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견하지 않다
“15일 남았다..”
지난 방학 중에 매일 밤 늦게 학원에서 돌아오는 K군*이 현관을 들어서며 나지막히 내뱉는 소리를 들었다.
고개를 돌리지는 않았지만, 그게 어떤 의미인지 바로 알 수 있었다. ‘빨리 떠나고 싶은 거구만..'
“청결해라, 정직해라, 남에게 피해를 주면 안된다.. 등등” 우리가 살아가며 배워야 할 기본적인 것들은 대부분 초등학교 입학 전에 모두 배운다.
하지만, 교복을 입게 될 쯤부터 세상은 배운 대로 살아가는 곳이 아님을 알게 된다. 요즘엔 이런걸 재빨리 알아차리고, 적응해 줘야만 소위 ‘아싸**’를 면한다.
밤늦게 까지 학원에서 하는 건, 선행학습이다. 몇 학기 선행부터 몇 학년 선행까지 집안 형편 따라 준비한다. 사실 선행이란 수능이전 학력고사 시절에도 있었던 전통적 학습방법이다.
별 다를 건 없다. 모두가 학창시절에 많이 들었지만 잘 안했던 그 ‘예습’이다. 당시에도 학교들마다 '소문난 우등생들은 꼭 이딴 걸 한다'는 우스개 소리가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입학도 하기 전에 한 학년 주요 과목을 미리 다 배운다. 학력 평가까지 사전에 마친다.
학기 중 수업은 사실상 복습인 셈이다. 그러고 나서는 이걸 처음 배우는 친구들과 함께 시험 치르게 한다는 거, 솔직히 말해 뻔뻔한 것이다. 공정한 일도 아니다.
기초부터 수업하면 학생들 과반이 자 버린단다. 이미 배웠다는 뜻이다. 본인들은 알고 있다는 표시니, 이를 본 교사는 이미 어느 정도 안다고 전제해 가르치게 된다고..
이런 실정이다. 평범한 학생들이 수학을 포기하는 이유가 아닐까. 정규 수업으로 처음 듣는 학생은 어쩌란 말인가?
이걸 감안한 일부 교사들은 최소한의 기본 실력 정도는 갖추도록 학원 등록이나 과외를 권유 한다나..
지금 우리 교육 현장에서 실제로 벌어진다는 정말로 우습고도 슬픈 현실이다.
‘기회의 평등, 과정의 공정, 결과의 정의’는 대통령이 주는 선물이 아니다. 이 나라의 모든 학생과 교사, 학부모들 스스로가 만들어가야 하는 실천이어야 한다.
올해도 대학 정원은 입학생 수보다 넉넉할 것이다.
눈치 작전은 옛말이다. 이제 대학 진학은 각자의 소신과 여건, 상황과 형편에 따라 선택하면 될 일이다.
그보다 중요한 일이 있다. 언제나 동행하시는 하나님과 함께 ‘우리가 내일 아침에 눈을 떠야 하는 진짜 이유'를 찾아 내는 거다. K군의 홀로서기를 힘차게 응원한다.@
* K군: 필자의 아들 ** 아웃사이더
#ym #고3인아들은부산소재국립대수시전형에합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