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코가 석자인데...

- 모자동실 조리원

by 티쳐라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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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참 빠르게 지나간다. 서현이가 우리 품에 온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일주일이 흘렀다. 그래서 퇴원을 준비해야 했다. 보통 제왕절개 수술을 하면 일주일 정도 입원해있다가 퇴원하기 때문이다.


예쁜 천사를 낳으면서 고생한 아내의 몸 상태도 어느 정도 회복되어 간단한 일상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아직 몸 상태가 100% 회복된 것은 아니다. 수술로 인해 몸은 부어있었고, 걷거나 어느 정도 무게가 나가는 짐도 들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아이를 아내가 돌본다는 것은 말이 안 됐다. 물론 내가 어느 정도 도움을 줄 수는 있지만 '배우자 출산휴가'가 끝나 출근해야 한다는 점에서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출산 전에 우리 부부는 몇 가지 방법을 고민해봤다. 첫 번째로 생각해본 것은 장모님 찬스! 아무래도 친정 엄마라는 존재 자체가 심리적으로 큰 위안을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일을 하고 계셨기에 패스!


두 번째로는 출산도우미! 출산을 준비하면서 알아봤더니 출산도우미 업체가 꽤 많았다. 간단한 집안 일과 산모 & 아이를 돌봐주는 도우미는 우리 집이라는 익숙한 장소에서 생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다만 밤에도 아이를 돌봐주려면 우리 집에 도우미분이 상주해야 하는데 낯선 사람이 집에 오래 있는 것은 내키지 않았다.


세 번째로 고민한 것은 조리원 입실! 아무래도 아이를 돌봐주면서 동시에 산모를 위한 여러 프로그램이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었다. 다만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는 것이 단점이라면 단점!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결국 조리원이었다. 아무래도 양가 부모님들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인지라 아내 혼자 성치도 않은 몸으로 육아를 하라고는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집 근처와 병원 근처 조리원을 중심으로 살펴봤다.


그런데 이 일련의 과정이 순탄하지는 않았다. 조리원을 알아보면서 ‘모자동실’이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는데, 그게 문제였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모자동실'이란, 쉽게 말해 엄마와 아이가 한 방에서 함께 생활하면서 돌봄을 받는 개념이었다. 이런 ‘모자동실’의 경우 ‘산후조리를 제대로 받을 수 있는가?’의 의문이 생긴다. 실제로 조리원 후기들을 찾아보니 ‘모자동실’의 경우 제왕절개로 몸 상태가 완벽하지 않은 엄마들은 아이를 돌보느라 산후조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의견도 많이 볼 수 있었다.


아내는 처음에 이점에서 ‘모자동실’을 거부했다. 이왕 비용을 지불하고 돌봄을 받는 것, 제대로 받고 싶다고 주장했다. 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기에 어차피 아이를 제대로 돌보기 어려울 것이라는 말도 했다. 이런 아내의 의견에 나는 반대했다. ‘이제 갓 태어난 아이를 엄마와 떨어뜨려 놓는 것이 과연 좋은 일일까?’라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자기, 우리가 조리원에 들어갈 때면 서현이가 태어난 지 며칠 되지도 않았을 때인데, 엄마랑 떨어뜨려 놓는 것이 과연 괜찮은 것일까?”

“당연히 안 좋지. 하지만 모자동실은 계속 아이를 방에 데리고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러면 몸조리를 어떻게 하지? 나도 서현이는 계속 보고 싶지만 몸 상태가 안 좋을 때에는 누군가 봐줘야 할 것 같아. 나와 서현이 모두를 위해서도.”


조리원을 정하기 위해 이런 대화를 나누면서 나는 아내를 이해를 할 수 없었다. 아이는 부모와 함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아이를 낳아본 적이 없었기에 아이를 낳았을 때 아내의 몸 상태가 얼마나 나쁠지를 예상하지도 못했다. 아내도 출산이 처음이지만 나도 아빠가 되는 것은 처음이기에 제대로 된 정보가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내 주장을 굽히지 않았고 오랜 시간 아내를 설득해 ‘모자동실’ 조리원을 예약하게 되었다.


문제는 서현이를 낳고 나서였다. 내가 여태껏 살아오면서 직접 경험해 본 출산의 경험은 나와 10살 차이가 나는 막내 동생이 태어났을 때가 전부였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이게 참 안 좋은 경험이었다. 동생을 낳아온 다음 날부터 우리 엄마는 누구의 도움도 없이 일상생활을 했기 때문이다. 이 경험 때문에 나는 출산의 어려움을 공감할 수 없었다.


그런데 막상 실제로 아이를 낳고 보니 내가 봐도 아내의 몸 상태가 도저히 아이를 돌볼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때문에 오늘 조리원에 입실할 때 걱정을 많이 했다. 동시에 ‘괜한 내 고집 때문에 아내와 서현이가 고생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다행인 것은 조리원에 오늘 들어가 본 결과, 우리가 생각한 ‘모자동실’과 실제 ‘모자동실’의 개념이 달랐다는 것! 물론, 아이를 데리고 있고 싶다면 엄마와 함께 있어도 되지만 엄마의 몸 상태가 좋지 않거나 조리원 프로그램에 참여할 때에는 아이를 조리원 소속 간호사가 돌봐줬다. 또, 밤에는 아이를 데리고 자거나 맡길 수 있었는데 그건 부부의 선택 문제였다.


이렇게 되니 오히려 ‘모자동실’인 것이 좋았다. 아이와 오랜 시간 떨어지게 된다면 아이와 부모 사이에 애착관계를 형성하는 데에도 문제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아이가 항상 엄마랑 붙어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기에 오히려 선택의 폭이 넓다고 할 수 있었다. 실제로 아내의 몸 상태도 좋지 않고, 나도 ‘배우자 출산휴가’가 끝나 퇴근 후에야 조리원에 올 수 있기에 밤에 잘 때는 아이를 맡기는 곳에 맡기고 잤다. 들어보니 다른 몇몇 분들도 처음에는 아이를 직접 데리고 자려다가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느끼고 다시 아이를 맡기고 잔다고 했다.

주말인 오늘은 나도 계속 조리원에 있었기에 서현이를 계속 데리고 있었다. 중간중간 조리원에서 아이들 상태를 체크하시는 분들이 돌아다니면서 아이의 상태를 묻기도 하고, 육아에 있어 궁금한 점에 대해 답변도 해줬다. 이런 다양한 서비스들을 받으면서 조리원을 선택한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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