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인생의 시작

- 아이를 키운다는 것이 내 인생에서 어떤 것을 의미하는가?

by 티쳐라이즈

한 아이가 자라 어른이 되는 때는 언제일까? 사람들마다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나는 부모가 되는 때가 바로 그 시작점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인생에서 가장 혈기왕성할 20대를 한 여자와 사랑하며 보냈다. 20살, 그 풋풋한 시기에 만난 동갑내기 여학생과 정말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일들을 함께 했다. 함께 다양한 음식들을 먹으러 다니기도 했고, 이곳저곳 여행을 가기도 했다. 슬프거나 기쁠 때, 그 모든 시간을 함께 한 여학생은 내가 임용시험에 연거푸 떨어져 좌절했을 때에도 옆에 있어줬고, 군대에 입대했을 때에도 기다려줬다. 그리고 우린 30살이 되던 해, 결혼했다.

돌이켜 나의 삶을 살펴보면 인생에 굴곡이 많았다. IMF에 직격탄을 맞아 어려운 어린 시절을 보내기도 했고, 고등학교 진학을 두고 부모님과 한 달을 다투며 내 소신을 굽히지 않기도 했다. 수능 재수를 하던 시절 노량진에서 생활하며 기약 없는 생활을 하기도 했고, 늦게 발견해 치료가 어렵다는 병에 걸린 이를 곁에서 눈물로 지켜보며 몇 년간 치료과정을 함께 하기도 했다. 나아가 임용시험에 2번이나 떨어지면서 자존감의 바닥을 경험해보기도 했던 나.

누군가는 이런 인생의 굴곡이 한 사람을 어른으로 성장시켜준다고도 하지만, 글쎄... 나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면 이런 인생의 굴곡이 나의 삶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킨 시작점이 되지는 못했던 것 같다. 다양한 경험을 하긴 했지만 삶에 변화가 생긴 건 미비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내가 결혼을 하고 일 년 뒤, 어른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주위에서는 뭐라 평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 스스로는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 아이가 있다. 나와 배우자의 모습을 꼭 닮은 소중한 아이가 말이다.


난 아직도 생생하게 그날을 기억한다. 수술실로 들어가는 아내와 그 곁에서 함께 마음 졸이던 나. 그리고 잠시 후 간호사와 함께 나온 딸아이의 탯줄을 떨리는 손으로 정리해주던 그날의 모습이 생생하다. 혹여나 아플까 손을 떨며 탯줄을 정리한 뒤, 딸아이의 우는 소리를 들으며 비로소 부모가 되었다는 것을 실감했다.


자식을 기른다는 것은 새로운 인생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모든 것이 아이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평소 좋아하던 음식도 아이의 입맛에 맞게 바뀌게 되고, 삶의 패턴도 아이에게 맞춰 돌아간다. 아이가 자면 함께 자고, 아이가 깨어있으면 함께 활동을 한다. 아이가 울면 함께 울고, 아이가 웃으면 함께 웃는 것이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삶, 아이를 낳기 전에는 과연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이뿐만이 아니다. 자식을 기른다는 것은 부모를 마음으로 이해하고 감사할 수 있게 됨을 의미한다. 내가 내 자식을 키우면서 고민한 것, 느꼈던 것, 그 모든 것들을 우리 부모님들도 경험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과정을 모두 거쳐 우리를 지금의 모습으로 성장하도록 이끌어주셨을 것이다. 그동안은 머리로 알고 있었을 부모님에 대한 감사를 아이를 키우면서 마음으로 느끼기 시작한다는 것. 그래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이 새로운 시작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나의 삶을 흔들어 놓고 매 순간을 새로운 도전으로 만드는 육아! 동시에 나를 어른으로 성장하게 도와주는 육아가 앞으로 나의 삶을 어떻게 만들어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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