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는 고통의 기록이 아니다.
심연의 어둠을 통과한 자가 볼 수 있는, ‘내면의 빛’에 관한 기록이다.
이것은 흔한 발달장애 육아의 우울한 일기가 아니다.
절망의 동굴 속에서 길을 잃은 끝에, 그토록 찾아 헤매던 빛이 처음부터 내 안에 있었음을 깨달은 한 인간의 성찰이다.
내 아이는 세 개의 진단명을 가지고 있다.
자폐 스펙트럼, 희귀 유전자 증후군, 그리고 뇌전증까지.
한국 사회에서 F코드의 진단명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은, 그런 아이를 키워보지 않은 사람은 결코 알 수 없는 극심한 고통을 수반한다. 하물며 하나도 아니고 세 개의 진단명을 가진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그 자체로 한 인간의 세계를 송두리째 뒤흔드는 일이다.
아이가 태어난 직후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좌절의 고비마다 내가 겪어야 했던 감정-
창자가 끊어질 듯한 고통과 땅으로 꺼져버리고 싶을 만큼의 우울감은 내 삶과 우리 가족을 무너뜨리고도 남을 정도였다.
그 순간마다 나는 처절하게 울부짖으며 누구를 향하는지도 모를 질문을 던졌다.
왜 나냐고,
왜 하필 내 아이냐고.
그 절규가 끝나는 자리에, 나는 마침내 깨달았다.
어둠을 몰아내려 했던 그 몸부림 속에, 이미 빛의 씨앗이 자라고 있었다.
이제 나는 안다.
그 질문 속에 이미 답이 들어있었다는 것을.
빛은 언제나, 어둠 속에서 시작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