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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nny Nov 26. 2018

人香 사람의 향기

이기주 "말의 품격" 중에서


격과 수준을 의미하는 한자 '품品'의 구조를 뜯어보면 흥미롭다. '입구 口'가 세 개 모여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말이 쌓이고 쌓여 한 사람의 품성이 된다는 뜻이다. 사람의 체취, 사람이 지닌 고유한 '인향人香'은 분명 그 사람이 구사하는 말에서 뿜어져 나온다.


언어처럼 극단을 오가는 것도 드물다. 내 말은 누군가에게 꽃이 될 수도 있으나 반대로 창이 될 수도 있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기는커녕 손해를 입지 않으려면 더러운 말이 마음에서 떠올라 들끓을 때 입을 닫아야 한다. 말을 죽일지 살릴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 당신이 프랑스의 한 카페에서 커피를 주문한다면 한잔 값으로 얼마를 치러야 할까?'


다음은 카페에 걸려있는 메뉴판을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커피" -> 7유로

"커피 주세요" -> 4.25유로

"안녕하세요, 커피 한잔 주세요" -> 1.40 유로




"언어의 온도"라는  베스트셀러의 작가 이기주 씨의 브런치를 구독하며 외모만큼이나 품격 있게 말하는 그에 대해 호감을 가지고 있었. 그의 또 다른 책 "말의 품격"을 읽으며 역시 그 답다는 생각을 했 그의 인향은 나름 귀품이 있을거라 짐작하게 되었다. 그의 책을 읽는 동안 나 스스로의 인향은  곱씹어 볼 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나의 말은 오랫동안 밝고 경쾌하나 다소 공격적이었다. 즐겁게 얘기를 하며 좋은 기를 나누어 주는 반면 나와 다른 생각이나 사람에게 공격적인 말투가 툭툭 튀어나와 상대를 당황시키는 경우가 종종 있었으니 말이다. 나이가 들며 아이들과 대화하면서 이런 성향을 고치려고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순간순간 튀어나오는 공격적인 말투가 나조차 당황스럽다. 그럴 때 나는 이기주 작가의 말데로  말을 참는 연습을 하고 있다. 정말 화가 날 때는 일단 숨 고르기를 하고 하룻밤 동안 감정을 정리해서 다음날 말하는 훈련을 통해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중이다.


나이가 든다고 인격이, 인향이, 언어의 품격이 저절로 좋아지는 건 절대 아니다. 끊임없이 노력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진리인양 쏟아내는 많은 연장자의 품격 없는 발언들이 얼마나 우리를 화나게 하는가. 그럴 때조차 당신의 말이 틀렸소라고 맞받아치는 게 능사가 아님을 알면서 가끔씩 나이 드신 부모님께 투정 아닌 언쟁을 하는 나를 보면 아직도 멀었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보통 나이가 수록 오히려 사고가 좁아지고 본인의 입장에서 세상을 해석하는 편협한 언사를 하게되어 스스로 반성하고 고치려 노력하지 않으면 꼰대소릴 듣는 나또한 그러지 않기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솔직히 나와 상관없는 사람들, 한번 보고 말 사람들에게 갑의 위치에서 말한 적이 나도 분명 많지 않았을까? 음식점에서 알바에게 불만스러운 눈빛으로 레이저를 발사하거나 마트에서 점원에게 할인이 안되었다고 쏘아붙인다거나  아이들 학원 선생님에게 수업불만을 쏟아 놓는다거나 자동차 보험 직원에게 왜 내가 아무 잘못도 안 했는데 책임을 나눠야 하느냐 등등 살기를 품고 공격적인 태도를 보였었다. 왜 그랬을까? 보통은 내가 돈을 내는 입장이라 그랬던 것 같다. 하지만 내가 그들에게 돈을 기부한 것도 아니고 그들의 서비스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면서 은근슬쩍 갑질을 한건 아닌지 반성을 하게 된다.


아주 단순한 말투 하나지만 "커피!"와 " 커피 주세요", 그리고 " 안녕하세요, 커피 한잔 부탁합니다"의 느낌이 완전히 다름을 알고 순간순간 말의 품격을 높여 나의 인향을 향기롭게 하고자 노력해야겠다. 더불어 외국에 있을 때 모르는 처음 만난 사람들과도 가장 많이 쓰는 말 " Have a nice day! " 같은 말을 추가해 보면 어떨까? 만나는 사람마다 " 좋은 하루 보내세요"라 말하다 보면 나의 하루는 이미 좋은 하루가 돼버릴 것 같지 않은가? 그런 의미에서


" 좋은 하루 보내세요 브런치 구독자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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