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첫 아르바이트 경험기
2006년 봄, 나는 부푼 꿈을 안고 대학교에 입학했다. 누구에게나 그렇듯이 대학생이 되었다는 것은 나에게 그동안의 삶과 다른 새로운 삶이 시작된다는 것을 의미했다. 가장 먼저 사는 곳부터 새로웠다.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들도 대부분 경험해보지 못했다는 아궁이 생활, 연탄보일러 생활을 어렸을 때 경험해봤을 정도로 시골에서 자란 나였다. 그런 내가 새롭게 생활하기 시작한 안양 생활은 신세계였다. 백화점과 지하철, 영화관 등의 각종 시설을 접하면서 정말 나의 삶이 180도 바뀌기 시작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지금까지의 삶이 오로지 수능 준비와 대학교 입학을 목표로 했다면 이제부터는 그 결과를 즐기기만 하면 됐다. 내가 원하는 곳에서 대학교 생활을 시작한다는 기대감과 교육대학교이기 때문에 직업 선택에 여지가 없다는 확실성이 나의 삶을 좀 더 여유롭게 해 줬다. 문제는 여유로운 나의 삶을 보다 풍요롭게 만들어줄 돈! 돈을 벌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해보니 답은 뻔했다. 과외를 하거나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돈을 좀 더 쉽게 벌기 위해서는 과외가 좋았다. 안양 내 학구열은 꽤나 높은 편이었기에 과외 자리를 구하려고 마음을 먹는다면 쉽게 구할 수 있었다. 게다가 받게 되는 과외비는 아르바이트로 벌 수 있는 돈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난 과외를 하지 않고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기로 했다. 어차피 평생 누군가를 가르쳐야 하는 일에 종사할 것이기 때문에 과외를 하는 것은 매력적이지 않았다. 그보다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지금 아니면 못할 사회를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해보고 싶었다. 그런 나의 신념이 과외보단 아르바이트를 선택하게 만들었다.
문제는 아르바이트를 해본 적이 없다는 것이었다. 어떤 일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기에 그저 시간만 보내고 있던 나는 2006년 5월 초, 안양일번가의 한 식당 옆을 지나가다 아르바이트생을 모집한다는 글을 보고 면접을 봤고, 거기서 일하게 되었다.
당시 시급은 3,100원이었는데, 식당 일은 시급이 무려 5,000원이나 되었다. 어차피 똑같은 시간을 일한다면 시급이 높은 일이 당연히 좋을 것이라 생각했다. 게다가 식당이어서 그런지 집에 가기 전에 밥을 먹고 가도 된다고 했다. 돈도 벌고 끼니도 해결할 수 있다니 너무 좋아 보였던 조건! 하지만 시급이 다른 일에 비해 많고, 밥도 주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일단 식당이 아르바이트생을 뽑는 시간대가 만만치 않은 시간대였다. 내가 일을 하는 날은 일주일에 2일, 그것도 가장 손님이 많은 금요일과 토요일이었다. 시간은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일하기 전에는 몰랐던 안양일번가의 저녁 모습이 일을 하면서 눈에 들어왔다. 정말 정신없이 식당이 돌아갔다.
일단 6시에 일하러 가서 손님을 맞이할 준비를 하면서 몰려드는 주문을 받았다. 물과 식기를 채워놓고, 각종 음료와 주류를 시원하게 냉장고에 넣어 준비했으며, 돌아다니면서 주변을 청소한다. 그리고 손님들이 오면 주문을 받고 숯불을 가져와 넣어드린 다음 고기를 구워드려야 했다. 그리고 자리가 나면 정리하고 숯불 빼기까지! 특히 단체손님이 많은 식당이라 더 정신이 없었는데, 내가 정신을 차릴 때쯤이면 10시를 앞둔 시간이었다. 신기한 건, 마치 신데렐라 이야기처럼 10시만 되면 손님들이 뜸해진다는 것. 그래서 10시면 식당 식구들끼리 밥을 먹기 시작했고 밥을 다 먹으면 집으로 갔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여러 가지를 느꼈다. 특히 그동안 내가 참 편하게 살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동안 식당에 가서 고기를 한 번도 구워본 적 없던 내가 손님들의 고기를 구워야 했다. 덕분에 아르바이트 초반에는 고기를 태우거나 소고기를 손님 취향에 맞게 굽지 못해 한소리 듣는 날이 많았다. 술 취한 손님들에게 아무 이유 없이 욕설을 듣는 날도 있었고, 발이 걸려 넘어지면서 정리하던 맥주잔을 깨 손을 다치는 날도 있었다.
그래도 사회에 나와 스스로 무언가를 한다는 것이 나를 성장시켜 주리라 굳게 믿으며 묵묵히 일했다. 그리고 첫 주가 지나 토요일 저녁 10시, 집으로 가는 길에 사장님이 나에게 아르바이트비라며 주급 봉투를 건네줬다. 내가 스스로 일하고 받아 든 그 봉투가 얼마나 무겁게 느껴지던지... 조심스레 건네받은 봉투를 품 안에 넣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열어봤다. 그 안에 들어있는 돈 4만 원.
순간 돈을 양손으로 잡고 찢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내가 고작 4만 원 벌자고 이렇게 일했다니 너무 억울했다. 동시에 갑자기 눈물이 흘렀다. 왜 울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냥 내가 힘들게 일해서 번 돈이 고작 밥 한 끼 먹을 돈 4만 원이라는 것이 분했던 것인지, 아니면 그동안 힘들게 돈을 벌어 날 뒷바라지해준 부모님이 생각난 것인지... 아마 후자에 가까웠나 보다. 울면서 엄마한테 전화를 건 것을 보면.
힘든 기억으로 남아있지만 그래도 아껴 쓰는 습관을 만들어줬다는 측면에서 나의 첫 아르바이트 도전은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한다. 여름방학이 시작되면서 아르바이트를 끝나고 다시는 그 식당을 가지 않게 되었지만, 적어도 인생에서 4만 원이 갖는 무게감을 맛볼 수 있었던 좋은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