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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nny Apr 28. 2018

충만한 삶을 살것인가 포기할 것인가?

아직도 가야할 길을 읽고

M. 스캇펙은 작가이자 사상가, 정신과 의사이자 영적 안내자로 프로필에 쓰여 있다. 마흔두 살에 쓴 첫 책 “아직도 가야 할 길”은 뉴욕타임스 최장기 베스트셀러 목록을 차지할 정도로 사랑을 받았다. 우연히 이 책을 접하게 된 것은 정말 큰 행운인 것 같다. 10년간 군의관 정신과 의사로 일한 경험을 토대로 인간의 사랑, 전통적 가치, 영적 성장에 대한 심리학을 재미있게 구성해 450페이지가 넘는 책이지만 며칠 만에 완독 할 정도로 흥미로웠다.


그는 삶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기본적인 도구인 훈육을 강조했는데 훈육 없이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으며 온전한 훈육이 있어야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다.


삶이 힘들다는 것은 문제를 직면하고 해결하는 과정이 고통스럽다는 것을 말한다. 문제가 생기면 어떤 문제냐에 따라 절망, 비애, 슬픔, 외로움, 죄책감, 분노, 두려움, 걱정, 고뇌, 좌절 같은 감정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감정들로 인해 우리의 마음은 불편해진다. 종종 아주 불편해지고 육체적인 통증과 고통을 느끼며 그 고통은 때로 가장 심한 유체적 고통과 맞먹는다. 우리가 문제를 문제라 부르는 이유는 사건이나 갈등이 야기하는 바로 이 고통 때문이다. 삶은 끊임없는 문제를 연속적으로 배출하고 있으므로 삶은 항상 기쁨과 동시에 고통으로 가득 차 있는 것이다. 그런데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이 모든 과정 속에 삶의 의미가 있다. 삶의 성패를 가르는 것이 문제들이다. 이 문제에 부딪히면 용기와 지혜가 필요해진다. 사실은 이때에 용기화 지혜가 생겨난다.  


삶은 항상 기쁨과 고통으로 가득 차 있다는 걸 그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 속에 삶의 의미가 있다는 걸 정말 뼈저리게 공감한다. 내게 닥친 문제들을 풀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 동안 힘들어하고 아파했던가? 덕분에 내게는 용기와 지혜가 생겼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고통이 없고 문제가 없었다면 그냥 지나쳤을 삶에 대한 통찰, 자아성찰의 시간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 깨닫게 되었다. 저자는 특히 자녀를 훈육하기 위해 꼭 필요한 부분을 짚었는데 너무나 공감이 가는 부분이었다.


