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이언 "순수 꼰대 비판"을 읽고
나름 소통의 가치를 중시하는 교장들은, 가끔씩 회식 자리에서 불만사항을 기탄없이 그리고 가감 없이 말해 보라고들 한다. 물론 그 ‘기탄없이’를 곧이곧대로 듣는 것도 아니지만, 또 이런 경우에 교사들은 대개 나름의 가감을 거쳐할 말을 다 하는 편이다. 말하라고 했으면 삐지지나 말던가. 회식 분위기 열라 싸해지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리고 이때부터는 ‘랑그’를 겉도는 ‘빠롤’의 향연이다. 교장은 관리자로서 그럴 수밖에 없는 변명을 잇대지만, 실상 ‘말하란다고 진짜 말하냐?를 묻고 있는 것이다. 나처럼 개념 없는 캐릭터들은, 속으로 ‘저것들 또 저래, 어차피 저럴 거면서’라며, 그냥 그날의 술과 안주에 충실하고자 한다. 꼰대적 성향이 다분한 상사들은 정말 아랫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싶어서 그런 말을 하는 게 아니다. 소통의 제스처를 취하고 있는 저 자신의 똘레랑스에 전념할 뿐이다. 사회생활하면서 내 나름대로 터득한 꼰대에 대처하는 자세는, 그냥 흘려듣는 것이었다
결재를 맡으러 교장실에 들어간 어느 날, 오늘도 결재해 줄 생각은 없으신가 보다. 당신이 생각하시는 ‘문장론’에 대해서 또 장황하게 떠들어 대신다. 그런데 그날은 내가 유난히도 지루하게 느껴졌나 보다. 나는 어려서부터 침으로 방울을 만들어 날리는 버릇이 있었는데, 교직에서 일하면서는 내 입에서 그 버릇이 튀어나온 적은 없었다. 딱 한 번 학생들이 보여 달라고 해서 시연을 해보인 경우를 빼고는…. 그런데 그날 내가 교장 선생님의 문장론 앞에서 침으로 방울을 날리고 있었다. 침방울이 교장 선생님의 명패에서 상큼하게 터지는 순간을 목도하고서야, 도대체 내가 뭔 짓을 한 건가 싶어서 나도 깜짝 놀랐다. 다행히 교장 선생님은 ‘오해의 소지’들을 체크하시는 데 온 신경을 집중하느냐 그 광경을 보지 못했지만, 심장이 어찌나 쫄깃해지던지….
중년의 여성 네 명이 한 테이블에 모여 식사를 하고 있었다. 오늘의 주제는 자녀들의 교육, 어디에 위치한 어느 학원이 잘 가르친다더라이다. 어머니들의 과도한 교육열에 늘 태클을 거는 남편들을 희화하는 레퍼토리가 이어진다. 그녀들이 주장하는 자녀교육 제1원칙, ‘아빠의 무관심이 자녀의 장래를 보장한다’를 서로 공감하며 깔깔대면서 밥을 처자시고들 계셨다.
자신의 연령에 깃든 예지를 갖추지 못한다면, 연령에 깃들어 있는 재앙이 매사에 발생한다. 볼테르의 어록이다. 시간이 모든 사람을 어른으로 만드는 것도 아니다. 염치없고, 무례하고, 치졸하게 늙어 가는 인생들도 부지기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