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고향은 '의왕'입니다

좌충우돌 군대 이야기. 01

by 윤명

군인의 꿈을 이루기 위한 첫걸음. ROTC

멋지게 합격해서 2학년 겨울방학 기초군사훈련을 마치고 3학년 3월.

정식으로 학군단에 입단하여 학생군사후보생이 되었다.


군기가 바짝 올랐던 4월의 어느 날.

'서해 수호의 날'이라는 기념행사를 하기 위해 3, 4학년과 학군단의 모든 간부들이 강의실에 모였다.


맨 마지막으로 단장님께서 들어오셨고 4학년 대대장 후보생 선배가 신고를 했다.

그리고 단장님은 교육을 시작하기 전에 모두에게 질문을 던지셨다.


"서해 수호의 날이 무엇을 기리는 것인지 아는 사람, 대답해 봐"


긴 침묵이 이어졌고, 단장님은 이어서 앞자리에 앉은 선배 한 명을 가리키며 말씀하셨다.


"너, 대답해 봐"


선배는 머뭇거리며 대답을 하지 못했고, 시간이 멈춘 것과 같이 정적이 이어졌다.

그러자 단장님께서는 한숨을 쉬시면서 선배에게 물으셨다.


"너 어디 살아!"

"예!, 안양입니다!"

"야! 안양 주변에 사는 놈 있으면, 지원해서 대답해 봐!"


갑자기 연고지를 물으시고 모든 후보생을 바라보며 주변에 사는 사람에게 발언권을 넘기셨고,

그때 당시 서해 수호의 날이 무엇인 지 알고 있으며 군 생활에 뜻이 있는 나는 열정 넘치는 목소리로

자신감 있게 손을 들며 말했다.


"사관후보생 윤탕헌! 제가 말해보겠습니다!"


"어? 그래, 너는 어디 살아"


"경기도 의왕입니다!"


"의왕? 의와아앙?? 그래, 의와아앙~ 너 말해봐라"


단장님께서는 의왕이라는 단어에 웃음기를 섞어 길게 늘어지는 말투로 말씀하셨고,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간 나는 3~4초 정도 고민을 하다가 대답했다.


"의.... 의와아아앙~~"


- 풉! 킄! 킼! 크크킄! 흐끅끆!


동시에 모든 선배, 동기, 심지어 간부님들까지 웃음을 참거나, 혹은 참지 못해 흐느끼고 있었고 단장님께서도 멋쩍은 웃음을 보이셨다.


단장님께서는 내 옆에 앉은 선배에게 오른손을 들고 그대로 내리치라며 장난으로 마무리하셨고,

한참의 웃음 소동이 지난 후에야 제대로 서해 수호의 날에 대해서 발언할 수 있었다.


이날 이후로 모든 학군단 구성원들이 내가 '의왕'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오랫동안 기억했고,

나만의 즐거운 에피소드로 아직까지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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