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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드나잇 인 미 Oct 24. 2024

급할수록 멀리(2)

사회초년생의 첫 회사 적응기

햇병아리의 사회생활은 예상했던 것보다도 쉽지 않았다. 


첫 입사

입사날, 역삼역에서 내려 회사로 가는길은 나만의 런웨이였다. 지금 생각하면 아직도 웃긴데, 테헤란로를 걸어 내려가면서 지나치는 사람들을 보며, '나 이제 멋진 커리어우먼이다~'라고 마음으로 말하며 떨림 반, 설렘 반으로 파워 워킹을 했다.

함께 입사한 동기 5명은 나보단 적어도 5살 위는 많았지만, 마치 학교친구들같았고, 덕분에 사회생활의 느낌보다는 동아리 같았다. 너무나도 생소한 산업이었지만, 입사한 모두가 생소했기에 다같이 스터디하면서 산업과 용어에 적응해갔다. 나는 뭐가 부족한지도 몰랐고, 그저 대학생 티를 벗지 못한 어린 애였을 뿐이었다.

1.5M

1.5개월이 지나고 동료들의 리뷰를 받으며, 어린 나이가 생각보다 큰 흠이라는 것을 느꼈다. 친구같았던 동기들은 그저 내가 평가받아야 하는 대상이었고, 어느정도 사회경력이 있는 사람들이었다는 것을 그제서야 깨달았다. 이 사람들의 경험을 1.5개월 안에 내가 담기 위해서는, 수십배는 더 노력해야만 했다. 퇴근시간은 저절로 12시, 1시가 되었다. 정말 미친듯이 몰입하며 일한 날에는 집가는 동안 아무말도 하기 싫었고, 퇴근하고 집에와서 이것저것 궁금해하는 엄마의 질문들에 답할 새도 없이 잠들기 바빴다. 그래도 일을 하며 '힘들다'라는 생각을 한 적은 단한번도 없었고, 누가봐도 욕심 많은 나였기에 그 욕심을 충족하기 위해선 너무나도 당연한 것들이었으며 나는 더 많이 노력해야했다.


2M

미친듯한 업무량과 계속되는 챌린지에 나뿐만 아니라 동기 모두가 이게 번아웃인지 그냥 무기력인지도 모른 채 하루하루를 견뎠고, '차라리 3M에 떨어져 퇴사당했으면 좋겠다'라는 말이 나올정도로 힘든 하루하루가 되었다. 다행인 건, 나는 비교기준이 되는 전 직장이 없었기 때문에, 그저 '모든 직장생활은 이런건가보다'라고 생각했다. 동기 한명한명 모두가 팀리더로부터 빡센 피드백을 받았지만, 외면인지 낙천인지 나에게는 오히려 그런 말들이 안정이 되었고 뭔가 자리를 잡아가는 틀이 되었다. 이전에는 스스로를 채찍질하기 바빴는데, 이제는 나까지 나를 채찍질하기에는 멘탈이 많이 지쳐버린 것 같다. 


3M

이 미친 업무량에 적응이 되는 나를 보며 스스로를 대견해할 무렵, 수습종료기간인 3M 리뷰가 다가왔다. 나의 동기들 중 2명이 탈락했다는 말을 듣고, 입사 이래 멘탈이 가장 흔들렸다. 이 수평적인 회사 안에 팀 내 분위기는 너무 수직적인것 같고, 온갖 정치질에 휘말린 것 같은 그런 느낌에 잠시 분노가 치밀어올랐다. 하지만 한번 결정은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탈락리뷰를 받고 울고 있는 동기 옆에서 아무말도 못하고 인수인계를 받았다. 떠날 때까지 아무렇지 않았는데, 그 주 주말에 탈락한 동기들과 함께한 시간이 떠오르며 감정이 너무 일렁였다.

감정을 뒤로하고 로봇마냥 출근하다보니, 동기가 있긴 했었나 싶을정도로 생각보다 빠르게 괜찮아졌다. 3M 미팅에 앞서 리뷰를 먼저 받아봤는데, 좋은말만 있던건 아니었지만 'J커브의 학습곡선을 그렸다', '초기 우려되었던 학생같은 모습을 벗어던졌다', '앞으로의 성장이 너무 기대된다' 등등 뿌듯해지는 말들에 나 정말 잘해왔구나라는 생각에 속으로 칭찬해줬다. 앞으로 DRI를 더욱 크게 펼치라는 피드백에 의지만땅이었지만, 정확히 3M+2일째 되는 날, 나의 잘못으로 이슈란 이슈는 다 터져서 너무 힘들었다. 

지금까지 단 한번도 누구에게 의지하고 싶다거나 슬픔/기쁨을 공유하고 싶다거나 이런생각이 들지 않았는데, 문득 생각해보니 맘껏 공유할 사람이 없어 혼자만 다 안고 가는게 슬펐다. 동기 중 결혼한 언니의 남편분께서 '오늘 하루 힘들었다. 감당할 수 없어 울었다'라는 한마디에 한달음에 달려와서 때려치라 말해주는 걸 봐서 그런가...........단순히 친구를 넘어 그정도로 의지할 수 있다는 게 그땐 너무 부러워 난생 처음으로 결혼을 진지하게 생각해봤다. 


그렇게 나의 첫 사회생활 3개월은 정신없이 지나갔다. 뭐가 됐든 일을 할 수 있음에, 사회에서 한 몫을 하고 있음에 참 뿌듯하고, 하루하루의 성장에 희열을 느끼는 3개월이었다. 모든 게 다 잘되고 있는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나의 성장의 한계는 빨리 찾아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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