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를 열고 입을 닫으면

평화가 찾아 와요

by 양M


보름만에 귀환이다. 현관에 들어선 나를 아내가 스캔한다. 안스러운 눈빛이 역력하다. 나도 거울봐서 안다. 푸석하다. 종일 바깥에서 햋볕 아래 일하는 현재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다. 썬크림 발라가며 일하는 난이도는 따로 있는 일이다.


씻기 전에 염색부터 해야 겠다고 한다. "머리털도 없는데 염색? 안해요! 안해." 진심에서 나온 반응이었지만, 가운을 입고 거실 복판에 앉았다.


모처럼 집에 와서 고집을 피우는 민폐를 끼치면 되겠는가. 나이가 들면 고분고분이 답이다.




쓱쓱. 쓱쓱쓱... 염색약을 골고루 꼼꼼히 말도 없이 바른다. 아내가 말했다. "당신 모발이 많이 없어요. 왜 이래요?" 그러게 말이다. 나도 추레해지는 내 모습을 보면 안타깝다. 아내의 염색시술은 자못 엄숙해 졌다. "당신 꼭 염색해요."


제 작년에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 파마를 했었다. 대학원생 시절이었다. 헤어샾 원장님이 내 모발이 파마하기에 약한 상태라 했었다. 3개월 모발관리 받고 나서 결국 성공했다. 파마봉이라는 별명도 얻고, 몇 달간 파마 스타일로 지냈다.


그 때 해봤기에 미련 없다. 나는 파마할 마음이 더는 없다. 다시 예전의 짧은 헤어스타일로 돌아갔었는데 이번에 생애 첫 염색이라는 걸 해봤다. 씻고 나오니까 인상이 선명하다. 짙어진 두발색깔이 확연하다. 이래서 염색들을 하는구나~


언젠가부터 나는 늙는다고 여기기 보다 익어간다는 마음을 먹고 있다. 성장을 마치고 노화에 접어든지 이미 오래지만, 영혼은 마지막까지 무르익다가 꽃처럼 피어나길 소망한다.


적당한 겉모습이면 땡큐다. 수고해 준 아내에게 고맙다.@



#고집안피우길잘했다 #남편의지혜아내말듣기 #해보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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