제대로 훈육하기 위해서는 시간을 들여야 한다. 자녀에게 줄 시간이 없거나 시간을 들일 마음이 없으면 가까이에서 아이들을 제대로 관찰하지 못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아이들에게 훈육의 필요성이 은근히 드러나는 순간을 놓치게 된다. 훈육이 정말 필요하다는 것을 확실하게 느낄 때도 아이들을 그대로 내버려 두는 게 더 편하다는 생각에 이를 무시해 버릴 수도 있다. 그러면서 “그저 오늘은 아이들을 돌볼 에너지가 없을 뿐이야”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마침내 아이들이 잘못을 저질러 짜증을 돋우면 어쩔 수 없이 행동을 취하게 된다. 이때 무엇이 문제인지 알아보지도 않고 그 문제에는 어떤 훈육이 가장 좋을지 시간을 들여 생각하지도 않고 교육적 의도에서라기 보다는 화가 나서 가혹한 훈육을 하게 된다. 아이에게 시간을 투자하는 부모는 아이가 확실히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더라도 아이를 훈육해야 할 미묘한 순간도 알아차리고 애정과 배려로 부드럽게 타이르거나 야단치는 방법을 알려주거나 칭찬을 한다. 그러한 부모는 아이가 어떻게 케이크를 먹고, 어떻게 공부를 하고, 어느 때 살짝 거짓말을 하는지, 어느 때 문제에 부딪히기보다는 문제에서 도망치는지를 알게 될 것이다. 그들은 아이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대답하고, 이럴 때는 약간 조이고, 저럴 때는 약간 풀어주고, 조금 가르치기도 하고, 이야기도 좀 들려주고, 살짝 안아서 뽀뽀도 해주고, 훈계도 좀 하고, 살짝 등을 두드리면서 시간을 들여 이러한 사소한 문제를 고쳐주고 바로 잡아준다. 그러므로 사랑이 넘치는 부모의 훈육 방식은 사랑 없는 부모의 그것보다 질적으로 월등하다… 부모가 아이에게 바치는 시간의 질과 양이 아이에게는 자신이 부모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가늠하는 척도가 된다. 근본적으로 사랑이 없는 부모는 부족함을 감추기 위해 아이에게 자주 사랑을 고백하고 정말 친밀하고 의미 있는 시간을 함께 하지도 않으면서 습관적이고 기계적으로 아이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강조한다. 아이들은 결코 이러한 공허한 말에 속지 않는다. 자신이 사랑받고 있다고 믿고 싶어 하면서 의식적으로 그 말에 집착하지만 무의식적으로 부모의 말이 행동과 다르다는 것을 안다. 이와 반대로 진정으로 사랑받는 아이들은 기분이 안 좋을 때는 무시당했다고 주장하고 억지를 부릴지라도 무의식적으로는 자신이 소중하게 여겨지고 있음을 스스로 알아차린다. 이러한 인식은 황금보다도 가치가 있다. 자신이 소중히 여겨진다는 것, 다시 말해 마음속 깊은 곳에서 자신이 진정으로 소중하게 여겨지고 있음을 느낀다면 스스로 소중하다고 느낄 것이기 때문이다.”나는 소중한 사람이야”라고 말할 수 있는 느낌은 정신건강에 필수적이며 자기 절제의 초석이다. 그것은 부모가 주는 사랑의 직접적인 산물이다.  


구구절절 너무 지당하고 옳은 말씀에 세상 모든 부모님들이 반드시 읽었으면 하는 마음에 꽤 긴 지문을 발췌해 왔다. 나는 부모가 자식에게 바치는 시간의 질과 양이 전적으로 아이들의 훈육 결과를 좌지우지한다고 믿는다. 이것은 진리다. 세상에 거저 얻을 수 있는 것이 없지만 아이들의 훈육만큼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일이 또 있을까? 그 과정을 통해 우리는 제대로 된 부모로 거듭 태어나기도 하고 부족한 상태로 자식과의 틈을 평생 가지고 살기도 한다. 모든 아이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 사고와 행동 패턴은 부모에게 물려받은 게 대부분이다. 스스로 자아성찰과 영적 성장을 거듭하는 인간이 과연 몇 프로나 될까? 나이를 먹으면서 끊임없이 변화 발전하는 인간이 과연 얼마나 존재할까? 우리 삶의 지도를 끊임없이 수정해야 한다는 저자의 말이 마치 내게 하는 충고처럼 가슴 깊이 꽂혔다.


