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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nny Dec 27. 2018

법정_마음의 온도

지는 꽃도 꽃이다


피어있는 것만이 꽃이 아니라 지는 것 또한 꽃이다. 그렇기 때문에 꽃은 필 때도 아름다워야 하지만 질 때도 고와야 한다. 지는 꽃도 꽃이기 때문이다.
법정


꽃이 아름다운 것은 저마다 자기만의 빛깔을 갖고 향기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백합을 보면 그 청순함의 아름다움에 첫사랑을 떠올리게 되고 검붉은 장미를 보면 사랑의 열정을 느끼고 해바라기를 보면 뜨거운 정열을 느끼게 된다. 게다가 저마다의 향기를 품고 있어 눈을 감고 있어도 무슨 꽃인지 알 수 있다. 향기가 사람들을 기분 좋게 하는 것은 향기는 꽃의 언어이자 숨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향기는 자신의 향기로 말을 걸고 자기만의 개성으로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꽃이 있는 곳은 그곳이 어디든 분위기가 상큼하고 부드럽고 따스함을 느끼게 된다. 꽃이 사람들의 마음을 온화하게 하여 편안함을 갖게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느 꽃이든 안 예쁜 꽃은 없다.


법정스님은 꽃은 질 때도 아름다워야 한다고 말한다. 이유는 지는 꽃도 꽃이기 때문이란다. 그렇다. 지는 꽃도 꽃이므로 아름다워야 하듯, 사람 또한 사람다운 향기를 내야 하고 자리에서 물러날 때도 자신만의 향기를 남기며 떠나야 한다. 사람은 언제나 자신의 이름을 남기는 존재인 까닭이다.




법정스님의 말씀을 옮긴 책들이 많이 있는데 이 책 또한 그런 책중 하나로 김옥림이라는 시인이자 아동문학가의 글이다. 전문 글쓰기 강사로 20년 넘게 활동하고 있다시는데 나는 솔직히 처음 접했다. 기본적으로 법정스님의 말씀이 좋아서 책을 선택한 거라 작가 누구든 크게 다르진 않았을 것 같다.  많은 말씀을 새겨 들었지만 그중에 꽃이 질 때도 고와야 한다는 말씀은 내가 피는 꽃보다는 지는 꽃에 가까워졌기 때문일 게다. 20대의 나는 밝고 싱그러운(?) 해바라기처럼 동글동글 환한 얼굴로 통통거리며 튀어 다녔었다.  이제는 꽃잎이 다 시들고 마음도 시들어 늙을 일만 남았다 했는데... 지는 꽃도 아름다워야 하고 향기를 남겨야 한다니 아직 할 일이 남은 거다.


작년에 해바라기 한 다발을 사서 혼자 자알 보다 잘 말려서 걸어두었는데 결국 그 꽃은 향기를 못 남기고 쓰레기통으로 들어갔다.  내가 지는 꽃의 가치를 몰라서였을까? 나이가 들어가며 꽃이 필 때마다 마음이 설레고 눈이 황홀하여 정신이 혼미해지는  단계에 접어들었으나 여전히 지는 꽃의, 아니 죽은 꽃의 향기를 음미하지 못한다. 그저 무의미하게 말라비틀어진 꽃잎처럼 인간도 그러려니 하고 살았는데...

어떻게 곱게 질 수 있을까? 어떤 향기를 남길 수 있을까? 나의 인생 후반전에서 남과 다른 기품 있는 향기를 내뿜고자 한다면 무엇을 해야 할까? 보톡스를 맞고 마사지를 받으며 안간힘을 쓰는 여인네가 되고 싶지는 않다. 내 주름진 얼굴을 사랑하고 그 얼굴에 책임을 지는 사람이 되고프다.  


올 한 해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책을 읽고 감상을 남기면서 내 향기가 조금이라도 짙어졌기를 소망하며 내년에는 본격적으로 곱게 지는 꽃이 되기 위해 파이팅해봐야겠다. 통통 튀는 젊음은 갔어도 살포시 사뿐히 즈려 밞고 걸어 다니는 여유 있는 중년의 나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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