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은 처음이라
서현이가 우리 부부 품에 온 첫날. 우리를 찾아온 아이를 기른다는 것, 그 모든 것이 새롭게 느껴졌다. 마치 새로운 인생이 시작된 것처럼 그 모든 것이 신선하면서 동시에 어려웠다. 무엇을 해도 익숙하지 않고, 작은 일 하나에도 아이가 잘못될 수 있다는 생각에 온 몸의 신경이 곤두선다.
서현이를 낳기 전까지 우리 부부는 최선을 다해 준비했다. 육아 서적도 읽고 산부인과에서 실시하는 부모교육에도 열심히 참여하면서 다가올 일들을 점검하고 준비했다. 육아는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하는 것이라는 생각에 그 모든 준비를 함께 한 우리 부부. 하지만 역시 실전은 예상과 달랐다. 예기치 못하게 발생하는 일들이 우리 부부를 곤란에 빠뜨리는 경우도 많았다.
제왕절개로 몸이 붓고 거동이 자유롭지 못한 아내를 대신에 내가 대부분의 일을 처리해야 했다. 먼저 사무적인 일들을 처리하기로 결정. 병원 원무과에서 출생증명서를 2장 발급했다. 한 장은 출생신고용, 다른 한 장은 직장 제출용. 출생증명서를 들고 출생신고를 위해 관할 동사무소로 향했다.
누군가가 새롭게 내 가족이 된다는 것. 이번이 두 번째다. 혼인신고와 출생신고. 혼인신고가 나와 아내, 두 사람의 의지와 사랑으로 맺어진 인연이라면, 이번 출생신고는 그 결실로 맺어진 인연이라 할 수 있어 더 뜻깊었다. 출생신고를 위해 신분증과 출생증명서, 그리고 미리 동사무소에서 가져와 설레는 마음으로 작성해 둔 출생신고서를 가지고 동사무소로 향한다. 비록 아내가 미리 작성해 둔 출생신고서의 한자가 잘못되어 다시 작성하는 일이 생겼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모든 것이 용서된다.
출생신고서를 제출하니 동사무소 직원이 먼저 축하를 해줬다. 요즘처럼 저출산이 문제인 시기에 아이를 낳았다는 것은 역시 축하받을만한 일이다. 뿌듯해하는 나에게 직원은 몇 가지를 묻고 처리한 뒤, 등본을 인쇄해줬다. 지금까지의 등본과 달리 나와 아내만 있던 종이에 서현이의 이름이 추가로 새겨져 있다. 그 옆에 적혀있는 ‘출생신고’라는 문구. 감동에 젖어 뚫어져라 등본을 쳐다보고 있는 나를 동사무소 직원이 부른다.
“이건 안양시 보건소에서 아이의 출생을 축하하기 위해 준비해 준 선물이에요.”
“와! 선물까지 줘요? 감사합니다.”
요즘 출산율이 낮아져 각 지자체마다 선물과 유인책을 마련했다더니 그중 한 가지인가 보다. 서현이를 얻은 것만으로도 기쁨에 충만한 나에게 여기저기서 선물까지 주니 한껏 기분이 좋아진다. 이어서 아이의 로션과 비누가 세트로 들어있는 선물을 한쪽으로 미뤄놓고 양육수당을 신청했다. 아이를 기르는데 보탬이 되라고 나라에서 준다는 양육수당. 내 신분증과 통장사본을 제출하니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이렇게 모든 서류 작업이 끝났다.
‘이제는 정말 서현이가 우리 가족이 된 것 같구나.’
아내가 누워있는 병원에 돌아와 등본을 아내에게 보여주고 감상에 젖어 창문을 바라보는데 갑자기 속이 울렁거린다. 그동안 쌓였던 긴장감이 한순간 사라지면서 내 몸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한다. 긴장해서 별로 먹지도 않았던 음식을 모두 화장실에서 게워내고 돌아오니 이번엔 온몸이 쑤시기 시작한다. 도저히 앉아있을 수 없어 누워있지만 그마저도 편하지 않다.
‘내가 지금 아내를 돌봐야 하는데, 이게 무슨 꼴이람.’
많은 생각이 들며 착잡한 기분이 든다. 지금 그 누구보다 힘들 아내를 돌봐줘야 하는 상황에 내 몸이 말이 아니라니. 게다가 설상가상으로 서현이의 태변이 나오지 않고 있다. 모유를 먹이려 노력했지만 제왕절개의 특성상 모유가 바로 나오지 않아 아무것도 먹이지 못하고 있는 상황. 태변이 왜 나와야 하는지 묻는 내 질문에 간호사가 대답했다.
“태변이 나온다는 것은 아이의 장 기능에 이상이 없다는 거예요. 그걸 확인하기 위해 태변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고요.”
간호사의 말을 들으니 더 걱정된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우리 부부의 모든 감정의 변화가 서현이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서현이가 웃으면 우리도 웃고, 서현이가 아프면 우리가 더 아파했다. 다행히도 아빠와 엄마가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안 것인지 오후 8시 40분, 서현이의 새까만 응가가 나왔다. 태변에 대해 몰랐던 사람이라면 아이의 응가를 보고 놀랐겠지만 어느 정도는 들어서 알고 있었기에 어두운 색의 대변이 나왔어도 놀라지 않고 잘 닦아 주었다. 대변까지 귀엽다고 말하는 나를 보고 아내가 ‘딸 바보’라 놀린다. 어느새 오후 9시. 병원 목욕시간인지라 서현이를 신생아실에 맡기고 숨 가쁜 하루를 마무리했다.
- 매주 수요일, 교육자인 우리 부부가 4년 동안 기록해 온 육아이야기를 펼쳐볼까 합니다.
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ymkhog102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