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 헬렌 니어링, 보리, 1997
94세에 영면에 든 저자가 87세에 쓴 책이다. 단순(單純), 소박(素朴)하게 살고 싶다는 의미에서 아호를 '단소'로 지은 필자에게는 읽고 읽어도, 또 읽어야만 하는 책이다.
이 책은 그녀 자신의 이야기인 동시에 남편인 스코트 니어링에 대한 아내의 기록이기도 하다. 생전에 스코트는 기독교 신앙과 거리를 뒀다지만, 그는 천성에 있을 듯 하다.
("행함이 없는 믿음은 죽은 것이다."는 성서의 그리스도 말씀에 유추해 볼 때 말이다. 하늘에서 다시 만난 그들 부부는 천성 어딘가에서 외딴 곳에 땅을 일구며 또 그렇게 살리라.)
한 남자의 인생이 자기 아내로부터 이만한 존경과 찬사를 받은 사람을 나는 여지껏 본 적이 없었다. 그들의 인연은 부잣집 철부지 아가씨가 지른 제법 진지한 불장난이었다.
그 둘은 이후로 60여년이 넘는 세월을 함께 하면서 남여 간에 성립해야 하는 존경과 배려, 상호 협력으로 일구는 상생의 모본을 버몬트와 메인에서의 삶으로 보여 주었다.
100세에 타계한 스코트씨가 영면에 접어드는 마지막 과정이 깊은 울림으로 다가왔다. 존엄한 죽음 앞에 슬픔 따위는 차지할 자리가 없었다. 나는 깨닫는다. 헬렌이 곁을 지키며 도왔던 마지막 조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걸.
이 책을 읽고 있는 동안 아내가 여러번 떠올랐다. 필자와 사별하고 나서 이런 기록을 남기는 아내 모습을 말이다. 아내는 연애 시절부터 내가 하는 말이라면 교수님 말보다 몇 곱절로 진지하게 경청하고 받아들였다. 그런 순종적인 모습에 매료되어 결혼한 탓도 있다.(결혼하고 조금 변함!)
그렇게 우리 부부가 인생 여정을 함께 걸은지 23년이다. 앞으로 얼마가 될지는 오직 주님만이 아신다. 구원받은 영생의 여정에서 지구별에서의 삶은 찰나(刹那)와 같다. 그 길에 미끄러지고 뒹굴지라도 우리는 거기서 거기다.@
#서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