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병원 응급실에서 나와 근처 숙소에서 하룻밤을 지낸 그는, 그의 아들이, 이런 데서 엄마를 치료받게 할 수 없다고 주장하여, 한국에서 이보다 더 나은 병원은 없을 거라고 대부분은 얘기하는 병원의 응급실로 다시 들어갔다.
열이 나고, 다리에 통증이 있는 것 외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었던 그는, 통증 때문이었는지 말소리를 잘 알아듣지 못했는데, 그 큰 병원의 젊은 의사는 누워있는 그를 이리 찔러 보고 저리 찔러 보고 이렇게 해보라 저렇게 해보라, 아픈 사람에 대한 배려나 예의라곤 찾아보기 어려운 태도로 진찰이란 걸 하더니 일단은 여러 검사를 해야 하니 입원을 하라고 했다.
환자복으로 갈아입고 입원실 병상에 누운 그는, 여하튼, 큰 병원에 왔으니 안심이라고, 이제는 치료를 잘 받아 낫기만을 바라면 되지 않겠느냐고, 꼭 나을 것 같다고 스스로에게 다짐하듯 말했다. 조카가 일하는 병원이고, 그 조카가 꽤 실력 있는 의사고, 그 조카의 아버지가 이 병원에서 극진히 보살핌을 받았으니 그럴만도. 하지만 그의 친척 오라버니인 그 훌륭한 조카의 아버지는 치료된 줄 알았던 병이 재발하여, 그 병원에서 돌아가시기도 했어서. 그와 달리 내게는, 자식이 의사여도, 실력있는 의사여도, 병원이 유명하고 훌륭해도, 생사는 어쩌지 못하는구나, 생각하게 된 일이었어서.
환자가 안심이라니 일단은 다행이라며. 여하튼 검사를 시작한다니 뭐라도 나오겠지 하며. 비도 잘 내리지 않아, 늘 청명했던 그 가을날들에 매일매일 장거리를 오가며 오늘은 무슨 소식이 있는지, 내일은 무슨 결과가 나올지 식구들끼리 다독이며 지내기 시작한 첫날. 그래도 가장 희망이 있었던. 다 믿지는 않았지만, 설마, 다른 이들의 판단에도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니 그래 한 번 큰 병원이란 데를 믿어보자고. 평생에 처음으로, 병원이란 데에 마음을 기대볼 수도 있는 것 아니겠냐고, 그런 생각을 하기도 했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