현실에 대한 우리의 견해는 삶의 영역을 통과하는데 필요한 지도와 같다. 지도가 진실하고 정확하면 기본적으로 우리는 우리의 현재 위치를 알게 될 것이고 가고 싶은 곳이 정해질 때 그곳에 어떻게 가야 하는지 알게 될 것이다. 만약 지도가 잘못돼 있고 부정확하다면 길을 잃을 것이다. 명백한 사실인데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것을 무시해 버린다. 현실로 난 길이 쉽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것을 무시한다. 우선 우리는 지도를 갖고 태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지도를 만들어야 하고 그 과정에는 노력이 필요하다.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고 인식하기 위해서는 노력할수록 우리의 지도는 더욱 커지고 정확해진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이러한 노력을 기울이고 싶어 하지 않는다. 어떤 사람은 청소년기가 끝날 때쯤 이러한 노력을 멈춘다. 그렇게 되면 지도는 작게 대충 그려지고 말아 세상에 대한 견해는 편협하고 오류투성이가 된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중년 말기쯤 가면 노력하기를 포기한다. 그들은 자신의 지도가 완전하고 세계관은 옳다고 (진정 신성불가침일 정도로) 확신하고는 더 이상 새로운 정보에 흥미를 갖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지쳐버린 것처럼 보인다. 상대적으로 운이 좋은 몇 사람만이 죽는 순간까지 삶의 비밀을 탐구한다. 그들은 계속해서 세상과 진리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이를 수정하고 다시 정의를 내린다. 지도를 만드는 데 있어 가장 큰 문제는 우리가 무無에서 시작한다는 사실이 아니라 정확한 지도를 위해 계속 지도를 고쳐야 한다는 사실이다. 세상은 끊임없이 변한다… 때로 정보가 아주 많이 축적되었을 때는 지도를 대대적으로 수정해야 한다. 수정하는 과정, 특히 대대적인 수정은 고통스럽다. 때로는 고문을 당하는 것처럼 고통스럽다… 흔히 그래서 대부분 무의식적으로  새 정보를 무시해 버린다…. 지도를 바꾸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새로운 현실을 파괴하려 드는 것이다. 슬프게도 이러한 사람은 먼저 세상에 대한 자신의 낡은 견해를 수정하고 고치기보다는 그것을 끝까지 옹호하는 데 훨씬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아붓는 것이다.


삶의 지도를 업데이트하기 위해 고통을 감내하는 인간이 되어야 한다. 정말 그렇다. 하지만 사랑처럼 내 마음 데로 되지 않는 것도 있다. 애착의 대가로 따르는 고통을 감수하고 사랑하라는 말이 이 시대를 살면서 사랑, 결혼, 출산, 육아를 포기하고 사는 사람들에게 따끔한 충고가 되지 않을까 싶다.


사람이건, 동물이건, 식물이건 어떤 것이든 살아있는 것을 사랑해보라. 그것들은 언젠가 죽는다. 누구든지 믿어보라. 상처 입을지 모른다 해도 누구에게든 의존해보라. 상대가 실망시킬지 모른다 해도. 애착의 대가는 고통이다. 고통을 감내하지 않는다면 그런 사람은 많은 것들이 부족한 채로 살아야만 할 것이다. 즉, 아이를 갖는다든지, 결혼, 섹스의 황홀감, 야망, 우정 등 생기를 불어넣고 의미를 주며 인생을 중요하게 만드는 그 모든 것을 말이다. 어떤 차원으로든 앞으로 나아가거나 성장하면 기쁨과 함께 고통이라는 대가를 치를 것이다. 충만한 삶은 고통으로 충만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삶을 충만하게 살든지 아니면 완전히 포기하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을 뿐이다. 인생의 본질은 변화, 즉 성장과 쇠퇴의 모음이다. 삶과 성장을 선택하라. 그것은 변화와 죽음의 가능성을 함께 선택하는 것이다…. 죽음이란 언제나 곁에 있는, 우리의 ‘왼쪽 어깨’에 짊어지고 가는 것임을 느끼고 산다면, 돈 후안의 표현대로 죽음은 우리의 동지가 될 수 있다. 두렵기는 하지만 지혜로운 교훈의 원천이 되어줄 것이다. 죽음의 교훈을, 즉 살고 사랑할 시간이 제한되어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둔다면 시간을 최선으로 이용하고 최대한 충만한 삶을 살려고 노력할 것이다. 그러나 왼쪽 어깨에 짊어진 죽음이라는 두려운 존재와 당당히 직면할 마음이 없다면 죽음이 주는 지혜로운 교훈을 스스로 버린 결과 명쾌하게 살거나 명쾌하게 사랑할 수 없다.  


충만하게 살든지 아니면 완전히 포기하든지 둘 중 하나라니… 나는 충만한 삶을 택했다. 지난 2년 동안 겪었던 죽음에 대한 회의마저도 이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었으니 이 책을 읽으며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충만한 삶을 택했으면 하는 마음에 많은 부분을 발췌했다. 그러나 혹시라도 발췌된 글을 읽은 분이시라면 꼭 책 전부를 읽어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혼자보기 정말 아까운 책이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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