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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nny May 23. 2019

너네 무슨 생각하고 사는데?

임홍택 "90년생이 온다"를 읽고

90년 대생들은 기존의 세대들과 달리 더 이상 정보를 책에서 찾지 않는다. 심지어 웹 검색을 통해 정보를 찾지도 않으며, 유튜브나 소셜미디어에서 빠르게 효과적으로 정보를 찾아낸다. 하지만 유튜브를 비롯한 영상 매체와 소셜미디어는 기본적으로 반응 미디어라는 점이 하나의 문제점으로 꼽힌다. 이는 시청자가 화면으로 보고 바로 반응하도록 한다는 의미다. 니콜라스 카가 이야기했듯이 이와 같은 반응 미디어는 그들의 뇌를 바꾸고 생각을 증발시켜버렸다


니콜라스 카 Nicholas Carr는 그의 저서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The Shallows》에서 “이제 어떤 사람들에게 책을 읽는다는 것은 마치 셔츠를 직접 만들어 입거나 짐승을 직접 도살하는 것만큼이나 구식이고, 심지어는 멍청한 일로 받아들여질 것이다”라고 이야기한다. 그는 “가만히 앉아서 첫 장에서 마지막 장까지 책을 읽는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시간을 효과적으로 사용하지도 못하거니와 웹을 통해서는 필요한 모든 정보를 더 빨리 찾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온라인에서 “능숙한 사냥꾼”이 되는 법을 배우면 책은 불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금 책을 읽고 있는 내가 요즘 세대가 아닌 건 인정하지만 도무지 이해되지 않던 2000년대생 두 아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많은 특성들을 90년생에게서 발견할 수 있었다. 유튜브에서 재미있는 영상으로 모든 걸 공유하는 두 아들과 달리 책 속에서 진리를 찾으려는 내가 얼마나 구닥다리처럼 느껴을까? 나는 마치 셔츠를 만들어 입고 짐승을 도살하는 것만큼이나 구식의 사람인 거였다. 그걸 모르고 도대체 아무 생각 없이 유튜브를 보며 웃고 있는 2000년생 아들에게 " 너네 무슨 생각하고 사는데?" 라고 묻는게 웃긴거였다. 그들의 뇌를 모르면 감정도 일상생활도 함께 하기 힘든 현실이거늘.. 책을 통해 별똥별 90년대 세대를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다.


90년 대생들은 회사에 대한 충성이 곧 나의 성장이라는 공식을 배격한다. 새로운 세대는 ‘회사에 헌신하면 헌신짝이 된다’는 인터넷상의 ‘직장 계명’에 동의하고, 이를 넘어서 충성의 대상이 ‘회사’ 여야 할 이유가 있냐고 반문한다. 찰스 핸디는 《코끼리와 벼룩》에서 오늘날의 충성심이란 것은 “첫째가 자기 자신의 미래에 대한 것, 둘째가 자기 팀과 프로젝트에 대한 것, 마지막이 회사에 대한 것”이라고 말했다.


90년 대생들은 또한 ‘실행’보다 ‘계획’이 중시되고 ‘알맹이’보다 ‘형식’을 중시하는 조직의 모습에 환멸을 느낀다고 말한다.
“분기 품질관리 현황 보고 한 번 하는데, 보고서를 대체 몇 번 수정했는지 아세요? ver.41까지 만들었습니다. 사장 보고도 아니고, 바로 위의 임원에 보고하는데 41번이나 수정했다는 게 이해가 안 돼요.”

 

우리 회사에도 꽤 많은 90년생들이 함께 일을 하고 있다. 그들이 나와 다른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딱히 이해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회사에 대한 충성심 따위는 고사하고 서로에 대한 관심조차 없는 개인주의적 업무방식을 가진 그들을 그저 다른 사람이라고 여기 살아왔는데 책을 읽다 보니 나와 공통점도 있었다. 실행보다는 계획, 알맹이보다는 형식을 중시하는 조직에 환멸을 느끼는 점에서 말이다. 다행히 내가 속한 조직은 그런 분위기가 아니지만 주변의 대기업 다니는 사람 말을 들으면 정말 나 같은 인간은 절대 속할만한 조직이 아니다 싶다.


 물론 과거에  대기업을 갑으로 모시고 일하던 시절도 있었지만 요즘  그 정도는 아니다. 아직 남아있는 갑질 기업에게는 '너는 그렇게 갑인 줄 알고 살아, 나는 너보다 전문가라 일을 해주는 것뿐이지 네 밑에 있는 사람 아니거든' 하는 말을 속으로 되뇌며 살짝 무시하고 만다. 하지만 설령 그런 분위기에서 일을 하더라도 퇴사나 사표가 답은 아니고 생각하며 버티던 우리 세대와 달리 90년생들은 언제든 가볍게 떠날 준비가 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긴 한다.    


