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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하지만 행복하게

선택한겨?

by 양M

<가난하지만 행복하게> 윤구병, 휴머니스트, 2008.


배고프고 궁핍한 생활은 불행하다. 아니라고 부정 못하는 뻔한 사실이다. 하지만 '선택한 가난'이라면 다른 얘기다. 저자가 말하고 있는 핵심이다. 저자는 1943년생이다. 한국전쟁을 겪었다. 아홉 형제 중에 여섯을 전쟁통에 잃었다. 시골로 들어간 부모님 밑에서 자연살이와 가난을 경험했다. 공부했다. 도움의 손길이 있었다. 또 공부했다.


서울대 철학과를 나왔다. 국립 충북대에 철학과를 개설할 때 교수가 됐다. 이유야 어찌되었건 15년을 버텼다. 군사 정권 시절이고 학자적 양심이고 전부다 차치한다. 저자도 처자식이 있는 몸이었다. 저자는 본인 기질과 적성을 잘 알았다. 윤구병은 정직했다. 스스로 속이는 삶이 싫었다. 대학선생이라는 탄탄한 자리에 앉아있지 못했던 이유다.


저자의 아내와 자녀들은 서울에 사는 것으로 안다. 각자 삶을 존중하는 모양새다. 가족의 인연이라는 것도 어느 시점을 지나면 지구별 이웃과 같은 느낌으로 확장되리라 생각한다. 내것 네것이 따로 없으며 물아일체(物我一體) 경지를 걷는 사람이 있다고 본다. 이웃에게 가장을 내준 아내분과 아이들도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믿고 싶다.


전북 부안 변산에서 유기농 농사를 짓는다. 대안교육을 한다. '변산공동체 학교'를 운영한다. 이 책은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인가?를 생각하면서 일상을 살고 있는 저자가 그가 가진 사상의 뜰채로 거른 보석과 같은 사유(思惟)의 결정체들이다.


대학건물 연구실 책상에 앉아서 쓴 글들이 아니다. 허름한 시골집 방바닥에다 상 펴놓고 쓴 얘기다.


저자는 철학적 사고에 기반해 논리적으로 이야기를 한다. 먹물 거품을 후후~ 불어내고 말한다. 청국장같은 구수한 입담과, 행복을 꿈꾸는 이상(理想)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그에게로 모여들었다. '변산 코뮨(공동체)'이라는 이름을 걸고 활동한다. 저자는 그리스 철학을 전공했다. 참 쉬운 존재론 강의로 유명하다. 불교 철학에도 조회가 깊다.


저자는 오십대에 농사를 시작해 십몇년간 병원문턱 한 번 안밟았다. 그만큼 건강했었는데 몇해 전에 간암 판정을 받았다. 공동체에서 따로 나와 가까운 산기슭에 오두막을 짓고 칩거한다. 이생에서의 삶을 정직하고 자유롭게 맘껏 행복하게 살다 가겠다는 의지가 확고한 사람이다. 소같은 중생에게 인간 존재의 본을 보여주는 스승이신 분이다.@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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