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홍택 "90년생이 온다"를 읽고
90년 대생들은 기존의 세대들과 달리 더 이상 정보를 책에서 찾지 않는다. 심지어 웹 검색을 통해 정보를 찾지도 않으며, 유튜브나 소셜미디어에서 빠르게 효과적으로 정보를 찾아낸다. 하지만 유튜브를 비롯한 영상 매체와 소셜미디어는 기본적으로 반응 미디어라는 점이 하나의 문제점으로 꼽힌다. 이는 시청자가 화면으로 보고 바로 반응하도록 한다는 의미다. 니콜라스 카가 이야기했듯이 이와 같은 반응 미디어는 그들의 뇌를 바꾸고 생각을 증발시켜버렸다
니콜라스 카 Nicholas Carr는 그의 저서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The Shallows》에서 “이제 어떤 사람들에게 책을 읽는다는 것은 마치 셔츠를 직접 만들어 입거나 짐승을 직접 도살하는 것만큼이나 구식이고, 심지어는 멍청한 일로 받아들여질 것이다”라고 이야기한다. 그는 “가만히 앉아서 첫 장에서 마지막 장까지 책을 읽는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시간을 효과적으로 사용하지도 못하거니와 웹을 통해서는 필요한 모든 정보를 더 빨리 찾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온라인에서 “능숙한 사냥꾼”이 되는 법을 배우면 책은 불필요하다고 주장했다
90년 대생들은 회사에 대한 충성이 곧 나의 성장이라는 공식을 배격한다. 새로운 세대는 ‘회사에 헌신하면 헌신짝이 된다’는 인터넷상의 ‘직장 계명’에 동의하고, 이를 넘어서 충성의 대상이 ‘회사’ 여야 할 이유가 있냐고 반문한다. 찰스 핸디는 《코끼리와 벼룩》에서 오늘날의 충성심이란 것은 “첫째가 자기 자신의 미래에 대한 것, 둘째가 자기 팀과 프로젝트에 대한 것, 마지막이 회사에 대한 것”이라고 말했다.
90년 대생들은 또한 ‘실행’보다 ‘계획’이 중시되고 ‘알맹이’보다 ‘형식’을 중시하는 조직의 모습에 환멸을 느낀다고 말한다.
“분기 품질관리 현황 보고 한 번 하는데, 보고서를 대체 몇 번 수정했는지 아세요? ver.41까지 만들었습니다. 사장 보고도 아니고, 바로 위의 임원에 보고하는데 41번이나 수정했다는 게 이해가 안 돼요.”
보통 조직 내에서 신입 사원들을 상대해본 관리자들과 상사들은 90년 대생들이 인내가 부족해 업무가 일정 수준에 오를 때까지 참지 못하고, 제 풀에 지치거나 회사를 쉽게 그만두곤 한다고 평가한다. 이는 기존에 가지고 있었던 90년 대생들에 대한 선입견과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에서는 젊은 세대가 너무 나약해서 쉽게 녹아내린다는 의미로 ‘눈송이 세대 Generational Snowflake’라고 부르기도 하고, 한국에서는 이와 같은 사람들을 한 과자의 이름을 차용해 ‘쿠크다스 멘털’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렇다면 왜 90년 대생들은 참고 견디는 것을 힘들어하고 별것 아닌 일에도 쉽게 무너지는 것일까?
그들은 자라오는 동안 즉각적으로 만족하는 습관을 들였다. 만약 원하는 제품이 필요하면 기다릴 필요가 없이 아마존에서 상품을 주문해 바로 받아 볼 수 있고, 원하는 TV 프로그램이 있으면 인터넷과 넷플릭스로 즉각 시청할 수 있는 환경에서 살아왔다. 모든 것을 기다릴 필요 없이 즉각적으로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환경으로 인해 이들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직장 내에서의 인간관계’나 ‘직무 만족도’를 얻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그렇다면 이들에게 어떠한 처방을 내려야 할까? 기존처럼 단순히 버티라고 말해야 할까?
90년 대생들은 묵묵히 선배들의 도제식 교육을 따르거나, 기약 없이 그들의 방식을 배우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이들에게 이러한 방식은 불확실성만 높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국내의 많은 조직들은 소위 ‘농업적 근면성’만을 강조하고, 단순 버티기를 거부하는 사원들을 ‘열정 없는 패배자’로 낙인찍고 혀를 차기에 바쁜 것이 현실이다. 90년 대생들이 일하는 조직의 관리자들은 이제 이들이 입사 후 얼마 동안 도제식 방식으로 교육을 받아야 하고, 이러한 교육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부분과 그에 따른 모습을 현실적으로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문제 해결의 표준 답안을 제시하기보다, 더 나은 방안을 스스로 찾아낼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해결 방안을 제시하기 이전에 전제되어야 할 것은 그들에게 장기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길고 복잡한 것은 피하고 짧고 간단한 것을 원하는 90년 대생들의 특성은 소비자가 되었을 때 어떻게 구현이 될까? 먼저 이들의 간단함에 대한 갈구는 기존 기업들이 사활을 걸었던 ‘고객만족’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음을 알렸다. 90년 대생들은 고객만족이나 고객감동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고 말한다. 바로 ‘번거로움의 제거’다
90년 대생들에게 연결은 이제 하나의 권리처럼 여겨진다. 당연하고 기본적인 것이므로 빼앗기면 불안해지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스마트폰을 휴대하지 못하거나 배터리가 떨어져서 전원이 꺼졌을 때 유난히 불안해한다. 배터리가 없다는 뜻의 ‘방전’과 공포를 뜻하는 ‘포비아 Phobia’가 합해진 ‘방전 포비아’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망연자실한 리서치 결과 십 대들이 영화를 극장에서 보지 않는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로 두 시간 동안 휴대폰을 꺼놔야 하기 때문이라는 대답이 일위를 차지했다. 나는 영화의 적이 핸드폰이 될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 영화평론가 정성일 트위터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