망쳤다고 한다.


이렇게 동기의 무서운 괴담은 끝이 났고 반응은 각기 달랐다.


"와~~~ 닭살 돋아 개 무섭다 진짜로"

"이게 무서워? 도대체 어디가?"


한줄평처럼 한 명씩 괴담을 들은 후기를 말하다가 마지막에 내 차례가 되었고,

자연스럽게 나에게 시선이 쏠렸다.


최대한 표정의 변화 없이, 시크하게 대답했다.


"난 별로? 훈련 가면 4주 동안 샤워는 안 해야겠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