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에게 서현이라는 천사가 태어나 한 가족이 된지도 벌써 이틀째. 난 아내 곁에서 밤새 잠을 못 이뤘다. 물론 이런 잠 못 이루는 밤이 서현이를 맞이했다는 설레는 감정에서 온 것이라면 좋으련만.
사실 난 몸이 아팠다. 그것도 많이. 아무래도 몸이 떨리고 기운이 없는 것이 몸살이 온 게 틀림없다. 극심한 긴장 상태로 유지되었던 몸이 서현이의 탄생과 함께 풀리면서 몸살이 왔나 보다. 게다가 이렇게 갑자기 찾아온 몸살은 점점 심해지고 있는 것인지 밤새 여섯 번도 넘게 잠에서 깨서 고통에 몸부림쳤다. 온몸의 근육이 나에게 항의를 하는 듯, 고통이 너무 심해 진통제를 먹었지만 그 효과마저 미미했다.
좋지 않은 몸상태여서 밤에 서현이를 병실에 데리고 있을 수 없었다. 한참 이런저런 보살핌이 필요한 시기인데 몸상태가 서현이 곁에 있고 싶다는 내 마음을 따라주지 못했다. 심상치 않은 내 몸 상태를 느끼며, 밤에 서현이를 신생아실에 맡긴 것은 차라리 잘한 일이란 생각도 들었다. 밤에라도 휴식을 취해야 체력을 회복해서 낮에 서현이를 볼 수 있다는 자기 위로. 아마 무리해서 서현이를 밤에도 데리고 있었다면 결국 체력이 바닥나서 서현이의 요구에 대응해줄 수 없었으리라.
새벽에 속이 안 좋아 화장실에 갔다 돌아오는 내 인기척을 느꼈는지 아내가 잠에서 깨서 날 걱정해줬다.
“괜찮아? 몸이 많이 안 좋은 것 같아.”
수술을 통해 서현이를 낳았기에 아내 또한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자연분만을 한 다른 산모들과 달리 손에는 링거를 꽂고 있었고, 하반신에는 수술 부위의 봉합을 위해 붕대가 감겨있었다. 하체의 통증 때문에 움직이지도 못하는 상황. 누워있는 아내가 내 모습을 걱정하는 게 안타까워 힘겹게 미소 지으며 농담을 건넸다.
“몸 상태가 별로네. 누가 보면 내가 애를 낳은 줄 알겠다. 그렇지?”
안타까운 상황이었지만 서로를 바라보며 희미한 미소를 지은 우리 부부는 다시 잠들었다. 그리고 맞이한 아침. 아직 꿈나라에 있는 나를 아내가 깨운다.
“자기, 나 서현이가 보고 싶어.”
얼마나 서현이가 보고 싶었으면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저 말을 했을까? 그 생각에 나는 겨우 눈을 뜨고, 서현이가 있는 신생아실로 향했다. 밤새 뒤척여 내 몸 상태는 별로였지만 나도 서현이가 보고 싶었기에 힘을 냈다. 신기하게도 신생아실로 가는 내 발걸음이 점점 가벼워졌다. 서현이를 본다는 기대감이 이 순간 내 몸의 고통을 잊게 하는 것 같았다.
신생아실에 도착해서 간호사를 호출했다. 혹시나 서현이를 비롯한 아이들이 깰까 봐 호출 버튼을 누르는 것도 조심스럽다. 잠시 후 간호사가 데려온 서현이. 서현이는 속싸개에 쌓여 눈을 감고 잘 자고 있었다. 누가 업어가도 모를 것 같은 상태로. 그런 서현이를 보자마자 아빠 미소가 절로 나온다. 뭐가 그렇게 좋은지 누가 물어본다면 아마 난 대답할 수 없으리라. 그냥 다 좋은걸 어쩌랴. 이 세상의 모든 것을 준다고 해도 바꾸지 않을 것 같은. 이제 막 태어난 딸을 안고 있는 이 순간만큼은 이 세상 그 무엇도 부럽지 않았다.
잠을 잘 자고 있는 서현이를 간호사로부터 건네받아 아내가 있는 곳까지 조심히 데려왔다. 그리고 내 몸의 모든 감각기관을 활용해 자는 모습을 관찰한다. 새근새근 잠든 서현이의 호흡, 꼼지락거리는 몸, 소리는 나오지 않지만 조금씩 움직이는 앙증맞은 입. 모든 것을 눈에 저장하려는 듯 아내와 난 아이를 조용히 바라봤다. 얼마나 평화로운가. 물론 이 평화의 순간은 짧았지만.
갑자기 서현이가 잠에서 깼다. 기저귀를 살펴봤지만 깨끗하다. 적어도 엉덩이가 불편하다는 소리는 아니다. 아마 배가 고픈가 보다. 자신의 불만이 해소되지 않아 계속 칭얼대는 서현이. 하지만 아직 모유가 나오지 않았다. 우리 부부는 선택을 해야 했다. 모유가 나올 때까지 기다릴 것인지, 아니면 분유를 먹일 것인지를. 누군가 말하기를 분유를 먼저 먹으면 입에 닿는 감촉이나 맛이 달라서 모유를 싫어할 수도 있다고 해서 참고 있었지만 더 이상 서현이의 배고픈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일단 분유 먹이자. 애가 저렇게 우는 게 너무 안쓰럽다.”
우리 부부는 모유에 대한 욕심을 잠시 내려놓고 분유를 타다 먹였다. 우는 서현이를 끝까지 보고 있을 자신이 없었기에 분유를 조금 먹인 뒤, 서현이를 안아서 트림이 나오도록 등을 쓰다듬어줬다. 그제야 만족스러운 미소를 보여준 서현이는 귀여운 소리로 트림을 하고 다시 잠이 든다. 모유가 아니면 어떠랴. 1-2시간 간격으로 20ml 정도의 분유를 잘 먹고, 트림도 잘하고, 잠도 잘 자는 데. 건강하고 튼튼한 아이의 모습에 뿌듯한 감정을 느끼며 곁을 지켰다. 이렇게 우리 부부는 밤에 아이를 씻기러 보낼 때까지 서현이를 돌보며 행복한 순간을 만끽했다.
- 매주 수요일, 교육자인 우리 부부가 4년 동안 기록해 온 육아이야기를 펼쳐볼까 합니다.
- 추가: 당분간 매주 수요일, 토요일에 발행해보려 합니다.
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ymkhog1025/5