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와 다름 없는 금요일 오후였다.
나는 여느때처럼 아이를 센터에 데려다준 후 근처 스타벅스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이곳 스타벅스는 내가 약 3개월간 매일 오후를 통째로 보냈던, 엄마의 품같이 포근한 장소였다. 매일 1시부터 5시까지, 4시간동안 늘 같은 자리에 앉아 영어 공부를 하고 책을 읽고 인터뷰를 준비했다. 영어 딕테이션을 하고 들릴듯 말듯한 목소리로 쉐도잉을 했다. 원서를 읽고 인터뷰 예상 질문에 대한 답변을 달달 외웠다.
3개월간 매일 보았던 스벅 직원들은 어느새 베프처럼, 심지어 남편보다 친근한 사이가 되었다. 내가 이름을 말하지 않아도, 주문할 때면 내 이름을 알아서 입력했다. 내가 집중하며 원서 읽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는지, 하루는 익숙한 얼굴의 한 스벅 직원이 관심을 보이며 왜 그 책을 읽는지 물어보기도 했다.
나는 그곳에서 원어민들과 대면하며 실전 영어 감각을 키웠고, 자신감을 끌어올렸다. 브랙퍼스트 메뉴와 런치 메뉴를 종류별로 다 먹어봤고 시즌별로 나오는 커피 맛을 돌아가며 섭렵했다. 카페인에 예민해서 커피를 마신 날은 밤을 하얗게 지새우던 나였는데, 어느새 집중하기 위해 카페인을 수혈하는 '취업 준비생'으로 그곳에 앉아있었다.
그날따라 스벅 매장은 시끌벅적했고 주말을 맞이하는 사람들의 들뜬 분위기가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3년 가까이 쓴 내 맥북은 하루종일 영어공부하느라 영상 및 오디오를 틀어놓는 바람에 배터리가 반나절도 버티지 못했다. 나는 충전기가 있는 매장 가운데 커다란 테이블에 앉아 메일함을 열었다. 애비게일에게서 메일이 도착해 있었다.
그녀는 지난주에 나와 잡(job) 인터뷰를 진행했던 회사의 리크루팅 담당자였다.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메일을 클릭했다. 오늘 오전에 이미 와있었던 메일이었는데 오후 1시가 넘어서야 확인을 했다. 나와 통화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가슴이 쿵쾅대기 시작했다. 메일 받자마자 답장했어야 했는데, 너무 늦은건 아니겠지? 또 조급증이 가슴을 압박했다. 자, 침착하자.
나는 애비게일에게 1시반부터 4시반 사이에 통화가능하다고 답장을 한 후, 고민했다. 통화하려면 조용한 곳으로 옮겨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이 주변에 내가 있을 곳이 없었다. 지금이라도 차로 30분 걸리는 집에 가서 기다려야 하나? 아니면 조용한 차 안에서 통화할까? 잠깐 생각하던 찰나, 전화벨이 울리기 시작했다.
Hello?
Hi, Amy! This is Abigail! We're so excited to have you on our team!
뭐? 나 취업됐다고? 정말??
Are you serious? Oh my gosh, Thank you so much! I really appreciate this opportunity!!
떨리는 목소리가 내 안에서 나오는것인지, 저 멀리 아득한 곳에서 전해지는 것인지 분간이 안갔다.
애비게일은 나에게 회사에 채용되는 과정, 즉 onboarding process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지금으로부터 48시간 안에 메일에 안내된 대로, 기본 백그라운드 체크와 인적사항, 경력사항 등과 관련 서류를 등록해야 한다고 신신당부했다. 그래야 2주 후부터 출근할 수 있다고.
헉, 나 2주 후부터 출근하는거야?!
믿기지 않았다. 내가 미국에서 취업 성공하다니!!
남편에게 문자를 보냈다.
자기, 나 취업 성공했어!! 오늘 밤 치맥하자!
그날 밤, 남편은 한국에서 먹는 배달치킨 가격의 약 3배이지만 맛은 1/2배인, 이 지역의 몇 안되는 한식당의 치킨을 사왔다. 코스트코에서 대량으로 사다놓은 과일맥주와 함께 맛없는 치킨을 먹으면서도 나는 주체할 수 없는 기쁨에 취했다.
조금 과장하자면, 한국에서 첫 직장을 얻었을 때보다 1.5배는 더 기뻤다.
나는 드디어,
미국에서 취업에 성공했다.
이 브런치북은 취업 준비과정과 그 전후의 리얼한 현실에 대한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