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밥보다 더 자주 끼니로 먹어서 그가 싫어라 했던 게 감자였는지 호박이었는지가 헷갈리기 시작한 게, 그의 생전부터였는지, 가시고 난 후부터였는지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동생에게 물어보면 금세 알 일이지만, 이따금 혼자서 그래서, 엄마가 뭘 싫어했지? 생각해보려다, 감자 아님 호박이었는데, 에서 멈추고는 한참 있다가 다시 궁금해하곤 한다. 감자였는지 호박이었는지, 그걸 싫어하는 이가 세상에 없으니 사실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면서 다시 또 곰곰 따져보곤 한다. 분명 엄마가 언젠가 직접 말하는 걸 들었는데, 호박이었나? 감자였나?
헷갈리는 이유가 감자든 호박이든 집에서 안 먹지는 않았어서. 그도 아예 입에 대지 않는 건 아니었어서. 호박죽이었던가? 그랬던 것 같아, 싶기도. 애호박전 같은 것은 그가 잘 해주던 음식 중 하나였고, 내가 끓이는 된장국이나 이따금 하는 감자볶음을 그의 집에서 먹은 기억이 있으니 그래, 호박죽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늙은 호박으로 멀겋게 끓이는 호박죽도 꽤 먹었던 것 같은데? 하며 기억이 뒤섞여버리고, 아, 뭐였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지 다시 포기하기를 머릿속으로 반복하는 게 일 년에 한, 두서너네댓 번 정도되나, 싶다.
가난, 때문이라고. 농사 지을 땅은 있었으나, 그 땅을 주도적으로 일굴 사람이 사라져버려서, 어찌어찌 살기는 살았으나 녹록하지 않았을 그의 어린 시절을 미루어 짐작하면서도 깊게 들여다보고 싶지 않았던가 싶기도 하다. 어느 날 문득, 여전히 헷갈리는, 삶은 감자였는지 호박죽이었는지를 싫어라 하는 이유가 밥 대신이었어서, 배가 고파서 어쩔 수 없이 먹는 것이었어서란 말을 흘리듯 들은 날. 그의 어린 시절 풍경 하나가 본 듯이 지나쳐졌지만 그때는 그냥, 힘들었겠네, 하고 스쳐버려서. 그렇게 스쳐지나 흐릿해졌으니 흐릿한 채로 짐작가는 대로 그렇게 지내보자고. 어차피 정확히 대답해줄 그는 이제 세상에 존재하지 않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