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가을 나들이였다.
밀양 표충사를 찾았다. 넓은 사찰 경내를 조용히 걸었다. 마당에 굵은 모래 밟는 소리만 버스럭댔다. 이내 따가운 볕이 송글송글 땀으로 맺혔다. 누각이 보였다. 그 누각 지붕 아래 사람들이 들어가 있었다. 나도 신발 벗고 올라가 앉았다. 누각 아래 흐르는 계곡물 덕인지 시원했다.
우화루라는 이름의 거대 누각에서 살랑거리는 가을 바람을 맞는다. 눅눅했던 옷가지가 다 마를즈음. 정자 마루 위에서 돌아 다니는 목침 하나 베고 눕는다. 옆으로 흘깃 쳐다보긴 하지만 무슨 내용인지 크게 신경 쓰이지 않는다. '안내문구 정도겠거니' 생각한다. 일어나서 제대로 보기 전까지는~~
"이게 무슨 추태란 말인가!"
드러 눕지 말라고 엄청나게 큰 현수막이 걸렸는데 그 앞에서 버젓이 청개구리 짓을 했다. 함께 동행한 일행이 40여명 정도 되었는데 누구 하나도 날 일으켜 세우지 않았다. 아마 속으로 깜짝들 놀랐을 것이다. '무뢰한이군요~ 창피 한 번 톡톡히 당해 보세요' 였는지도.
남 탓하고 있을 상황이 아니다. 하여간 황망했다. 현수막에 너무 가까이 있었다. 멀찌감치에서는 한 눈에 다 들어왔을 문구다. 필자의 불찰이다. 꼴불견인 모습이었다. 고즈넉한 사찰 정취에 취했던 것일까.
어쩌면 나는 내 주변을 둘러싼 이들 앞에서 나만 모르는 추태를 저지르는지도 모른다.
#부경대대학원상담심리원우회 #모두가알아도말하지않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