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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쳐라이즈 Oct 18. 2020

코로나-죄인이 되는 맞벌이 부모

코로나 / 맞벌이 부모 / 죄인

[코로나 바이러스 -19 사태가 진정되지 않는다!!!]

올해 초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만 하더라도 그냥 독감 수준이려니 했다. 곧 코로나 사태는 종식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으며 나는 새학기를 준비했다. 선배 교사분들이 그동안 사스, 메르스 때도 그랬다고 하니 그럴 줄 알았다. 그저 묵묵히 교실을 청소하고 교육과정을 준비했으며, 환경을 꾸몄다. 


그렇게 3월을 며칠 앞둔 나는 초유의 사태를 경험하게 된다. 개학일 연기! 교직경력이 짧지만 그래도 10년가량 교직에 있으면서 경험해보지 못했던 일을 경험하게 된 나는 놀랐다. 어떻게 될지 전혀 예측 안되는 사태에 점점 커지는 불안감.



[교사이기 전에 한 아이의 아빠인 나]

사실 아이를 키우는 동안 육아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고 생각했다. 서현이는 만 1세가 되기 전부터 어린이집을 다녔는데, 그게 안타까워서 항상 칼퇴를 했다. 일을 하더라도 집에 와서 서현이가 잘 때 수행한 나. 부장을 맡고 일이 많아 힘들 때도 있었지만 그래야만 서현이와 조금이나마 시간을 더 보낼 수 있기에 당연하다고 생각했고, 나 스스로도 만족했다.


하지만 코로나 바이러스는 모든 일상을 뒤흔들어 놓았다. 교사는 재택근무가 안되는 상황에서 나는 학교로 출근해 아이들을 온라인으로 수업했고, 그로 인해 맞벌이 부부인 우리는 아이를 어린이집에 계속 보내게 되었다. 양가 부모님들은 아이를 돌봐주실 여력이 안되었기에 선택지가 없었던 우리 부부. 눈물을 머금고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냈다.


이런 상황이 끝나지 않고 지속되면서 아이러니를 느꼈다. 학생들을 가르치겠다고 내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야 하는 아이러니. 그나마 다행인 것은 서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이 아내 대학교 부설 어린이집이란 것과 그곳 교사들이 대부분 아내 동기 아니면 후배라는 것. 그래서일까? 한편으로는 안심하며 어린이집에 보냈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시간은 흘러 아내가 졸업했고, 결국 대학교 부설 어린이집을 나오게 된 서현이. 그나마 운이 좋은 것인지 집 근처 시립어린이집에 자리가 한자리 비어서 들어갈 수 있었다. 원장님께서 말씀하시길 코로나로 인해 가정 보육을 하는 아이가 생겨 자리가 났다니 운이 좋았다.


아내가 졸업할 만큼 시간이 흘렀으나 코로나 사태는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심각해지는 모양이다. 개학을 앞두고 수도권 전면 온라인 수업 전환이 되더니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선포되었다. 문제는 교사는 수업을 위해 학교로 출근해야 한다는 것. 우리 부부는 별 수없이 계속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낼 수밖에 없었다.



[교육적으로 무엇이 옳은지 생각해보세요!]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선언되면서 수도권 지역에 공문이 내려왔다. 초등학교야 내가 공문을 봤으니 잘 알고 있었지만 어린이집에도 공문이 내려올 줄은 몰랐다. 초등학생들에게 긴급 돌봄을 원활하게 제공하라는 교육부 입장이니 소속기관은 달라도 돌봄이 주인 어린이집은 당연히 별말 없을 줄 알았던 것은 내 착각이었다. 그래도 별 수 있나? 맡기는 수밖에...


문제는 긴급하게 공문이 내려온 다음 주 등원일에 발생했다. 아이들을 맞이하던 원장님이 등원을 시키던 아내를 잡고 말한다.


"어머니, 현재 코로나 바이러스가 이렇게 유행을 하고 있는데 어린이집도 안전하지 못해요. 무엇이 서현이를 위해 교육적으로 옳은 일인지 생각해보시고 말씀해 주세요."


아내는 알겠다고 말하고 출근하는 길에 속이 많이 상했다며 나에게 전화를 했다. 맞벌이 부부로써 어쩔 수 없이 어린이집 등원을 하고 있는데 저렇게 말하니 할 말이 없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좀 억울했다. 교육기관인 학교에서도 긴급 돌봄을 하기 위해 주말에 급식 업체를 알아봐서 아이들을 위해 원활한 돌봄을 수행하려 선생님들이 애쓰는데, 보육기관인 어린이집에서 무엇이 교육적으로 옳은지 생각해 등원을 시키라니... 참... 말이 생각해보란 것이지, 사실상 등원시키지 말라는 것 아닌가? 어린이집 근처 확진자가 있는 것도 아니건만... 어린이집 입장이 이해 가면서도 아쉬운 건 사실이다. 


결국 우리 부부는 일주일 중 하루는 자영업을 하시는 장모님께 사정하여 아이를 맡기기로 하고 나머지 4일만 보내기로 했다. 그리고 나머지 4일은 내가 육아시간을 써서 3시쯤 데리고 오기로 결정했다.



[이제 다시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

열심히 버티고 버텨 다시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가 되었다. 사실, 코로나 확진자가 어제도 100명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왜 갑자기 거리두기 1단계가 되었는지 이해가 가진 않는다. 하지만 맞벌이 부부인 나에게는 참 다행이었다. 아이를 맡길 때 눈치를 덜 봐도 되기 때문이다. 


거리두기 단계가 내려가서인지 서현이네 반 친구들도 많이 등원한다. 중간에 어린이집을 바꾼 서현이는 매일 새로운 친구들을 알게 된다며 하원하는 길에 신이 나서 이야기해 준다. 서현이가 그토록 바라던 공부&활동도 시작해서 그런지 어린이집 등원도 즐겁게 하는 서현이. 아이의 이런 모습을 보면 하루빨리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마저 끝내고 코로나가 종식되었다는 선언을 들었으면 좋겠다.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이 그리운 요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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