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힘들땐책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enny Oct 17. 2018

차가운 거울과 뜨거운 차 한잔

김소연 마음사전 중에서


우리는 이따금 사랑하는 사람에게 차가운 거울이 되어 마주할 때가 있다. 차가운 거울과 거울의 마주함은 끝없는 복제와  복제를 낳아 무한대의 영역 속에 서로를 가두게 한다. 그렇게 이따금 사랑하는 사람을 골똘히 마주하다 마침내 감옥에 가두고야 만다.


그러나 우리는 언제나 사랑하는 사람과 뜨거운 차 한잔을 원한다. 찻잎이나 차 열매가 물기가 하나 없이 건조된 후에야 뜨거운 물과 조우할 수 있듯이 사람도 그와 같다. 충분히 건조되었을 때에야 온몸으로 응축하고 있던 향기를 더 향기롭게 퍼뜨리는 뜨거운 차 한 잔처럼 사람의 마음과 마음이 마주한 시간도 그와 같다. 향기롭게 발산하기 위하여 나에겐 언제나 따뜻한 물과 같은 당신이 필요하다.


  




최근 읽은 김소연 시집 "눈물이라는 뼈"에서 그녀의 고통을 절절히 공감하게 되는 경지에 이르러 추가로 그녀의 책을 한 권 구입했다. 제목이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마음사전이라.. 마음을 정의할 수 있을까? 명료하게? 객관적인 사실로? 그런 의문으로 펼쳐 든 책에서 작가만의 재미있는 해석들을 발견하게 되었다. 역시 작가는 다르군..


사랑하는 사람과 차가운 거울로 마주해 끝없는 복제와 분열 속에 갇혀 버리는 인간, 물기 하나 없이 건조해진 후에 뜨거운 물로 향을 퍼뜨리는 차처럼 향기를 발산하는 인간이라니.. 정말 멋진 표현 아닌가.  말라버린 차처럼 충분히 건조되어 따뜻한 물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정말 공감 가는 표현이다. 아직 초반부를 읽고 있지만 그녀의 시처럼 말라버린 국화꽃 같은 중년의 나이에 향기를 머금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그런 바램을 가지고 차 한잔을 청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별 헤는 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