보통 조직 내에서 신입 사원들을 상대해본 관리자들과 상사들은 90년 대생들이 인내가 부족해 업무가 일정 수준에 오를 때까지 참지 못하고, 제 풀에 지치거나 회사를 쉽게 그만두곤 한다고 평가한다. 이는 기존에 가지고 있었던 90년 대생들에 대한 선입견과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에서는 젊은 세대가 너무 나약해서 쉽게 녹아내린다는 의미로 ‘눈송이 세대 Generational Snowflake’라고 부르기도 하고, 한국에서는 이와 같은 사람들을 한 과자의 이름을 차용해 ‘쿠크다스 멘털’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렇다면 왜 90년 대생들은 참고 견디는 것을 힘들어하고 별것 아닌 일에도 쉽게 무너지는 것일까?


그들은 자라오는 동안 즉각적으로 만족하는 습관을 들였다. 만약 원하는 제품이 필요하면 기다릴 필요가 없이 아마존에서 상품을 주문해 바로 받아 볼 수 있고, 원하는 TV 프로그램이 있으면 인터넷과 넷플릭스로 즉각 시청할 수 있는 환경에서 살아왔다. 모든 것을 기다릴 필요 없이 즉각적으로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환경으로 인해 이들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직장 내에서의 인간관계’나 ‘직무 만족도’를 얻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그렇다면 이들에게 어떠한 처방을 내려야 할까? 기존처럼 단순히 버티라고 말해야 할까?


90년 대생들은 묵묵히 선배들의 도제식 교육을 따르거나, 기약 없이 그들의 방식을 배우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이들에게 이러한 방식은 불확실성만 높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국내의 많은 조직들은 소위 ‘농업적 근면성’만을 강조하고, 단순 버티기를 거부하는 사원들을 ‘열정 없는 패배자’로 낙인찍고 혀를 차기에 바쁜 것이 현실이다. 90년 대생들이 일하는 조직의 관리자들은 이제 이들이 입사 후 얼마 동안 도제식 방식으로 교육을 받아야 하고, 이러한 교육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부분과 그에 따른 모습을 현실적으로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문제 해결의 표준 답안을 제시하기보다, 더 나은 방안을 스스로 찾아낼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해결 방안을 제시하기 이전에 전제되어야 할 것은 그들에게 장기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쿠크다스 멘털 세대를 열정 없는 패배자로 낙인찍는 게 아니라 그들을 이해하고 정확한 기한을 설정해 그들의 성장과 발전을 현실적으로 제시해야 한다는 부분이 바로 우리 세대의 역할인 건 인정한다. 하지만 본인의 노력에 따라 기한은 달라지는 것이고 결과물도 천지차이일 터인데 어찌 표준 답안을 제안할 것인지 스스로 해결방안을 찾아가도록 장기적인 관심을 주라는 것인지 좀 애매한 말들을 늘어놓은 것 같다. 누군들 그들의 발전을 위해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주려는 생각이 없겠는가? 본인이 따라갈 마음이 없다면 불가능한  이다. 쉽지 않은 얘기를 추상적으로 제안하는 작가의 말이 좀 공감가지 않는 부분이기 하나 90년대생을 이해하기 위해 책을 읽고 연구하는 우리 세대 (70년대 생입니다만)가 분명 관심을 가지고 있는 건 좀 알아줬으면 한다.


길고 복잡한 것은 피하고 짧고 간단한 것을 원하는 90년 대생들의 특성은 소비자가 되었을 때 어떻게 구현이 될까? 먼저 이들의 간단함에 대한 갈구는 기존 기업들이 사활을 걸었던 ‘고객만족’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음을 알렸다. 90년 대생들은 고객만족이나 고객감동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고 말한다. 바로 ‘번거로움의 제거’다
90년 대생들에게 연결은 이제 하나의 권리처럼 여겨진다. 당연하고 기본적인 것이므로 빼앗기면 불안해지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스마트폰을 휴대하지 못하거나 배터리가 떨어져서 전원이 꺼졌을 때 유난히 불안해한다. 배터리가 없다는 뜻의 ‘방전’과 공포를 뜻하는 ‘포비아 Phobia’가 합해진 ‘방전 포비아’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망연자실한 리서치 결과 십 대들이 영화를 극장에서 보지 않는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로 두 시간 동안 휴대폰을 꺼놔야 하기 때문이라는 대답이 일위를 차지했다. 나는 영화의 적이 핸드폰이 될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 영화평론가 정성일 트위터 중

 

 너무나 많은 90년대생의 특징들 중에서 번거로운 걸 싫어하고 휴대폰을 잠시도 내려놓지 못하는 건 오늘날 현대인의 공통점 같아 보인다. 하지만 핸드폰을 놓지 못해 영화관에 가지 않는다니? 그 정도는 심한 거 아닌가 싶다. 아무튼 이해할 수 없던 우리 아이들의 행동이 현재 90년대 생보다 한술 더 뜬 2000년대생의 자연스러운 공통점임을 알게 되어 다행이랄지 불행이라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책은 아마도 세대를 이해하고 함께 살아가기 위해 알아두면 쓸모 있을 잡학 세대관으로 인정받아 베스트셀러가 된 게 아닌가 싶다. 결국 다른듯 닮은듯 다른 세대차는 서로를 모르는데서 시작되는게 아닐까? 그들은 우리가 꼰대처럼 보이고 우린 그들이 유리멘탈로 보이는 갭을 극복하는 계기가 되어주길 바라며 한번쯤 읽어보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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