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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nny Sep 28. 2018

경애의 마음?

옮김 #6

상수는 이따금 죽은 어머니와 나눈 대화들을 맥락 없이 떠올리는데 그중 하나가 엄마, 엄마는 뭐가 어려워? 하고 물으면 어머니가 설핏 웃으면서 오늘이 어려워,라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오늘이 왜 어려워?

오늘을 넘겨야 하니까 어려워.

오늘을 넘긴다는 것은 뭐야?

오늘을 견딘다는 것이지.

 오늘을 견딘다는 것은 뭐야?

그건 오늘은 사라지지 않겠다는 거야.

오늘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건 뭐야?

내일은 어떨게 될지 모른다는 거지.

내일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건 뭐야?

내일은 사라질 수도 있다는 거야.

내일은 사라질 수 도 있다는 건 뭐야?

내일은 못 견딘다는 것이지.

내일을 못 견디면 어떻게 되는데?

내일을 넘길 수 없게 되지.

내일을 넘길 수 없으면 어떻게 해?

그러면..... 쉬워질 수도 있다는 거야.




오래간만에 추석 노동을 이틀만에 끝내고 여유로운 시간을 사흘이나 즐겼다. 덕분에  책도 보고 산책도 하고 주부 이십 년 만에 최고로 여유로운 명절을 보낸 것 같다. 이런 날도 오네 ^^ 이십 대에 시작한 치열했던  명절 노동에서  벌써 해방 되었다면 나는 행운이라고 해야 하나? 다행히 아직 함께 놀아주는 아이들이 있어서 외롭지 않지만 머지않아 외로운 명절이 될지도 모르겠다.  그건 그때 생각하고 일단 책도 보고 영화도 보고 한강공원에서 텐트 치고 막걸리도 한잔하고 정말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연휴동안 두 권의 에세이, 한 권의 소설 그리고 시집 일부를 읽었다. 맨 먼저 김소영 아나운서의 " 진작할 걸 그랬어", 책에서 결국 좋아하는 일을 찾았다고 말하는 그녀. 부러웠다. 두 번째,  와타나베 준이치의 "나는 둔감하게 살기로 했다"는 초조해하지 않고 나답게 사는 방법을 말한다. 그럴듯했다. 세 번 김금희 장편 소설 "경애의 마음"은 지난번 단편보다는 역시 스토리가 길다.. 아직 읽는 중인데 남자 주인공 상수가 암으로 돌아가신 어머니와의 대화를 떠올리는 부분을 위에 옮겨봤다. 아들에게 저런 말을 하는 엄마의 심정은 어땠을까? 얼마나 힘들었을까? 가슴이  아팠다.

마지막으로 최근 시 읽기 모임에서 추천해주신 김소연의 시집 "눈물이라는 뼈"... 어렵다 정말. 무슨 소린지 두 번 세 번 읽어보고 곱씹어봐도 모르겠다. 이래서 고등학교 국어 시험이 싫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당최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는데 시인이 말하는 게 무엇인가요? 하는 질문에 연필을 굴리듯 답을 찾았던 기억 말이다.  이제는 좀 더 성숙한 마음으로 시를 읽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여전히 어렵다.. 좀 더 읽고 또 읽어 시인의 마음을 이해할 날이 오기를 바라 볼뿐이다.


"경애의 마음"에서 상수 어머니처럼 치열하게 병마와 싸우며 하루를 버티며 견뎌내는 날들이 얼마나 힘들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내가 오늘이 어려운 이유는 단순했다. 시를 읽는 순간 날아가 버리는 나의 부족한 이해력 때문에 어려웠다. 저녁 반찬으로 장조림을 만들면서 홈쇼핑에서 나온 스팀다리미가 너무 탐나 주부 이십년 차에 새 다리미를 주문하려다 홀라당 장조림을 태워먹고 솥을 닦는 게 정말 힘들었다. 회사를 갔다 집에왔다 시장에 갔다 돌아왔다 이렇게 단순하게 하루를  보내는 게 힘들었다.   이렇게 하루를 버티고  하루를 보내다 보면 금새  겨울이 오고 새해가 되어 나이를 한 살 더 먹겠지 하는 생각이 힘들었다. 한심하지만 이렇게 자잘한 걱정으로 하루를 보낼 수 있는 걸 감사해야 하나? 다시  책을 덮고 상수 엄마의 마음을 떠올려 본다. 내일을 넘길 수 없으면 쉬워질 수도 있구나...내일도 넘기고 모레도 넘기고 싶은 마음조차 먹을 수 없는 그런 고통으로 힘들었을 상수 엄마... 우리 주변에 실제 하는 많은 분들의 이야기 같아 마음이 저린다.  오늘도 내일도 힘든 많은 분들 버텨내세요 어렵지만..저처럼 평범한 하루 버티는 많은 분들도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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