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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nny Apr 21. 2018

공동선 이란?

정의란 무엇인가를 읽고

변명 같지만 나이가 들수록 독서력이 떨어진다. 한 문장 한 소절 한 권 읽는 시간이 갈수록 더 걸린다. 그러다 보니 읽기 쉬운 책만 손에 잡힌다. 그러던 중 얼마 전 둘째 아이가 내게 ‘정의란 무엇인가’를 주문했다. 초등 6학년인데… 나는 “왜? 읽게?” 하고 물었다.  


둘째의 답 “응”  

나의 연이은 질문 “왜?


얼마 전에 도서관에서 어린이를 위한 정의란 무엇인가를 읽었는데 너무 유치해서.. 원본을 읽어보고 싶어..” 


헉.. 얘가 도대체 왜 이럴까? 안 그래도 성격 좋은 큰아들이 매사 정확하고 깐깐한 둘째를 꼬집어 ‘촉망받는 예비 꼰대’라는 별명을 붙여놓은 판에 애늙은이가 정의란 무엇인가를 읽고 싶다니 걱정부터 앞선다.


“그래, 엄마가 주문 해 줄게... 근데 그거 무슨 책인지 알아? 엄청 두꺼워!!”

“응, 읽어 볼게요”


아무튼 그렇게 주문한 책을 내가 먼저 읽다. 엄마 먼저 보세요 하길래 덥석 받아 들었는데  읽는데 열흘은 걸린 것 같다. 고등학교 세계사 교과서에서 봤던 벤담의 공리주의를 다시 접하게 될 줄이야.. 하지만 내 평생 하버드 대학교 근처에 갈 일이 없으니 하버드대학교 최고 명강의를 책으로 만난다 생각하고 열심히 읽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읽을 만했다. 책 두께와 제목에서 주는 위압감보다는 꽤 재미있었다.


책에서 마이클 샌델은 정의를 이해하는 세 가지 접근법을 탐구한다.  


첫 번째 방식은 정의란 공리나 복지의 극대화, 즉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두 번째 방식은 정의란 선택의 자유를 존중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 선택은 자유시장에서 사람들이 실제로 행하는 선택 (자유지상주의의 견해) 일 수도 있고 사람들이 원초적으로 평등한 위치에 있을 경우 하게 될 가상의 선택 (자유주의적 평등주의의 견해) 일 수도 있다. 세 번째 방식은 정의란 미덕을 키우고 공동선을 고찰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마이클 샌댈은 세 번째 방식을 선호했는데


공리주의적 접근방식은 두 가지 단점이 있다. 첫 번째는 정의와 권리를 원칙이 아닌 계산의 문제로 만드는 것이다. 두 번째는 인간의 모든 선을 하나의 통일된 가치 척도로 환산해 획일화하며 그 질적인 차이를 고려하지 않는 것이다.
자유에 기초한 이론들은 첫 번째 문제를 해결하지만 두 번째 문제는 해결하지 못한다. 자유 이론은 권리를 중요시하며 정의는 단순한 계산 이상이라고 주장한다. 어떤 권리가 공리주의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중시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자유에 기초한 이론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지만 몇몇 권리들은 기본적인 것으로 존중받아야 한다는 데 의견 일치를 보인다… 이들 이론에 따르면 우리가 추구하는 목적의 도덕적 가치, 우리가 영위하는 삶의 의미와 중요성,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삶의 질과 특성은 하나같이 정의를 논하는 영역에서 벗어난다.
이 부분이 내게는 실수로 보인다. 정의로운 사회는 단순히 공리를 극대화하거나 선택의 자유를 확보하는 것 만으로는 이룰 수 없다.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좋은 삶의 의미를 함께 고민하고 그 과정에서 생길 수밖에 없는 이견을 기꺼이 수용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총 390페이지의 책 내용 중 작가가 하고 싶었던 말은 바로 이 부분이 아닌가 싶다. “좋은 삶의 의미를 함께 고민하는 것” 바로 공동선이다. 작가는 공동선을 추구하기 위해 첫째, 시민의식, 희생, 봉사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둘째 시장의 도덕적 한계를 지적했다. 사회적 행위를 시장에 맡기면 그 행위를 규정하는 규범이 타락하거나 질이 떨어질 수 있기에 선의 가치를 측정하는 올바른 방법의 필요성을 얘기한다. 셋째로 불평등의 심화를 극복하기 위해 연대의식과 시민의 미덕이 필요함을 주장하며 마지막으로 도덕적인 참여정치의 필요성을 언급한다.


결국 '정의는 공동 선을 추구하며 이를 만들기 위해 시장이 아니라 시민의 참여와 노력이 필요하다 '이렇게 한 줄로 내 머리에 남는다. 너무 길게 여러가지 사례를 들 글을 써서 390 페이지에 이르지만 결론은 간단하다. 하버드 대학에서 강의를 오래하기 위해 아주 길게 늘려쓰신 듯하다.

대한민국만큼 공동선을 만들기 위해 시민이 참여하는 나라가 또 있을까? 가장 최근 광화문 광장에 모여서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촛불을 밝혔던 우리 국민들이야말로 이 책에서 가장 좋은 실천 예로 써야 하지 않을까싶다. 나도 당시 살 아들 손을 잡고 대한민국의 정의를 살리기 위해 시민의 한 목소리를 담기 위해 참여했다. 그때 기억이 생생하지만  누구보다 어린아이에게 그보다 확실한 정의 교육의 산 현장이 또 있었을까?


2017년에 촛불시민이 에버트 인권상을 받았을 때 둘째 아들에게 말했었다.


축하해, 네가 인권상을 받은 거야!!”


2016.11.25 광화문 촛불집회 중


정의란 무엇인가 390페이지를 읽고 정의를 실천하지 않는 사람들보다 촛불집회 현장에서 정의를 실천한 우리 아이들과 시민들이 정말 정의로운 사람이었다는 자부심을 느끼며 너무 길어 정리가  힘든책 리뷰를 마무리하련다. 아이 손을 잡고 촛불집회 참석한 날의 떨림과 설레임을 기억하며 정의란 무엇인지 삶에서 실천하며 살아야겠다. 돈으로 살수 없는 것들도 한번 읽어볼까?그 책도 결론은 한두장이지만 과정이 중요한게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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