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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nny Dec 10. 2018

버스데이 걸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가 후기 중


이 세계를 살아가는 누구나 생일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 누구나 배꼽을 하나씩 가지고 있는 것처럼. 하나도 갖지 않은 사람이라고는 없고 두 개씩 가진 사람도 없다 (아마도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혹은 뭔가 사정이 있어서 "정확한 생일을 알지 못한다"라는 사람이 있을지는 모른다. 하지만 그런 경우에도 "이 날이 내 생일이다"라고 스스로 일단 정해버리면 그것이 곧 그 사람 생일이 된다. 아무도(아마도) 불만은 달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모든 사람이 일 년 중에 딱 하루, 시간으로 치면 딱 스물네 시간, 자신에게는 특별한 하루를 소유하게 된다. 부유한 자도 가난한 자도, 유명한 사람도 무명의 사람도, 키다리도 땅달보도, 어린이도 어른도, 선인도 악인도, 모두에게 그 '특별한 날'이 일 년에 딱 한 번씩 주어진다. 매우 공평하다. 그리고 사안이 이렇게 까지 공평하다는 것은 정말로 멋진 일이 아닐까?


때때로 " 나는 벌써 이 나이가 되어버려서 생일이 와도 요만큼도 기쁘지 않아요"라는 식의 말을 하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나는 그때마다 반론을 한다. " 아니, 이건 그런 문제가 아니에요. 나이를 먹는다든가 먹지 않는다든가 하는 문제가 아니라 생일이라는 것은 당신에게 일 년에 딱 한 번밖에 없는 정말로 특별한 날이니까 이건 좀 더 소중하게 여겨야지요. 그리고 유례를 찾기 힘든 그 공평함을 축복해야지요"라고




무라카미 하루키.. 오랜만에 그의 책을 집어 들었다. 상실의 시대, 먼 북소리, 노르웨이의 숲.. 아주 예전에 읽어 어렴풋한 책들 이후로 최근 새로 나온 '기사단장 죽이기'보다 짧은 버스데이 걸을 맛보기로 읽었다. 카트 멘시크라는 독일 일러스트레이터의 그림이 워낙 강렬해서 눈길이 갔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막 스무 살 생일이 된 웨이트리스가 생일날 레스토랑에서 일하다 생긴 해프닝이다. 딱 한 가지 " 소원을 말해봐"라는 제안을 받는다면 무엇을 말할 것인가? 하루키는 자신의 스무 살 생일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단다. 날씨가 쌀쌀하고 옅은 구름이 낀 겨울날 아르바이트로 커피점 점원일을 하고 있었다나? 그날 결국 아무런 즐거운 일 따위는 없었고 그로부터의 인생을 암시하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말한다. 그래서 이책 쓰며 평범한 생일을 특별하게 만들어주고 싶었나보다. 당신은 스무 살 생일에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기억하는가?


나는 솔직히 기억이 전혀 없다. 대학교 1학년이었지만 분명히 가족과 케이크에 불을 켜고 엄마가 해주신 저녁을 먹었을 확률이 99%. 다른 가능성은 전혀 생각나지 않는다. 서클 사람들과 술을 한잔 하거나 친구들과 일탈을 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 당시 나로서는. 그러고 보면 그때나 지금이나 특별히 달라지지 않았다. 가족과 함께 저녁을 먹고 선물과 금일봉을 받는 의례를 어제도 똑같이 했으니깐 말이다. 누군가 내게 딱 한 가지 소원을 말하라면?? .. 맘마미아의 배경지인 그리스에 가서 일 년만 살다오게 해달라고 말할까?


일 년에 딱 한번 맞는 생일이 내일모레다.  " Birthday Woman.. 올해도 잘살았다. 수고했어. 함께 축하해 주는 가족이 있음에 감사하며 특별한 하루를 보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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