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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nny Dec 16. 2018

느리게 사는 것의 의미

지친 영혼을 위한 여유로운 삶


내가 여기에서 말하려는 건 성격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삶의 선택의 문제이다. 다시 말하자면, 정해진 시간을 앞당기지 말고 시간에 쫓겨 허둥대지 않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뜻이다. 사방에서 뭔가 재촉을 받고 또 그런 압력에 자진해서 따르는 사회에서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해 하루빨리 시작해야 할 과제 이기도 하다. 나는 이런 느림에 자리를 내주고 우리에게 한결같은 마음을 보장해주는 몇 가지 삶의 자세를 이야기 하고 싶었다.


한가로이 걷기 : 여유를 갖고 발길 닿는 대로 풍경이 이끄는 대로 걷는다.

듣기 : 마음의 문을 열고 다른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며 변치 않는 믿음을 보여준다.

권태 : 아무것도 사랑하지 말라는 의미가 아니라 사랑의 대상이 무의미하게 느껴질 때까지 끊임없이 받아들이고 음미하라는 뜻이다.

꿈꾸기 : 차츰 희미해져 가지만 여전히 주의 깊고 민감한 의식을 내면에 간직한다.

기다리기:넓고 탁 트인 인생의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묵묵히 기다린다.

내면의 고향: 시대에 맞지 않는 단역이 되어버린 우리 존재에서 이미 시들어버린 부분을 발견하고 회복시킨다.

글쓰기: 우리의 진실한 면을 조금씩 되살리기 위해 글을 쓴다.

포도주: 매우 훌륭한 지혜의 학교이다.

모데라토 칸타빌레 : 단순한 절제를 넘어서 우아하고 여유롭게 삶을 즐긴다.

 



주말 동안 북한산에 있는 진관사 템플스테이를 다녀왔다. 긴 밤동안 읽을 만한 책을 고르다 발견한 책 " 느리게 사는 것의 의미", 왠지 딱 맞는 책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프랑스 수필가이자 철학교수인 피에르 쌍소의 글.. 물론 프랑스인 특유의 정서가 나와 맞지 않는 부분도 있었지만 큰 맥락에서 그가 제안하는 방법들에 동감한다. 성격이 급한 나 이지만 삶의 방향은 느림을 선택해 천천히 연습하는 과정에 있는터라 템플스테이도 이 책도 삶의 좋은 전환이 되었다.

평상시 혼자서 걷기, 책 보기, 글쓰기 등의 방법은 충분히 실천하고 있지만 도시 환경을 벗어나 산속 한적한 절에서 조용히 하루를 보내고자 템플 스테이를 가게 되었다. 작년 여름, 봉선사에 갔을 때 찌는듯한 더위속에서도 백팔배를 하고 차를 마시고 공양을 하고 포행 하는 게 정말 행복해서 겨울에 한번 더 가리라 마음먹고 있었는데 며칠 전 눈이 내리니 지금이다라는 부처님의 말씀이 귀에 들리는 듯했고 역시나 가는 날 마침 눈도 한번 더 내려줘 내게는 최고의 선물 같은 시간이었다.


진관사 대웅전과  함월당 풍경


소복하게 쌓여있는 북한산 자락에 자리 잡은 진관사의 함월당은 달을 품은 곳이라는 한자처럼 조용하고 운치 있는 계곡가에 자리 잡고 있어 최고의 명당자리였다. 실제로 1008년 전 고려 현종이 왕위에 오르기 전,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진관 조사의 은혜에 보답하고자 지은 절인데 전국에서 가장 좋은 명당자리에 터를 잡았다고 한다. 안내를 듣고 보니 숙소도 더 좋아보이고 따뜻한 온돌방에서 잠이 어찌나 잘 오던지 정말 편안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조용한 우리 방은 특히 스님이 거처하셨던 곳이라 더 정갈하고 은근한 향이 있었고 큰 창으로 바깥 풍경도 볼 수 있어 조용히 책을 읽기에 딱이었다. 일요일 아침 일찍 부처님께 절을 드리고 맛난 절밥을 먹고 한가로이 절 주변을 거닐다 스님과 다담 시간을 가졌는데 펑펑 눈까지 내리니 스님이 알려주시는 행복하게 사는 방법이 귀에 쏙쏙 들어와 나도 모르게 행복한 미소가 절로 나왔다.     



그러고 보니 저자의 말대로 한가로이 걸어 다니고 스님의 말씀도 듣고 권태로운 긴 밤을 보내며 책도 읽고 몽상도 하고 차도 마시고 절도하고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일들을 했지만 시간이 어찌나 천천히 느리게 가는 지...덕분에 일요일 하루가 어찌나 긴지 모른다. 평상시 늦잠 자고 일어나 TV 보고 밥 먹으면 하루가 가는 휴일과 차원이 달랐다. 느리게 사는 것의 의미는 사람마다 다를지 모르지만 내게는 충만한 영혼과 마음으로 건강한 삶을 사는 것이다. 하긴 밥도 맛나고 잠도 잘 자고 산책도 잘하고 해서 건강은 저절로 따라온 듯하다. 내 몸과 내 마음에 귀 기울여 주고 아껴주고 사랑해주는 휴식이 정말 휴식이다. 바쁜 그대에게 ' 잘 쉬어야 잘 산다'고 꼭꼭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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