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여행자들』과 재난 감수성

by 윤미애

재난 여행 상품을 파는 여행사가 있다. 소설에 나오는 여행사 이름은 정글이고, 그곳에서 재난 여행 상품을 기획하는 프로그래머 요나가 주인공이다. 작가는 공정 여행 대신 굳이 재난 여행이라는 표현을 쓴다. 화산, 지진, 전쟁, 가뭄, 태풍, 쓰나미 등 재난의 종류는 서른세가지로 나뉘어지고 여기서 만들어지는 여행 상품만 해도152개에 이른다. 10년 넘게 전세계 재난을 찾아다닌 요나는 재난을 수치화, 통계화, 상품화하는 데 일가견을 갖고 있다. 그런 그녀가 언제부터인가 회사에서 퇴물 명단에 들어간다. 쓸모 없어지면 함부로 대해도 된다듯이 요나에게 추근덕거리는 직속 상관 김에게 사표를 내지만, 김은 회사 상품을 점검하는 형식의 휴가 여행을 제안한다. 요나가 선택한 곳은 베트남 남부에서 배를 타고 30여분 가는 섬나라 무이다. 무이는 1960년대에 거대한 싱크홀이 발생한 지역으로 휴화산이 있는 섬이다. 요나가 가서 본 무어는 재난 여행에 대한 고객의 수요를 맞추기에 부족하다.

사람들은 왜 재난 여행을 하려는 것일까? 오래전에 귄터 안더스는 「유령과 매트릭스의 세계」에서 매체로 전달되는 세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세계가 우리에게 오긴 하지만 단지 이미지로 다가온다면, 그런 세계는 존재하기도 하고 부재하기도 한다. 즉 유령과도 같다." 세계에서 일어나는 온갖 사건이 관람용으로 처리되어 공급되면서 그것은 우리에게 아무런 인상도 남기지 못하고 영혼 속으로 파고 들어가지도 못한다. 그래서 재난 뉴스로는 만족하지 못한 사람들은 재난 지역으로 직접 여행을 떠난다. 뉴스로 전달되는 재난 스펙터클의 소비를 넘어서는 경험을 기대하면서. 그들은 진정한 재난 감수성을 얻게 될까? 재난 감수성의 정점은 재난에 대한 책임감이지만 재난 여행객들은 기껏해야 충격, 동정과 연민 혹은 불편함에 이어 '나는 살아남았다는 우월감'에 만족한다. 작가는 시니컬하게 그것은 이기적인 위안이라고 꼬집는다.

무이에서 일어난 싱크홀 사건은 수십 년 전에 일어난 사건, 즉 지난 재난이다. 지난 재난에서는 이기적인 위안을 넘어서는 재난 감수성은 생기기 어렵다. 재난 감수성은 과거의 재난이 아니라 현재 은밀히 진행되는 재난을 포착하고 그 심각성을 인식하는 데서 키워지기 때문이다. 요나는 예기치 않게 일정을 넘어 무이에 체류하게 되면서 재난 여행 동안과는 다른 태도를 갖게 된다. 즉 처음으로 무이 현지인들을 관광지의 마스코트가 아니라 무이에서 진행되는 재난의 증인들로 보게 된다. 붉은모래사막 뒤편 바다에 수상 가옥들을 짓고 사는 그들은 무이가 관광지로 개발되면서 졸지에 무허가 거주자 신분이 되고 관광지 주변 지역에 거주할 자유를 빼앗긴다. 그들에게 재난은 진행 중이다.

소설의 하이라이트는 재난 관광지로서의 매력을 잃은 무이의 등급을 올리기 위해 가짜 재난을 일으키려는 음모다. 무이를 경제적, 사회적으로 지배하는 선박회사 폴은 가짜 재난을 기획하고 시나리오까지 짠다. 자연발생적으로 일어난 싱크홀이 아니라 일부러 거대한 싱크홀을 뚫어 사망자까지 나오는 그런 재난이 미래에 벌어질 재난으로 기획된다. 관광지가 된 무어에서 쓸모 없는 존재로 전락한 주민들에게 일어난 교통사고도 재난의 사망자들로 위장하는 시체를 만들어내기 위한 사전 준비 작업이다. 요나는 엄청난 음모에 놀라지만 회사에서 확고한 입지를 굳힐 계기가 되리라 기대하면서 은밀한 음모 가담자가 된다. 무어의 빅 브라더 폴의 얼굴은 곧 요나의 얼굴이기도 하다.끔찍한 교통사고 현장을 목격한 요나가 자신을 안심시키는 유일한 방법은, 모든 것은 다만 연출되는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곳은 그저 조금 큰 극장일 뿐이라고...... 공허한 극장.” 그러나 무대에 머무는 재난은 없다. 재난은 무대 밖에서 진짜로 일어난다.

재난 관광지로서의 등급을 올리기 위해 사망자들까지 만들고 역할 분담을 짠 재난 시나리오는 그로테스크하다. 그것은 무이 밖에서, 소설 밖에서 일어나고 있는 재난의 인공성을 과장해서 보여주는 장치로 보인다. 의도적으로 재난을 기획한 것은 아니지만 성장 지상주의를 고수해온 자본주의는 전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재난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모든 재난이 인재는 아니지만. 소설이 발표된 2013년을 기준으로 전세계적으로 진도 5.0 이상의 지진이 매년 900건 가량 일어나고, 매년 300개 가량의 크고 작은 화산이 터지며, 연평균 사망자는 10년 전의 두배에 달하는 20만 명 정도라고 작가는 기록한다. "기술이 정교해지면서 방지 가능한 재난의 종류도 늘어났지만, 동시에 새로운 재난들도 계속 생겨나고 있었다." 자연 재해처럼 보이는 재난도 실은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인재인 경우가 많다. 기후 온난화로 인한 이상 기후에서 보듯이 인간이 자연에 가해 온 무리한 압박은 자연의 반격을 불러온다.

자연의 반격은 무이에서도 일어난다. 8월 첫째 주 일요일에 재난 시나리오를 실행에 옮기기 몇 시간 전에 쓰나미가 파괴적인 힘을 분출한다. 무이가 쑥대밭이 되는 데 걸린 시간은 겨우 4분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사막과 도로, 리조트와 해변 위에서 눈을 감고 누워 있었다. 공평했다. 부족의 구분도 계급의 구분도 지역의 구분도 없었다.” 그런데 살아남은 사람들이 있다. 가장 피해가 큰 곳이 가장 넓은 해변을 가졌던 리조트 일대였다면, 생존자들 대부분은 맹그로브 숲에서 발견되었다. 이들은 사실 부자들이 일으킨 환경 파괴의 피해자들이었다. 원래 전세계 환경 문제에서 보듯, 부자들, 부자 국가가 일으킨 환경 파괴와 오염의 피해자는 가난한 자들, 가난한 국가다. 환경 파괴의 피해자들을 오히려 유일한 생존자로 만들어주는 세계는 대안을 꿈꿀 수 있는 소설의 세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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