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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nny Nov 20. 2018

인생에 여백과 바보 비용을 둘 것

김수현 에세이 "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를 읽고


디자인 작업을 인쇄할 때는 바탕을 실제 사이즈보다 살짝 크게 작업한다. 재단과정에서 오차가 생길 수 있으니 여백을 주는 거다. 그건 오차와 실수에 대한 관대함이자 안전한 결과를 위한 사람들의 노하우다.


삶도 이와 유사하다. 계획대로 딱 들어맞게 재단되는 삶은 없다. 불필요한 일에 노력을 쏟기도 하고, 한순간의 실수를 돌리기 위해 오랜 시간을 들이기도 하며, 아무리 조심해도 예상치 못한 비용이 들 때가 있다. 인생이 언제나 딱 맞을 수도, 효율적일 수 도 없다. 그러니 자책하고 후회하기보다는 실수와 오차를 위한 여백과 바보스러움에 대한 예산을 책정하는 편이 낫다.


이 정도 바보짓은 인생에 있을 수 있다고, 이 정도의 삽질은 어쩌면 필요한 과정이었다고, 인생이 언제나 효율적일 수는 없다고, 처음 살아보는 인생이라 그게 나도 좀 어려웠다고 말이다.


그 오차와 실수에 대한 관대함이 우리를 보다 안전하고 자유롭게 만들 것이다.

  



김수현 작가.. 드라마 쓰시는 분만 생각했는데 젊고 깜찍한 일러스트를 그리며 글을 써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젊은 김수현 씨의 책 신선했다. 20-30을 위한 책이라는 소개 때문에 40대인 내가 못 볼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솔직히 뭐 그림만 예쁘지 별 내용 없을 거라는 이상한 선입견을 가지고 책을 읽기 시작한 내게 작가는 시원하게 펀치를 날렸다. 나보다 나이 어린 젊은이들에게 뭘 배우겠어라는 구태의연한 사고를 가진 연장자들의 발상 자체가 꼰대라는 것, 그래서 이 책을 우습게 본 내가 예비 꼰대임을 증명했다는 것을 인정해야 했다.


아무튼 솔직 담백한 젊은 관점의 책을 읽다 보니 어디 교수님이네 철학자네 하시는 분들의 말투와 다른 게 제일 좋았다. 아마도 젊은 친구들에게 어필한 가장 큰 요인이 아닐까 싶다.  너 인생 그렇게 살지마, 이렇게 살아 뭐 이런 식의 자기 계발서에 얼마나 질리고 식상했겠는가 말이다. 그냥 바보짓 좀 해도 괜찮아, 삽질 좀 하면 어때?라는 발상 자체가 좋다. 그녀의 일러스트 중 눈에 띄는 컷만 소개하자면 요거다.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중


귀엽지 않은가? 시간 낭비 좀 하면 어떤가? 까짓 거 일 년 더 살면 되지!! 그런 자세가 얼마나 그리웠는지 모른다. 나 또한 인생을 그렇게 살아왔건만 어느 순간 내가 잘못 산건 아닐까? 후회하던 때가 얼마나 많았는지.. 얼마 전 대입을 앞둔 큰 아들이 일본 유학을 고민하며 취업문제, 비용 문제, 가족문제 등등을 심각하게 고려할 때 왠지 이성적인 엄마로서 접근이 안되고 감성적으로 이건 아닌데 하는 마음부터 들었다.  " 뭐 그런 걸 미리 고민해? 그냥 하고 싶은걸 해! 아니면 돌아오면 되지.. 인생이 계획한 데로 되는 것도 아니고 전공데로 살아지는 것도 아닌데 뭘 미리 고민해? 그냥 가고 싶으면 갔다가 아니면 돌아와. 그래야 평생 후회가 없을 거야. 네가 미련과 후회 속에 인생을 사는 걸 보고 싶진 않아"라고 얘기해 주었다. 물론 나의 이성은 돈 문제, 군대 문제, 취업문제 고려하면 그냥 여기 있는 게 나을 것 같다고 주문을 외우고 있었지만 말이다.


개인적으로 삶의 경험은 다양할수록 좋고 바보짓도 젊을 때 많이 하고 삽질도 많이 해봐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멘탈이 강한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김수현 작가의 말처럼 "낭비한 시간은 무병장수로 메워보자" 이 정도 긍정 마인드로 뭘 못해보겠는가?  젊은 사람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으려 하는 어른들에게 꼭 권장하고픈 책 그리고 어른되기를 주저하는 젊은이들에게 꼭 들려주고픈 재미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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