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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nny Oct 19. 2018

공空의 매혹

장 그르니에 "섬" 중에서

空의 매혹이 어떤 달리기로 이끈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이를테면 사람들이 한 발을 들고서 이쪽에서 저쪽으로 껑충껑충 뛰어다니게 하는 것도 그렇다. 그때 두려움과 매혹이 뒤섞인다. 앞서 나가기도 하고 동시에 피해 달아나기도 한다. 제자리에 그대로 있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지만 영원히 되풀이되는 이 움직임이 그 대가를 치루어야 하는 어떤 날이 오기는 온다. 곧 말없이 어떤 풍경을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욕망은 입을 다물게 된다.


홀연히 공空의 자리에 충만이 대신 들어오게 된다. 나의 삶을 다시 한번 돌아보면, 그것은 오로지 그와 같은 신적인 순간들에 이르려고 했던 어렵고 힘든 노력이었을 뿐이라고 여겨지기도 한다. 내가 어렸을 적에 땅에 반듯이 누워서 나뭇가지 사이로 하늘을 바라보느라고 너무나도 오랫동안 시간을 보내곤 했었다. 그렇게 해서 바라보았던 저 청명한 하늘에 대한 기억 때문에 내가 그 순간들에 이르려고 마음을 먹었던 것일까?


     




1994년 대학 4학년 때 후배에게 선물 받은 책을 다시 꺼내 들어 읽었다.  차 한잔이 생각나는 그런 편안한 밤에 이 책을 펴라고 메모를 남겨준지 벌써 24년이 흘렀다.  다시 읽어보니 여전히 변함없는 후배의 사랑이 느껴진다. 지금 뉴질랜드에서 딸과 함께 행복한 시간 보내고 있는 거지? 매주 한 편의 글도 보내주고 정말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구나^^


장 그르니에가 말한 공의 매혹이 절정인 가을이다. 청명한 하늘을 바라보며 공空의 자리에 충만이 가득 차는 요즘 말없이 어떤 풍경을 바라보는 것 만으로 욕망은 입을 다물게 된다는 그 말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그저 하루 종일 하늘만 쳐다보고 있어도 행복한 이 충만한 기쁨을 만끽 하시길...


공의  매혹으로 껑충껑충 뛰며 매혹과 두려움이 교차한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무언가 비면 채우고 차면 비워야하는 우리 인생이 저렇게 왼발 오른발 깡총거리는 모습은 아닐까? 요즘 미니멀리즘이 대세라고 책이니 옷장이니 다 비워내면 잠시 매혹적이지만 곧 허전해서 새옷을 사고 새책을 사는 우리 모습이려니... 아무튼 비우고나서 충만한 기쁨을 누릴수 있는 경지에 오르려면 일 비우는 연습을 시도할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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