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식의 여정》 헨리 나우웬, 복 있는 사람, p.277~278, 2001년.에 기록된 저자 일기다.
"나는 우정, 관심, 사랑을 이해하는데 있어 '방문' 보다 더 좋은 길을 생각하기 어렵다. 수치와 죄책이 가득한 세상에서 우리는 서로 방문할 필요가 있다. 자유를 되찾고 선물을 기뻐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을 피차 마련해 줄 필요가 있다. 한 번쯤 분노의 눈초리와 의욕의 속삭임에서 벗어나 깊은 이해와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곳으로 갈 필요가 있다. 그럴 때 우리는 자신의 순결에 대한 새로운 믿음으로 이 적대적인 세상을 두려움 없이 다시 맞이할 수 있으리라. 1996년 5월 31일 금요일."
안그래도 퇴직하면 부모님 모시고 친-외가 일가친척들을 순방하겠다고 다짐하고 있었다. 부친께서는 "나 죽으면 다 올텐데 뭐하러 가느냐"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신다. 그래도 평생 동안 일가를 지켜오신 아부지에게 아들로서 해드릴 수 있는 것이란, 생전에 일가친척 방문 길에 나마 운전기사를 해 드리는 일이다. 기력이 있으실 때 말이다.
헨리 나우엔은 1996년 9월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지난 20세기, 세계적으로 알려진 영성가로서 신행일치의 삶을 여러가지 저술로 남겼다. 그에게는 90대의 부친이 있었는데, 정작 60대 이른 나이에 본인이 먼저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다. 나우엔이 고령의 아버지와 함께 유럽 각지를 여행하면서 부친을 염려하던 일들은 무색해 졌다.
그가 숨지기 4개월 전에 남긴 '방문'에 관한 그의 단상을 읽노라니. 그때만 해도 나우엔은 4개월 뒤에 일어날 일을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지금의 우리 모두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사안이므로, 오늘을 차분하게 기록해 둔다. 그의 글쓰기는 사실상 그가 생활하는데 방편이었던 동시에 삶의 이유이기도 했다. "안식의 여정은 충만했다."
'안식의 여정'을 걷는 사람들은 잃을 것이 없는 이들이다. 단순하고 소박하게 살기를 원하는 필자의 바램도 그렇다. 로마 카톨릭 사제로서 교수, 작가, 영성가로서 이웃들을 섬기며 안식 했던 헨리 나우엔의 삶은 '짧은 묵상집'이다. "잊히지 않는 자는 죽은 것이 아니다."는 말을 되뇌인다. 필자도 아들, 남편, 아빠로서 가족을 섬기며 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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