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통은 필수의식?

레이디버드를 보고

by Jenny

지난주 콜미 바이 유어 네임을 보며 아빠와 아들의 대화가 중심이었다면 이번 주 레이디버드는 엄마와 딸의 대화가 주 관전 포인트 같다. 딸이 없어서 딸 둔 엄마의 심정은 정확히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내가 우리 엄마한테는 레이디버드처럼 망나니 딸 아니었을까? 호기심을 주체 못 하고 생각하는 걸 숨기지 못하고 미지의 세계를 동경하는 독립심 강한 딸의 모습, 바로 그런 면에 동질감을 느꼈다. 언젠가 엄마가 “ 꼭 너 같은 딸 낳아봐라” 하고 말씀하셨을 때의 심정을 이제는 조금 이해할 것 같다.


여주인공 시얼샤 로넌


작품 속에서 주인공은 부모님이 지어주신 이름 Christine 대신 스스로 자신이 지은 이름 Lady Bird라 불러 달라고 한다. 부모의 품속에서 예쁘고 착한 딸 크리스틴으로 살기 싫고 내 의지의 이름대로 내 세상을 살고 싶다는 의지 아니었을까? 우리 큰 아들과 동갑내기인 레이디버드 Christine이 스스로 진학 계획을 세워 원서를 내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파티에 나가고 첫 경험을 하는 과정 속에서 스스로 자신의 길을 찾아 나가는 모습이 기특하기도 하고 걱정스럽기도 했다. 대한민국에서 딸을 키우는 어머니들이 꼭 보고 함께 공감하면 좋을 영화다.


남주인공 티모시 샬라메


공교롭게도 크리스틴의 첫 경험 상대자가 콜미 바이 유어 네임의 배우 티모시 샬라메다. 요즘 뜨는 대세 배우인가 보다. 그도 그럴 것 이 어딘가 반항적이면서도 미소년의 풋풋함을 갖춘 데다 깊은 눈매가 매력적이다. 여주인공 시얼샤 로넌도 상큼 풋풋 너무 이뻤다. 딸이 없다 보니 남의 집 딸들이 전부 천사처럼 보이고 예쁘고 사랑스럽다. 정작 딸 둔 엄마들은 맨날 딸 하고 옷 스타일, 머리스타일 가지고 싸운다고 하지만 내게는 가진 자의 투덜거림 정도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오죽 딸들을 예뻐하면 우리 두 아들이 딸 하나 입양하라는 말을 다할까 .



엄마는 딸이 최고로 보이길 바란다


크리스틴의 무도회복장을 사러가서 이옷 저옷 불평하는 레이디버드와 너무 핑키하다고 직설하는 엄마를 보니 엄마들은 다 그런가싶다. 그냥 예쁘다고 지금이 최고라고 말해주길 비라는 딸과 더 나은 모습이길 바라는 엄마 사이의 갈등은 어디나 있구나 공감이 됐다. 레이니버드 크리스틴이 18세가 되서 당당히 담배와 성인잡지를 사며 자랑하는 걸 보니 우리 아들도 내년이면 저러겠구나 웃음이 절로 나왔다.

마침내 대학에 합격해 떠나는 딸을 공항에 데려다주던 엄마의 모습이 우리 엄마들의 모습 아닐까? 가정환경도 어려운데 굳이 비싼 학비 들여가며 멀리 공부하러 가는 딸도 못마땅하고 자신에게 말도 없이 대학을 지원해 합격한 배신감도 그렇고 막상 보내 놓고 후회스러운 여러 감정들이 뒤섞여 딸과 마지막 작별을 놓친 엄마의 안타까움이 충분히 공감이 되었다. 하지만 자식은 좀 멀리 떨어뜨려 놓는 게 성장을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작년에 대학을 들어간 언니네 조카와 아가씨네 조카 둘 다 딸인데 한 명은 미국에서 애니메이션을 다른 한 명은 일본에서 애니메이션을 전공하고 있다. 난생처음 엄마와 떨어져 살고 있는 두 딸들이 얼마나 보고 싶을지 상상이 간다. 하지만 정작 두 엄마는 이제사 딸들이 엄마 귀한 줄 안다고 한결같은 소리를 한다. 떨어져봐야 아쉬운걸 알고 철이 든다는 말이다.


부모를 떠나 처음 독립한 레이디버드는 자기 이름이 크리스틴이라고 친구에게 소개를 한다. 그리고 엄마에게 자신의 이름을 크리스틴이라고 지어줘 고맙다고 말한다. 떨어져서야 비로소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우리나라 남자들이 군대에 가면 어머니 말만 들어도 눈물이 난다 하듯이 여자들은 결혼해서 애를 낳으면 친정엄마 소리만 들어도 눈물이 난다. 소중한 건 끼고 있어야 다가 아니다. 소중할수록 스스로 날개를 펴고 날 수 있도록 보내주고 믿고 기다려 주는 게 부모의 역할일 것이다. 성장통을 하고 있는 우리 두 아들도 큰 사람이 되어 엄마에게 돌아와 주기를 바라며 이별을 해야 할 때가 다가오고 있다. 레이디버드처럼 날아봐라 우리 아들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